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론(semantic)에 대한 질문, 지칭의 문제

(1) 의미에 대한 이론을 번역 중에 한 가지 좀 꺼림직한 부분이 있어서 이리 질문 드립니다.

(2)

SEP 아티클을 제가 번역한 부분인데, 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우선 원문부터 제시하겠습니다.

We can give a similar argument for the incompleteness of the theory of reference based on the substitution of whole sentences. A theory of reference assigns to subsentential expressions values which explain their contribution to the truth-values of sentences; but to those sentences, it only assigns “true” or “false”. But consider a pair of sentences like

  • (9)Mary believes that Barack Obama wa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 (10)Mary believes that John Key was the prime minister of New Zealand.

Because both of the italic sentences are true, (9) and (10) are a pair of sentences which differ only with respect to substitution of expressions (namely, the italic sentences) with the same reference. Nonetheless, (9) and (10) could plainly differ in truth-value.

(3)

제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왜 (9)-(10) 문장의 지칭이 같다고 보는지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오역한 건가 했지만, 아무리봐도 (다른 부분이면 몰라도) 저 부분 (볼드)에서는 오역할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예시 전에 있는 문장의 부분을 이루는 표현(subsentential expressions) 표현에서 참/거짓만이 할당된다는 것이 저렇게 보는 근거인 듯 합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제가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탓인지) 살짝 갸우뚱하네요.

(4)

제가 이해한 바, 지칭 이론은 문장을 일종의 함수로 전환한 다음에, 그 함수에 어떤 원소가 들어가면 옳은지, 즉 진리값을 정해주는 역할이 "의미"라 주장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9)/(10) 전체 예시를 다음과 같은 함수로 쪼갤 수 있을 듯합니다.

(i)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f(a) = "미국의 대통령", a = 버락 오바마
(ii) 존 키는 뉴질랜드의 수상이었다. g(b) = "뉴질랜드의 수상", b = 존 키
(iii) 메리는 무엇을 믿는다. h(c) = "메리가 c를 믿음"

그렇다면, (9)-(10)은 함수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9) 메리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믿는다. h(f(a))
(10) 메리는 존 키가 뉴질랜드의 수상이었다 믿는다. h(g(b))

이제 SEP 아티클의 논지는, f(a) = g(b) = 참이기 때문에 h(f(a)) = h(g(b)) = h(참)이고, 그렇기에 같은 지칭(함수)이라는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 설명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h(f(a)), h(g(b))은 여전히 다른 함수꼴이잖아요. 그걸 같은 지칭/함수라 설명해도 되는 걸까요?

(5)

제가 머리를 굴려서, 이 말을 말이 되게 이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 하위 문장의 지칭 역시 일종의 함수다.
(ii) 다만 이 하위 문장의 지칭 함수는 전체 문장의 지칭 함수 계산에서 절차상 하위 부분이다.
h(f(a))와 h(g(b))에서 보았듯, 계산 순서는 f(a)/g(b) -> h(x)이다.
(iii) 그러므로 계산 절차상 하위 부분인 것은 h(x) 함수 자체를 변형시키지 않으므로, h(x) 함수는 지칭이 같다 볼 수 있다?

근데 이 해석도 여전히 문제에 직면하는 듯합니다.

문장의 부분을 이루는 형태가 저 문장 말고도 여러 개일텐데, 몇 경우에는 계산 절차상의 상-하위가 없는 것 같거든요.

(1) 메리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2) 메리는 춤을 추고 술을 마신다.

이건 함수꼴로 바꾸면, d(m) + s(m) / d(m) + dr(m)이죠. 그렇다면 앞선 사례와 다르게 계산 절차상의 상-하위 (포함관계)가 없죠.

(6)

제가 제대로 논지를 전달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혹여 관심을 가지신 분이 무엇이든 답을 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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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드립니다.
질문하신 부분의 논변은 다음과 같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칭 이론 : 언어적 표현의 의미는 그것이 지칭하는 것이다.
-문장에 대한 지칭이론 : 문장의 의미는 그것이 지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장이 지칭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리값이다.
: 따라서 문장의 의미는 그 문장의 진릿값이다.

(9)는 하나의 문장이고 그 문장 안에 문장을 갖고 있다.
안긴 문장의 의미는 그것의 진릿값이 참이다.
(10)도 하나의 문장이고 그 문장 안에 문장을 갖고 있다.
안긴 문장의 의미는 그것의 진릿값인 참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9)와 (10)은 정확히 같은 의미를 같게 된다.
왜냐하면 'that'이하의 안긴 문장만 다를 뿐 나머지는 동일하기 때문에 동일한 의미가 부여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안긴 문장의 의미는 같다.
그런데 (9)와 (10)은 다른 의미를 표현하는 문장들이다.
(따라서 지칭이론은 의미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다)

여기까지는 Mandala 님께서도 충분히 재구성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어디에서 정확히 갸우뚱하셨는지는 파악이 잘 안 되네요.

제가 이해한 바, 지칭 이론은 문장을 일종의 함수로 전환한 다음에, 그 함수에 어떤 원소가 들어가면 옳은지, 즉 진리값을 정해주는 역할이 "의미"라 주장하는 듯합니다.

이 부분은 지칭이론을 잘 파악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문장이 진리함수적이다."라는 것과 "어떤 문장의 명제가 그 문장의 진릿값을 결정한다"(명제 함수)는 구분되어야 하지 않나요? Mandala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후자이고, 후자는 그 항목 밑에서 나오는 proposition theory에 관한 얘기일 것 같습니다. 명제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함수로 보는 것이 될 수 있구요.

그것과 별개로

이제 SEP 아티클의 논지는, f(a) = g(b) = 참이기 때문에 h(f(a)) = h(g(b)) = h(참)이고, 그렇기에 같은 지칭(함수)이라는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 설명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h(f(a)), h(g(b))은 여전히 다른 함수꼴이잖아요. 그걸 같은 지칭/함수라 설명해도 되는 걸까요?

이 부분은 사용-언급 혼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f(a)=g(b)=T이고, h(f(a))=h(g(b))=h(T)

라는 주장과

'h(f(a))'와 'h(g(b))'는 다른 꼴이다

는 양립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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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이 부분을 읽는 과정에서 어딘가 누락시킨듯하네요. 라쿤님 지적처럼 제가 문장에 대한 지칭 이론과 문장에 대한 명제 이론을 혼동한듯 싶습니다.

사실 문장이 지칭하는게 진리값이라는 (가정?)이 전 좀 생소한것 같습니다. 전 언제나 사실이나 사태나 뭐 그런거로 생각했었거든요. (이게 곧 명제이론인 것 같네요.)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지점이 저한테 있습니다. 조금 더 정리되면 다시 댓글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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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부분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개별 단어/술부가 지칭하는 건, 개체라던가 사건이라던가 그렇겠죠.
그러면 문장이 지칭하는 건, "진리값 자체"가 아니라 "진리값을 결정할 수 있는 사태"인 것 아닌가요?
(이러면 다시 명제 이론으로 제가 가고 있는 건가요...?)

애당초 저자가 문장이 지칭하는 건, "사과"가 빨간 사과를 지칭하듯, 참/거짓이라는 진리값을 지칭한다고 본건가요? 근데 이건...그냥...이상하지 않나요...? @.@

그러면 참인 문장은 모두 같은 걸 지칭한다고 보는 셈인데, 이건 그냥...직관적으로 이상하잖아요....이런게 문장에 대한 지칭 이론으로 납득할만한 (자비의 원칙에 의거한) 해석인지 전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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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확히 문자적인 의미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사실 프레게의 "뜻과 지시체에 관하여" 같은 논문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고 실제로 질문도 종종 받습니다. 아니 왜 문장의 지시체가 사실이 아니라 진릿값이냐는 것이죠.
글쎄요.. 저도 프레게가 왜 이렇게 처음에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억이 맞다면 어떤 해석(마이클 더밋이었던 것 같은데)에 따르면 프레게에게 있어서 문장의 지시체로 고를 수 있었던 것 중에 최선은 진릿값이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언어에 대해 상당히 그럴듯하지 않은 분석이긴 하지만 존재론적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리고 나서 프레게의 뜻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람들에 의해 뜻 개념을 없앤 의미 이론이 단순한 수준의 지칭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이 역사에 대해서도 저는 구체적으로는 모릅니다. 제가 확인할 수 있는 흐름은 프레게->러셀 정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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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부터 이상한 주장이였으면 납득이 됩니다 (...) 단지 전 이상하지 않은 주장인데 제가 이상하게 이해하고 있는건가 싶었습니다.

(2) 그래서 사실 원래 제가 저자의 의도라 이해한건 이렇습니다.

어쨌든 지칭은 자신들의 역할이 문장의 진리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려주는 것인듯합니다.

이제 원래의 예시에서

이 두 문장의 진리값은,

라는 하위 문장의 진리값이 무엇인지와 무관하게 정해지는듯합니다.

그렇다면 저런 명제 태도 문장에서 하위 문장의 지칭은 전체 문장 진리값에 어떠한 영향도 못 준다는 측면에서,지칭이 원래 자임한 목표(진리값이 어찌 결정되는지)에 실패한다.

이게 전 저자가 주장하고픈 바라 이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