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를 비판하는 학자나, 학술서 등을 알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철학 전공은 아니지만 전공에 미학도 포함이 되어있는 과라 방학동안 도서관에서 미학, 철학 관련 책을 읽다가
니체에 흥미가 생겨 입문서, 해설서 등을 읽다가 최근엔 니체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기 시작 했습니다.
비판적으로 텍스트를 읽는 다는 것에 익숙치 않은 탓인지 제가 너무 맹목적으로 경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적입장에도 귀를 열어야 건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니체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니체를 비판하는 학자나 논문 , 학술서 등을 알고 싶습니다.
알려주시면 또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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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문화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가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에서 제시한 비판과 신화학자인 브루스 링컨이 『신화 이론화하기』에서 제시한 비판이 인상적이었네요. 지라르는 유대-그리스도교를 '노예 도덕'이라고 비판하는 니체의 입장에 반대하여 성서야 말로 희생양 메커니즘에 저항한 영웅적 기록이라고 강조하고, 링컨은 (니체의 주장이 나치의 인종주의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니체주의자들의 오래된 변호와는 달리,) 고대 그리스의 귀족적 문화를 찬양하는 니체의 철학 속에 아리아인 우월주의가 들어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죠.

https://blog.naver.com/1019milk/220383448642

http://jssance.egloos.com/v/10106730

(2) 니체를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하는지 '반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하는지에 따라 니체에 대한 비판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을 거에요. 가령, 하이데거는 니체를 '마지막 형이상학자'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는데, 데리다나 들뢰즈는 오히려 니체의 철학에서 전통 형이상학에 대한 아주 급진적인 비판을 읽어내거든요. 실제로, 이 두 니체 해석의 경향은 하이데거의 충실한 후계자인 가다머와 하이데거에 대해 다소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데리다 사이에 벌어진 2차 가다머-데리다 논쟁에서 대립하기도 했어요.

https://blog.naver.com/1019milk/220519071425

(3)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니체를 살펴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 제가 대학교 4학년 시절에 교양수업 과제로 쓴 짧은 에세이를 하나 올려보려고 해요. 마크 롤랜즈가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라는 책에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니체의 철학을 해설한 내용에 대해 비판적 논평을 쓰는 게 과제였는데, 저는 (a) 과연 '힘에의 의지'라는 형이상학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상정할 이유가 있는지, (b) 힘에의 의지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c) 니체가 주장한 '고귀한 욕망/고귀하지 않은 욕망'의 이분법이 결국 니체 스스로 거부한 '선/악'의 이분법과 동일한 문제에 빠지는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해 보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1019milk/22051915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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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에 앞서서 우선 '니체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니체 비판 학술글을 읽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읽으신 '입문서, 해설서'를 통해 어떤 시각을 갖추셨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걸 알아야 더 구체적으로 추천해드릴 수 있을텐데요.

1.일단 읽으신 '입문서, 해설서'가 국내 저자가 쓴 책일 확률이 높으니 그렇다고 가정하고 얘기를 풀게요. 국내 저자라고 하면 '백승영, 이진우, 박찬국, 강영계'등 일텐데, 대부분의 국내 학자들이 수입한 니체는 '실존주의 니체'라고 할 수있을 정도로 경도되어 있습니다. 해설서아니고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에서의 상황도 동일하고요. 그래서 실존주의 관한 니체에 관한 내용은 좀 줄이겠습니다.

  1. 기본적으로 국내산 서적 중에 아주 폭넓은 주제에 걸쳐 니체를 해설하거나 비판하는 서적은 없습니다. 우선 전반적으로, 폭넓은 니체 이해를 원하신다면, 영어가 되신다면 MIT PRESS에서 나온 'THE NEW NIETZSCHE'를 보세요. 이 책안에 역사적으로 큰 축을 이루는, 대가들의 니체 해석이 대강 다 들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3-1. 미학관련 전공이신듯하니 니체 철학과 미학을 주제로 삼은 서적들을 말씀드릴게요. 물론 이 이전에 BT독해와 관련 자료들(ST)는 기본적으로 읽으셔야합니다. 그리고 해설서에서 자주 나오는 예술생리학은 염두에 두셔야합니다. 우선 니체 미학 연구에서 유명한 논문으로는 Gehardt Volker의 'von der aesthetischen metaphysik zur physiologie der kunst'입니다. 국내에서 심도있게 니체를 미학과 연관시켜 쓴 논문으로는 전예완 선생님의 서울대 박사학위논문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로 많은 논문들이 있고, 저도 그 중에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전예완 선생님의 박사학위논문이 그 중에서 잘 쓰인 논문이라 생각하여 이것만 읽어도 될듯합니다. 해외 학자가 쓴 서적으로는 크리스토프 멘케의 '미학적 힘'과 '예술의 힘'이 좋은 책입니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와있지만 번역이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독어가 가능하시면 독어본이랑 같이 비교대조하면서 읽으세요. 영어본은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유명한 책이라 있을겁니다.
추가적으로 니체 독해에서 바그너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바그너 공부에는 '바그너의 생애와 예술'이 좋은 책입니다.

3-2. 니체를 미학적 방향에서 접근할때, 니체를 플라톤, 칸트, 헤겔과 비교, 대조하는 것이 정석적인데, 많은 글들이 이에 대해 얘기를 합니다. 철학적 미학 역사 전체를 다루면서 니체를 다루는 것으로는 '뤽페리'의 '미학적 인간'이 있습니다. 이것을 모던적인것과 엮어서 푸는 책으로는' rampley matthew'의 'nietzsche , aesthetics, and modernity'가 있습니다. 말고도 정말 많은 책이 있는데 다 말씀드리기 힘드네요.

  1. 니체의 도덕론과 관련하여 분석하는 것으로는 칸트 도덕철학과 니체 도덕철학을 대립시켜 분석하는 것이 큰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해서는 너무 많은 책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으실겁니다. 이와 연관되서 혹은 파생되어 니체의 도덕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최근에 행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olomon robert c 와 chrisitne swanton이 있습니다.

  2. 니체를 정치철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누스바움의 'is nietzsche a political thinker'나 (정확하진 않지만 제 기억상으로는) nietzsche studien에서 나온 nietzsche today 3권이 니체와 정치철학을 다룬것입니다.

  3. 더 많이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사회철학쪽만 말씀드리면, 포스트모던과 모던의 대립, 개별과 보편, 특수와 일반의 대립 이런것에서 주춧돌을 이루는 것이 니체인지라, 많은 사회철학 저서에서 니체가 등장합니다. 아주 간략하게 내용을 잘 정리한 책으로는 '문성훈'의 '현대성의 자기분열'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도르노의 도덕철학강의, 하버마스의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 등이 있습니다.

  4. 나가면서 '텍스트를 읽는 다는 것에 익숙치 않은 탓인지 제가 너무 맹목적으로 경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좋은 말씀을 하셔서 참견하나만 하겠습니다. 이미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니체를 다루는 전공자가 쓴 해설서, 에세이, 자기계발서들이 너무 니체를 미화시켜놨습니다. 인생이 힘들때 니체를 위안삼아 역경을 이겨내느니 마느니 등등. 반은 맞고 반은 틀린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니체에 이러한 긍정적?면모가 있는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폭력적이고 잔인한면모 또한 양가적으로 존재합니다. 이점을 생각하시면서 공부하시면 오히려 더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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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런 답변 감사합니다.

(2) 에서 니체에 대한 형이상학적, 반형이상학적 해석에 대한 데리다와 가다머의 논쟁이 참 흥미롭네요.
제가 접한 니체에 관한 텍스트들은 대부분이 '전통 형이상학을 뒤엎은 철학자' 같은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반형이상학자'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가다머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새로운 시각으로 니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에른스트 벨러의 데리다-니체 니체-데리다 라는 책을 빌려왔는데 책을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좋은 글들이 많이 있더군요. 종종 들러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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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분야 별로 알려주신 것도 그렇고,
특히 미학 관련 자료 알려주신 것들은 전공 공부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1) 에서 말씀하신게 맞습니다. '백승영, 이진우, 박찬국, 정동호'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내 학자들이 수입한 니체는 ''실존주의 니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도되어 있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국내 학자들이 니체의 실존주의적 측면만 강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정확히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제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여쭙습니다.

(7) 저도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에세이, 자기계발서에서 사용한 니체도 그렇고, 해설서들에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니체의 사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잔인한 면들이 있었습니다.

알려주신 자료들 찾아보면서 열심히, 비판적으로 공부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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