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철학도에게 하는 조언 - Timothy Williamson 인터뷰 中

CB : 성공적인 철학자의 중요한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어떤 종류의 기초 훈련, 능력, 혹은 지식이 있어야 하나요? 젊은 학자들이 철학 연구를 시작하려 할 때 무엇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나요? 예컨대, 주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연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같은 것 말이죠.

TW : 야심만만한 젊은 철학자들에게 일반적인 조언을 주기란 참 어렵습니다. 모두에게 들어맞는 하나의 조언 같은 건 없거든요. 좋은 철학자들은 각각 다른 기질, 능력 또는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한 철학자에게 맞는 방법이 다른 철학자에게는 안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들을 몇 가지 말할 순 있습니다. 어떤 학문 분야에 있든 필요한 자질들이 있죠. 당연한 얘기지만, 당신이 얼마나 똑똑하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당연한 덕목인데 놀랍게도 유럽의 어떤 지역에선 무시되지요). 또 대담한 마음가짐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상력, 그리고 그것들을 전개하는 인내와 고집, 정확성이 필요합니다. 만일 당신이 자기-비판 능력도 없고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겸손함도 없다면 당신의 작업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선생이 실수를 범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실수를 너무 지적하려고 하면 그로부터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을 겁니다. 중도를 걷는 것은 어렵지요. 당신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잘난 척하지 않는 글쓰기를 배워야 합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이 심원한지 아닌지 걱정하지 말고 그게 참인지를 걱정하십시오. 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 번에 한 발짝씩 움직이는 철학자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만일 그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면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을 겁니다. 철학에 대한 좋은 기초 훈련은 약간의 논리학과 약간의 철학사, 철학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언어로써 다른 대안들을 분석, 비판하는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 그리고 당신 자신의 분석과 비판을 선생에게 분석, 비판받는 것입니다. 연구 주제를 정할 땐 당신을 흥미롭게 하고 당신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으로 정하십시오. 다룰 수 있을 만큼 작은 주제여야 합니다. 주제가 유행을 타는 것인지는 상관없습니다(하지만 유행 타는 주제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주제의 출발점을 정할 선행 연구들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주제에 관해 지면상의 논의에 투고하는 것은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과 관련 있어야 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신만의 무언가를 더하지 않는다면 지루하기만 할 것입니다.

(강조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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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서 하는 말은 아닌데, 제가 요즘 정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느끼는 Timothy Williamson의 한 인터뷰 중 일부분입니다. 사실 특별히 새로운 말은 없지만 늘 잊어버리곤 하는 것들이라 가져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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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간지가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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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좋네요. 훌륭한 철학자나 논의가 단순히 유행에 뒤쳐졌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잊혀져버리는 경우가 참 많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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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나하나가 주옥같네요.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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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룰 수 있을 만큼 작은 주제' 이 말이 특히 와닿네요. '내가 하는 생각이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쓰고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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