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을 정리할 때, 친구가 왜 화났는지 알아낼 때, 피고의 유무죄 여부를 따질 때와 같은 상황에 인과추론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인과추론은 우리에게 주위의 상황을 예측하고 설명하게끔 하며, 만약의 경우를 상상하고, 과실을 따질 수 있게끔 한다. 다른 추론 방식들과 인과추론을 구별하는 중요 요소는 인과추론이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만 다루지 않고 우리에게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보게끔 하는 것에 있다. X가 Y를 유발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X가 없이 Y가 여전히 발생하는지를 추론해봐야만 한다. 이런 상상력을 요구하는 작업을 사람들이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인지과학의 떠오르는 한 가설은 사람들이 내적인 인과 모델을 통해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사건과 반사실적인(counterfactual) 가능성들을 비교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해산물 섭취가 발진을 유발했는지 알기 위해서, 내가 해산물을 먹지 않았으나 발진이 일어난 대안적 상황이 존재하는지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범용적인 기능은 우리로 하며금 물질적, 사회적 시스템을 추론하고 설명과 스토리를 조직하는 우리의 능력을 도와준다.
역사
인과관계의 본질은 여전히 철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적인 주제이지만, 사람들이 세상을 구조화하는데 해당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은 원인-결과 추론을 해내는 걸까? 한 중심적 주장은 우리가 정신적 모델을 이용하여 세계를 표현하고 추론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적 모델을 조작함으로써, 우리가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는 것이다. 선행적 연구로 공간적 구조를 나타내는 인지적 지도에 대한 연구(Tolman & Brunswik, 1935)와 “마음을 작동”시켜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내적인 모델(Craik, 1952)이 있었다. 이후 논리 기반의 차세대 정신 모델이, 연역 추론 설명을 위해 만들어졌다(Johnson-Laird, 2005). 그러나, 이러한 접근을 보조해주는 논리적 체계의 경우, 인과추론의 핵심 내용을 잡아내기 힘들다는 한계를 지녔다(Sloman & Langnado, 2005).
인지과학의 핵심적인 돌파구는 베이즈 네트워크의 출현에서 왔는데(Pearl, 2000), 이는 인과 모델의 개념을 형식화하고 인과적, 반실재적 추론의 계산적(computational) 구조를 제공해 주었다. 이러한 방식은 간섭에 기반한 추론(“내가 불을 켰지만 그것이 사람이 있음을 의미하진 않아”)과 관찰에 기반한 추론(“나는 불 켜진 걸 봤으니 방에 사람이 있을 거야”)를 구분하고, 반실재를 인과 모델에 가해지는 일종의 간섭으로 정의하였다. 그것은 또한 확률과 인과적 모델 개념을 연결하였고, 어떻게 베이즈 추론이 인과적 구조에 의존하는지 보여주었다.
헛간에서 작은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으나,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작동하여 헛간이 불타는 것을 막았다고 생각해보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헛간은 불길에 휩싸였을까? 이 질문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반실재적 세계를 상상하고 헛간이 불타오를 확률을 예상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기에 화재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론해선 안된다(이는 그들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상황만을 봤을 때만 타당한 추론이다). 인과 모델 체계는 이러한 경우에 옳은 추론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 추론자들은 옳은 추론 패턴을 따른다(Sloman & Lagnado, 2005, 2015).
이 체계는 새로운 인과추론에 대한 연구를 촉발시킴으로써, 인간의 판단 비교 기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표현과 추론들에 대한 설명으로서도 작용했다(Sloman, 2009). 사람들이 어떻게 인과 모델을 확률 판단에 사용하는지(Krynski & Tenenbaum, 2007), 어떻게 반실재적 추론에 모델을 맞춰가는지(Lucas & Kemp, 2015; Sloman & Lagnado, 2005), 어떻게 인과적 지식을 새로운 객체를 범주화시킬 때 사용하는지(Rehder, 2003), 어떻게 인과적 모델을 기존 지식에 기반하여 형성하는지(Griffiths & Tenenbaum, 2009)에 대한 새로운 의문들이 해결되었다.
핵심적인 질문은 사람들이 인과 모델을 형성하고 정신적 시뮬레이션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적 도구의 본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주장은 사람들이 일상적 주제에-예를 들어 접시 더미가 무너질지 따위-대하여 추론할 때 사람들은 그들의 물리학에 대한 직관적 지식을 사용함으로써 가능한 궤적과 물체간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한다는 것이었다(Battaglia et al., 2013; Ullman et al., 2017). 머릿속 느슨하게 조직된 물리엔진이 어느 정도의 인과적, 반실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시스템이 섭동할 때 어떻게 될지 판단하게끔 한다는 것이다(Gerstenberg et al., 2021). 사람들이 인과에 대한 판단을 할 때 반실재적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한다는 추가적인 증거가 아이 트래킹 연구로 드러났다(Gerstenberg et al., 2017): 물체의 충돌에 관한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실험자들의 시선은 물체의 실제 움직임 궤적 뿐만이 아니라 충돌이 없었다면 물체가 움직였을 방향으로도 이끌렸다.
여러 광범위한 업무들에서 사람들은 탁월한 인과추론 능력을 드러낸다. 어떤 심리학 이론들은 인과추론이 휴리스틱적이고 편향되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Kahneman & Tversky, 1982), 이 새로운 접근법은 인과적 사고가 추론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이 단지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사람들이 오류와 편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산 자원의 한정성과 문제의 복잡성이 나타나 근사적인 추론이 필요할 때에 휴리스틱을 사용한다(Bramley et al., 2017).
핵심 개념
인과적 정신 모델은 인과적 구조를 지닌 세계에 대한 내적인 표현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물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게 한다. 이 모델은 새로운 간섭에 대해서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연합(associative) 모델이나 논리 기반 모델과 구분된다. 예를 들어, 내 고양이에 대한 나의 인과적 모델은 내가 고양이의 꼬리를 밟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게끔 해준다.
비실재적 요소들(counterfactuals)은 실제로 일어난 것들에 대한 상상된 대안들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버스를 타고 갔는데 직장에 늦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당신이 자전거를 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비실재적 요소들은 실제세계와 같게 유지되는 것(e.g., 그날의 날씨)과 바뀌는 것(e.g., 출근하는 경로)을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타당한 비실재적 요소들을 구축해내는 능력은 인간 이성의 힘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성취되는지는 아직 논의중에 있다.
직감 이론(Intuitive theories)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체들의 물리적 성질이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같은 범주들에 대한 상식이다. 이것은 특정한 상황에서 가능한 설득력있는 인과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나의 애완동물들에 대한 내 직감 이론은 내 고양이의 행동에 대한 추론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을 도울 것이다.
질문들, 논란들, 그리고 새로운 발전들
정신적 시뮬레이션 설명은 복잡한 상황으로의 확장, 추상적 관념과의 연관이 이뤄지는 방식에 대해 표현할 때 어려움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정신적 시뮬레이션을 군사 개입의 효용성과 경제에 사용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되어 특정한 패턴의 물리적 추론 오류를 보이는 이들이 정신적 시뮬레이션의 사용과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도 존재한다(Ludwin-Peery et al., 2021). 많은 것들이 어떻게 시뮬레이션이 특정되는지와 시뮬레이션이 고성능 처리와 무난한 수준의 처리 둘 중 어디에 의존하는지와 관련되어있다. 사람들이 전체 시뮬레이션보다 부분적 시뮬레이션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계산 자원의 제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Bass et al., 2021).
또다른 문제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할 반실재적 요소를 결정하는가와 어떻게 과결정문제(몇몇 가정들 각각이 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나 선제결정 문제(어떤 한 원인이 다른 대안적 원인의 실현여부를 결정해버리는 상황)를 회피하는가가 있다. 두가지 상황 모두, 단순한 반실재적 요소가 잘못된 인과적 판단을 이끌어내게 된다(Halpern, 2016).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으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의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가지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있는데, 기존 지식의 융합과 재활용을 통하여 새로운 인과적 개념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Zhao et al., 2023). 우리의 인지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외부 영향 없이도 더 풍부한 인과적 개념을 만들고 다른사람들과 이것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어떻게 인과적 지식을 개발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인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연결점들
인과 추론은 법, 건강, 환경에서의 의사결정과 같은 수많은 실용적 영역의 핵심에 걸쳐있다. 사람들이 인과 모델을 복잡한 영역들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수록, 의사결정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법적 의사결정에 관한 지배적인 심리학 모델은 사람들이 인과에 대한 지식을 증거를 설명하고 혐의를 확정짓기 위한 서사 구축의 일환으로 사용한다고 단정했다(Lagnado, 2021; Pennington & Hastie, 1992). 그러나 정확히 사람들이 어떻게 이것을 해내는지, 이것이 규범적인 인과추론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되는지는 여전히 연구중이다.
인과추론은 또한 책임 부여에 있어서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것이 도덕이든 법이든 간에 말이다. 인과 시뮬레이션적 접근에 영향을 받아, 협동 프로젝트의 성패와 같이 복수의 행위자들이 주요 결과에 기여할 때 사람들의 책임 부여 방식을 결정하는 요소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어떻게 사람들을 독려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게 할지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준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던 분야인 인과추론에 대해
Open Encyclopedia of Cognitive Science 문서가 있어 번역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