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적 성찰> 독해를 위한 배경 지식은 어느 부분들이 필요한가요?

에드문트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을 읽으려고 합니다.
1.) 목차에는 "모나드" 라는 개념이 눈에 띄는데, 이 개념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과 큰 관계가 있습니까? 즉 <데카르트적 성찰>독해를 위해서 <모나드론> 독해가 필요합니까?

2.)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은 현상학에 대한 철학서이므로 칸트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설의 이 저술 독해를 위해 필요한 칸트 철학 이해의 경우 <서설> 한 권만으로 충분한 편일까요?

3.) <데카르트적 성찰>을 읽기 위해, <성찰>의 직접적인 독해(강의 영상이나 요약 정리한 것을 통한 이해가 아닌)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까?

아마 『모나드론』이나 『성찰』을 따로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후설이 『데카르트적 성찰』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건, 판단중지로부터 시작하는 자신의 현상학적 작업이 방법론적 회의로부터 시작하는 데카르트의 기획과 유사한 측면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이 (데카르트가 수학했던)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교에서 행한 강연을 옮긴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데카르트의 방법론과 자신의 방법론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싶어한 거죠. 그렇지만 후설의 작업이 데카르트의 텍스트에 대한 주석을 담고 있지는 않은 만큼, 데카르트의 철학 자체를 꼼꼼하게 독해하는 게 책에서 관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첨언하자면, 현대철학 텍스트를 읽으려 하는 많은 분들이 종종 상정하는 잘못된 가정 중 하나가, 현대철학자들이 그 이전 철학자들을 꼼꼼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야스퍼스가 이런 식의 말을 한 적이 있죠. "사람들은 철학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지 담론을 만들어낼 뿐입니다."라고요. 물론, 데카르트나 칸트 같은 고전적인 철학자들이 무엇을 말했는지를 '대략적으로는' 이해해야 현대철학 텍스트를 읽을 수 있죠. 하지만 반드시 그런 사람들을 주석적으로 꼼꼼하게 독해해야만 현대철학에 접근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서강대학교 학부생이던 시절에 사회학과 김경만 교수님의 수업을 몇 번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이분은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세계적인 학자들에게까지 추천사를 받을 정도로 이론사회학에서 권위가 있는 연구자셨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자주 말씀하시던 것 중 하나가, 아도르노나 하버마스 같은 연구자들의 글을 읽기 위해 이전 학자들을 굳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그냥 텍스트를 직접 읽어보고,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그때그때 그 부분을 공부하는 걸로 충분하다고요.

김경만 교수님은 오히려 '쇠심줄 전법'이라는 걸 더 강조하셨는데, 저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니다. 말 그대로, 쇠심줄이 끊어질 정도로 책을 여러 번 봐야 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철학사적 지식을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읽기로한 텍스트를 '여러 번' 읽는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내가 내용에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내가 아는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요약될 수 있는지, 내가 그 내용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를 파악하는 게, 적어도 저에게는, 단순히 이전 철학자들에 대해 잡다하게 나열된 정보를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텍스트 독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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