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signore', 'principe', 'nuovo principe'

안녕하세요.

학기의 끝이 보이는 김에 군주론을 각 잡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어(Einaudi, Luigi) 버전, Mansfield의 영역본과 강정인, 김경희 선생님의 한역본을 읽다가, 철학과는 관련 없을지도 모를 질문에 부딪혔습니다: 그의 군주론에서 'signore', 'principe', 'nuovo principe'가 얼마나 구분될까요?

우선, 제가 아는 한, 'signore'는 '참주'로 번역됩니다. '참주'는 어떤 경우에 1. '폭군'과 동의어로 쓰이지만, 2. (예컨대, 왕실의 혈통이 아닌데도) 군주가 된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군주론 1장 (Einaudi p. 3.)에서 나온 'signore'는 (폭군이다, 왕실 적통이 아니다 같은) 판단에서 초월해 있는 중립적인 단어에 가까워 보입니다.

3장 (p. 10.)의 'Signore di Faenza, di Peraso, di Rimiro, ...'라는 구절을 보더라도 어떤 가치적인 판단에서는 중립적이어 보입니다.

그런데 또 3장에서 두 번째로 나오는 (p. 5.) '... el signore, presa occasione dalla rebellione'의 수식어구까지 고려하면, 여기에서는 usurper, 즉 제가 위에서 제시한 '참주'의 2번째 의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마키아벨리가 'principe'뿐 아니라 'nuovo principe' (신생 군주, 신군주 등으로 번역되는)를 사용하면서 더욱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Nuovo principe는 앞서 제시된 '참주'의 2번 의미에 가깝다는 것이 (직역했을 때의) 직관인데, signore와 principe가 혼용되고, signore와 nuovo principe도 혼용된다면, 왜 그렇게 썼는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Machiavelli and Us라는 알튀세르의 책에서는, nuovo principe가 복합 국가의 군주를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컨대 26장의 'nuovo principe'는 텍스트 맥락상 메디치 가를 지칭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한편, 그가 군주론에서 (군주)국가를 나누는 것을 보면, "그가 이 세 가지를 구분하고자 했다면, 각각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어딘가에는 명시했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설득적입니다.

혹시 이들 세 가지의 구분을 아시는 분의 답변이나, 만약 있다면, 관련된 논문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키워드를 잡는 데 조금 난항을 겪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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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도 모르고 마키아벨리도 모르기 때문에 적확한 답을 드릴 역량이 없지만, 시뇨레, 군주, 신군주에 대해서 겪으시는 불투명함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남겨봅니다.
일단 참주로 번역되는 시뇨레는 역사적으로 12-14세기에 이탈리아에 난립했던 용병대 출신 군벌 길드 참주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확히 이들의 권력 찬탈 방식이 참주의 것이므로 참주라고 (구체적 역사에서 추상하여) 일반적으로 번역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겠지요. 참주란 tyrannos라는 그리스어 번역일 때, 원래 적통이 아닌 자가 왕위를 찬탈하는 것을 말하니까요. 폭군이라는 의미는 사실 본래적인 것은 아닙니다. 참주라도 폭정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말씀하신 혼동은 신군주와 빗대었을 때 나타날 수 있겠는데, nuovo principe, 신군주 또한 사실은 사민이었던 자가 군주가 됐을 때 이를 칭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단어는 아마도 로마 시절 homo novus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원래 귀족이 아니었던 자가 새롭게 가문을 올린 경우를 뜻하는데 키케로가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여기서 신군주가 private 인민이 새롭게 왕의 주권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하기 위한 개념일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참주나 신군주 모두 원래 왕될 계급이 아닌 자가 왕이 된다는 점에서 비슷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개념적으로 다른 상(aspect)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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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시뇨레/프린치페/누오보 프린치페 간에서 문제를 느꼈던 지점은 Einaudi 판본의 Il Principe p. 20.

... e questo e Ierone Siracusano. Costui, di privato divento principe di Siracusa: ...
... 그리고 이 사람이 시라쿠사의 히에론이다. 그는, 개인(사인)에서 시라쿠사의 군주가 되어: ...

이 부분에서 마키아벨리는, 분명히 그 자신이 히에론을 기회에 힘입어 왕위에 오른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마키아벨리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는 히에론을 '참주'라고 불렀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주라고만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예외로 하면, 다음과 같이 생각이 정리됩니다:

  1. Signore: 토스카나 지역에 한정되거나, 일반화된 또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경우
  2. Principe: [?]
  3. Nuovo principe: 신생 국가의 창건자 (3장, 6장, 26장을 토대로)

많이 명료해졌습니다. (principe의 정의는 계속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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