일단 후설은 현상과 물자체에 관한 칸트의 구별을 거부합니다. 후설에게 현상이란 사물/사태 그 자체가 우리에게 드러나는 바 그대로이고, 그 배후에 주관으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진짜' 사물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 점에서 후설의 입장을 취했을 때 칸트를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칸트는 세계가 우리 주관성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분리된 채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이자 우리가 개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선구적으로 주장했으며, 후설도 칸트적인 통찰에 근접하게 세계가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의식이 경험하고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대상으로서, 즉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실재한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