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Pasnau. "Who killed the causality of things?"
https://philpapers.org/rec/PASWKT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자식의 원인이라고요. 이는 여름철 사망의 원인이 선풍기인 것 만큼이나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물 인과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살인 현장에 어느 순간 은근슬쩍 들어와 있는 것은 사건 인과이구요. 로데릭 치좀이 행위자 인과를 도입하려 할 때 치좀은 어떻게든 죽었던 사물 인과에 부두술을 걸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려했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 때도 이미 사건 인과는 입을 싹 씻은지 오래였습니다.
도대체 사물 인과는 언제, 누구에게 살해당한 걸까요?
Pasnau는 사실 의외로 아리스토텔레스 시기부터 이 사건 현장은 사물 인과만 혼자 있던 밀실이 아니었으며, 더욱이 사건 인과에게 문을 처음 열어준 것은 그 이븐 시나였다는 것을 폭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중세 스콜라 철학 시기, 13세기 파리 대학의 피비린내나는 또다른 암투를 엿보게 됩니다.
이제 이야기는 우리가 모두 숨죽이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그 방화범, 데이비드 흄으로 이어집니다. 과연 범인의 정체는 흄일까요? 아니면 또다른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힌트: 지금 이 글이 올라와 있는 카테고리가 힌트일지도요...?)
철학사 알못도 흥미진진하게 읽히게끔 재미있게 쓰였으니 서양 철학사에 관심이 없으신 분도 이 추리극을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