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편지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배경 설명: Cora Diamond는 논문 “Ethics, Imagination and the Method of Wittgenstein’s Tractatus”에서 『논리-철학 논고』(이하 『논고』)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틀(the frame)로 머리말과 함께 (악명높은) 사다리 비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Cora Diamond, “Ethics, Imagination and the Method of Wittgenstein’s Tractatus”, in: The New Wittgenstein, eds. Alice Crary and Rupert Read,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0, 152쪽), 비트겐슈타인은 본래 『논고』의 머리말(Vorwort)에 몇 문장을 더 적으려 했다가 포기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 문장들을 『논고』에는 적지 않고, 출판업자였던 루트비히 본 피커(Ludwig von Ficker)에게 1919년 10월 혹은 11월에 보내는 편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부분 인용해서 번역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 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재료는 당신에게 완전히 낯선 것으로 보일 겁니다. 사실 그 책은 당신에게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닌데, 왜냐하면 그 책의 의미가 윤리적인 것(ein Ethischer)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번은 머리말에다, 지금은 실제로 그 안에 없는 한 문장을 적을까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께 그 문장을 적어드리려 하는데, 그것이 당신께 아마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저는 제 작품이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쓰고 싶었습니다: 여기 있는 것과 제가 쓰지 않은 모든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두 번째 부분이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윤리적인 것은 제 책에 의해,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엄격하게, 오직 그렇게만 한계지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짧게 말해,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지껄이는 모든 것을, 저는 제 책 안에서 그것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확정해 놓았습니다.”

“Denn Sie werden es nicht verstehen; der Stoff wird Ihnen ganz fremd erscheinen. In Wirklichkeit ist er Ihnen nicht fremd, denn der Sinn des Buches ist ein Ethischer. Ich wollte einmal in das Vorwort einen Satz geben, der nun tatsächlich nicht darin steht, den ich Ihnen aber jetzt schreibe, weil er Ihnen vielleicht ein Schlüssel sein wird: Ich wollte nämlich schreiben, mein Werk bestehe aus zwei Teilen: aus dem, der hier vorliegt, und aus alledem, was ich nicht geschrieben haben. Und gerade dieser zweite Teil ist der Wichtige. Es wird nämlich das Ethische durch mein Buch gleichsam von Innen her begrenzt; und ich bin überzeugt, daß es, streng, NUR so zu begrenzen ist. Kurz, ich glaube: Alles das, was viele heute schwefeln, habe ich in meinem Buch festgelegt, indem ich darüber schweige.”

Ludwig Wittgenstein, Briefwechsel: mit B. Russell, G.E. Moore, J.M. Keynes, F.P. Ramsey, W. Eccles, P. Engelmann und L. von Ficker, B. F. McGuiness und G. H. von Wright (Hrsg.),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0, 96-97쪽.

비트겐슈타인이 남긴 편지는 적어도 출판업자를 납득시키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전기를 쓴 레이 몽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논고》의 메시지가 그 외양에도 불구하고 《연소》의 목적과 일치한다는 것을 피커에게 확신시킬 의도였다면 그것은 틀린 판단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은 피커에게 그가 윤리학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침묵함으로써 가장 잘 말해진다는 것을, 그리고 함축적으로 그동안 《연소》에서 출판한 많은 것이 단지 '지껄여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편지는 너무 타산적이지 못해서 피커로 하여금 재정적 근심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생략된 책은 돈 문제에 매우 민감한 출판업자에게 그리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는 없었다.
피커의 답장은 냉정했다.”
레이 몽크, 『비트겐슈타인 평전: 천재의 의무』, 남기창 옮김, 필로소픽, 2012,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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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머리말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다이아몬드의 「논고」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해커(P. M. S. Hacker)가 “Was He Trying to Whistle It?”(The New Wittgenstein , A. Crary and R. Read(eds.),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0, 353-388.)에서 「논고」는 물론이고 온갖 편지와 음성 녹음 자료까지 들고와서 다이아몬드를 거의 가루가 되도록 까서요;;;

https://m.blog.naver.com/1019milk/221606821661

오히려 저는 이 머리말의 내용을 잘 만족시켜주는 해설이 제닉(A. Janik)과 툴민(S. E. Toulmin)이 「비트겐슈타인과 세기 말 빈」에서 제시한 일종의 실존주의적 논고 해설이라고 생각해요.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를 그어서 과학의 영역을 한정하고, 키에르케고어처럼 윤리적 선택과 결단이 과학적 사실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는 해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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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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