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도 물체 (object)가 될 수 있나요?

인식론린이 (인식론 초보라는 뜻) 입니다. 요즘에 인식론 들으면서 페이퍼도 쓰고 하고 있는데, 믿음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네요. 믿음을 명제나 숫자와 같은 abstract object로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인터넷 찾아보면 beliefs as objects는 안 나오고 objects of beliefs만 자꾸 나와서 화딱지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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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ject는 통상 마음과 독립적으로 있다 간주되는데, belief는 그렇다기보다는 특정 states of mind에 가깝지 않나요?

뭐 belief가 proposition의 형태로만 이루어져있다면, 명제는 추상적 대상이니 어찌저찌 끌고 갈 수 있겠지만, 굳이 이런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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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states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믿음은 mental state보다는 mental state 안에서 행해지는 무언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I am in a mental state in which I believe that p"와 같이 설명이 된다면, mental state와 belief를 동일시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 위 문장을 바꿔 말하면 "I am in a mental state in which a belief that p takes place" 인데, 만일 믿음이 특정 mental state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면, 저 문장은 특정 mental state안에서 특정 mental state가 행해진다와 같은 의미인데, 그러면 조금 이상해보이거든요. 근데 "I am in a mental state in which I believe that p"가 말이 안 되는 문장이고, 사실은 믿음은 특정 mental state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을 하신다면 흥미롭긴 하겠네요.

+) 근데 지금 SEP를 읽어보니, 믿음은 a mental state in which believer takes an attitude to a certain proposition 처럼 봐야하는 것 같네요.

Most contemporary philosophers characterize belief as a “propositional attitude”. Propositions are generally taken to be whatever it is that sentences express (see the entry on propositions). For example, if two sentences mean the same thing (e.g., “snow is white” in English, “Schnee ist weiss” in German), they express the same proposition, and if two sentences differ in meaning, they express different propositions. (Here we are setting aside some complications that might arise concerning indexicals; see the entry on indexicals.) A propositional attitude , then, is the mental state of having some attitude, stance, take, or opinion about a proposition or about the potential state of affairs in which that proposition is true—a mental state of the sort canonically expressible in the form “S A that P ”, where S picks out the individual possessing the mental state, A picks out the attitude, and P is a sentence expressing a proposition. For example: Ahmed [the subject] hopes [the attitude] that Alpha Centauri hosts intelligent life [the proposition], or Yifeng [the subject] doubts [the attitude] that New York City will exist in four hundred years. What one person doubts or hopes, another might fear, or believe, or desire, or intend—different attitudes, all toward the same proposition. Discussions of belief are often embedded in more general discussions of the propositional attitudes; and treatments of the propositional attitudes often take belief as the first and foremost example. (SEP, Belief)

그래서 "I am in a mental state in which I believe that p"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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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 사실 belief가 엄밀히 정의된 용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일상에서/folk하게 belief는 trust/faith 같은 굉장히 강고한 것부터, "난 핸드폰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같은 굉장히 직관적으로 옳아 보이는 상황까지 포괄하죠.

그리고 전 belief는 굉장히 fundamental한 mental states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묻기 전까진 아는지/믿는지 모르는 belief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넌 지구가 망할거라 생각해?"라는 질문을 들어야 이에 대한 믿음을 의식하게 되지만, 이게 이 순간 생성된다 쳐도 이 생성의 기반이 되는 여러 믿음들은 마음 한구석에 있다,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비의식적인/암묵적인 믿음들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고 판단하겠죠.

여튼 belief에 대한 제 견해는 이와 같습니다.

다만 질문자님이 제시하신 문장에 따른 의문은,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라서 그런지 제 눈에는 그게 그것처럼 보이네요.

ps. SEP 추가분은 이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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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존재론적인 분석으로는, object는 의미론적 substrat에 해당하고 동일하게 "반복 가능"한 반면, act는 동일하게 반복도 불가능하고 주관성으로 특징지어지죠. 만일 믿음을 물체로 환원한다면 불합리한 결론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판단의 양상이 아니라 한갓 대상이라면, 믿음에 대해 고군분투할 이유가 없겠죠. 물론 믿음은 "대상화될"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대상은 아닐 겁니다. 저는 후설의 현상학에서의 입장(「후설 현상학의 일반적 입문 - 『이념들 I』을 중심으로 1: 본질의 유형학」 : 네이버 블로그)을 바탕으로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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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믿음은 마음의 상태인가?

분석철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논의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비트겐슈타인은 믿음을 (특히, 종교적 믿음을) 마음의 상태라고 보지 않습니다. 만약 믿음이 마음의 상태라면,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은 믿음이 사라진다고 해야 할 텐데, (그래서 저는 잠을 자는 동안 기독교인일 수 없다고 해야 할 텐데,) 이런 식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죠. 또 우리가 유튜브를 보면서 딴 생각을 할 때는 마음의 상태가 영상에 집중되니, 그때도 우리는 믿음을 상실한 셈이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죠. 그 이외에도, 고통, 기쁨, 사랑, 분노 같은 마음의 상태들이 '강하다'라거나 '약하다'처럼 강도를 통해 시시각각 표현될 수 있는 반면, 믿음에는 그런 주관적인 강도가 적용되는 것이 어색하다는 점도 있죠.

(2) '대상'이라는 용어를 폭넓게 쓰면 안 되나?

맥락에 따라 '대상'이라는 용어를 한정적으로 써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믿음에 대해 이 용어를 쓴다고 해서 크게 어색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실제로, 현상학 전통에서는 '지향적 대상'이라는 용어를 여러 가지 심적 상태에 적용하기도 하니, 그런 용례가 철학적으로도 통용될 만하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는 신을 믿는다."라고 할 때 믿음은 '지향적 활동'이고, 신은 '지향적 대상'이지만, 후설의 현상학은 다시 지향적 활동 자체를 대상으로 삼아 기술하는 작업이라서요.) 심지어, 투겐트하트는 '대상'이라는 용어가 "어떤 것인 모든 것(everything that is something)"을 의미한다면서, 이 용어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존재자(on)'에 대응한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상'이라는 용어로 표현해도 괜찮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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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여기서 간접적으로 다뤄진 것 같네요. 특정 mental state에 있을 때만 믿고, 아닐 때는 성향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믿는다고 하면 믿음이 마음의 상태라는 테제를 유지하기 어렵진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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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저는 믿음이 마음의 상태라면 물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범주 오류 (category error) 를 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태는 물체가 있는 상태지, 물체가 아니니깐요. 예를 들어 바다가 파도치는 상태에 있다면, 바다는 물체고 파도치는 상태는 물체가 아닌 상태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뭐 카펫이 주름진 상태에 있다면 주름진 상태는 물체가 아닌 상태고 카펫은 상태가 아닌 물체고... 흥미로운 논의긴 합니다. @YOUN 님은 현상학이 생각나시겠지만 저는 스피노자가 생각나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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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분은 심리철학에서는 대개 Occurrent vs. Dispositional Belief 구분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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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믿음을 성향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에 딱히 제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펠드만과 코니의 내재주의는 '정당화'의 조건과 관련된 입장이다 보니 '믿음'에 대한 정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스럽긴 해요. 더욱이, (a) 의식적인 상태와 (b) 무의식적이지만 성향적인 상태를 둘 다 '믿음'이라고 부르려 한다면, 결국 이 경우 '믿음'이라는 말을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애매하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 경우 믿음 중에서 성향적인 믿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성향 자체가 믿음의 본질적 정의는 될 수 없는 거죠.

(2) 저는 '대상(object)'이라는 개념에 '사물(thing)'이나 '물체(body)'라는 의미가 반드시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우리의 마음 앞에 주어져 있는 모든 것들을 일반화하여 가리키는 말이 '대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 말은 어원적으로도 '~의 방식으로'라는 의미의 'ob-'와 '던지다'라는 의미의 'jacere'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독일어 'Gegenstand'도 '~의 맞은편에'라는 의미의 'gegen'과 '서 있다'라는 의미의 'stand'로 구성되어 있고요. 그래서 나의 마음의 반대편에서, 내 마음이 바라보고, 떠올리고, 탐구하는 모든 사물, 사건, 활동이 포괄적으로 '대상'이라고 불리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해요. 현상학자들도 이 점에서 '대상'이라는 용어를 폭넓게 쓰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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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믿음을 단순히 마음의 상태로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가 의문스럽습니다. 만일 믿음을 마음의 상태로 정의한다면 앞서 말한 대로 예컨대 자고 있을 때에는 그 믿음이 유지되지 못하겠죠. 그런데 작용으로서의 믿음과 '흡수된' 또는 '침전된' 믿음으로서의 "신념"(침전된 믿음)은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가령 예시의 "내가 기독교인이다"라는 믿음/신념은 평소에는 현동화되지 않은 상태로 그저 침전되어 있지만, 내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자각할 때 비로소 현실태가 된다고 말이에요. 즉 의식적인 상태로서의 믿음과 무의식적인 상태의 믿음을 구별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것이 약간의 언어적인 억지(?)를 동반하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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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부분은 제대로 이해를 못했어요. 정당화의 조건과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때 '믿음'에 대한 정의와 어느 정도는 양립가능한 이론을 내놔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성향적 믿음이 내재주의가 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립적이지는 않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가능하다는 건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음... occurrent belief를 현실적 상태, 그리고 dispositional belief를 잠재적 상태라고 두면 딱히 애매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제가 말하고자하는 건 (그리고 아마 펠드만과 코니가 말하고나 하는 건) 성향 자체가 믿음의 본질적 정의라는 것이 아닌 성향적 믿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이때 제가 믿음의 본질적 정의에 성향성을 넣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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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부분은 정말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나뉘는 것 같아요.

전 이부분은 사실 중립적인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믿음은 물체_현상학이지만 물체_분석철학은 아닌 그런 느낌이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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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생산적인 논의가 댓글을 통해서 진행되서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Mandala 님께서 언급하신 것 같이 believe/belief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게 쓰이는 말이다 보니 "~라고 생각한다"에 가까운 일상적인 함의부터 @YOUN 님이 전제하시(고 있는 것으로 제게 보이는) 종교적 믿음(faith)의 함의도 있는듯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자의 경우 말씀하신 dispostinal belief에 연관지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뭐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생각해?" "나는 된장찌개라고 생각해"라는 언설에서의 대답은 발화자의 입맛이나 취향 등의 disposition에 의해 잠재적으로 존재하던 것이 질문에 의해 현실화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그런식으로 촉발되어 현실화되는 믿음이라기보다는 연속성이 있는 믿음이라는 점에서 전자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혹시 @yhk9297 님께서 전제하고 계시는 belief가 무엇인지 조금 더 구체화해주시면 논의도 더 구체적으로 흐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댓글을 보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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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종교적 믿음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개가 있겠습니다. 첫번째, 종교적 믿음이 일반적 믿음과 다르다는 것이 와닿지 않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브로콜리는 건강하다>란 믿음과 종교적 믿음에 어떤 차이가 있길래 종교적 믿음만이

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종교를 잘 모르는 제가 보기에 둘 다 상황에 따라서 성향적이거나 occurrent일 수 있어보입니다. 위에서 논의된대로 자고 있을 때 저는 브로콜리는 건강하다고 믿지 않고, 신에 대한 믿음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한테는 어색해보이지가 않네요.

두번째, 이 포스팅은 현대 인식론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인식론에서 다루는 믿음의 범위가 종교적 믿음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인식론에서의 믿음은 명제적 믿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I believe in x"와 같은 믿음은 명제적 믿음이 아니기 때문에 포함이 안 되고, "I believe that p" 와 같은 형식이 이 포스팅에서 다루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I believe in God" 와 같은 형태의 믿음은 포함이 안 되겠지요.

그러니깐 (1) 종교적 믿음이 명제에 대한 믿음이며, (2) 그 믿음이 <브로콜리는 건강하다> 와 같은 믿음과 다르게 연속적이어야할 이유를 말해주시면 저도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종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더 적지를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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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Eric Mandelbaum이 The Science of Belief: A Progress Report라는 굉장한 제목으로 재밌는 글을 썼는데 철학적 논의에서 사용되던 믿음과 경험과학적으로 사용되는 믿음에 대한 논의를 잘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철학적 논의에서 이야기되는 믿음은 기능주의적으로 이해된 특정한 성향을 함축하는 심적 상태가 맞습니다.

보통 종교적 믿음은 믿음이라기보다는 신념(faith)이라고들 하고 보통 다르게 봅니다. 이 둘의 구분은 언급하신 Schwitzgebel의 SEP article에도 잘 나와있고, 의도에 관한 논의에서 Rae Langton의 Intention as Faith에서 잘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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