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인데, 아주 어렵지만 아주 도움이 되네요. 특히 생명이 어떻게 범주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을 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혹시라도 생명이랑 범주에 관심있는 분들은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아직 보진 않았지만 실천철학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실천철학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흥미로워 보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행위 철학 연구자들은 통상 에이전트의 범주에 인간 내지 유기체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읽은 적이 있거든요. 루틀리지 행위철학 개론서 입니다. 예컨대 에이전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 변화의 원천으로서 에이전트 그리고 변화 내지 무엇이 발생하게 할 역량을 에이전시라고 정의하는 것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경우 정의가 너무 광범위 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즉 화학품이나 토네이도도 에이전시를 지닌 에이전트로 볼 수 있게 되는데, 다수의 행위 이론가들이 이러한 규정 방식을 꺼려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적혀 있더라구요. 그리고 에이전트와 에이전시를 Attributability를 가지고 정의하는 방식의 경우, 신체 내 소화 작용도 어떤 작용이지만, 그 소화 장기를 에이전트로 파악하지는 않고 인격성을 지닌 개인을 에이전트로 파악하고자 한다고 적혀있더라구요. 해리 프랑크퍼트의 경우 인간과 유기체 정도를 에이전트로 본다고 하더군요.
yhk9297님께서 읽고 계신 책의 경우, 이러한 행위 철학 내의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입장에 대해 저자는 어떤 포지션으로 다루는 지 궁금합니다. 예컨대, 이러한 입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브루노 라투르 류의 입장은 토네이도도 에이전트이다 라고 볼 텐데요, 읽고 계신 책의 저자의 경우 이러한 탈-인간중심주의적이고, 비의도성, 비인격성이 특징적인 에이전트와 에이전시 개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지 아니면 이러 입장도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것으로 다루는 건지요? 읽고 계신 본 책이 생명과 행위를 동시에 타이틀로 달고 있어서 어쩐지 제 질문이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요. 관련 있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
어이쿠... 일단 이 책이 제게 굉장히 어려웠고, 책의 극히 일부분 (생명에 관련된 부분) 이 제 연구랑 상관이 있어서 그 부분만 읽었네요. 그리고 읽고 나서 아직 깊게 생각해보진 않아서 말씀드릴 것이 많지도 않고, 또 정확도도 많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답을 드리자면, 톰슨은 생명이라던가 (실제로 다루는지는 초반만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에이전시라던가 하는 것들이 필요충분조건으로 설명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명이라는 것을 이런저런 조건을 달면서 정의를 하려고 하지만, 사실 생명이라는 것은 범주로 이해돼야한다는 것이 톰슨의 논지같아요. 다시 말하면, 'x가 생명이다'라고 하는 것은 x가 생명의 정의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minimal requirement of intelligibility 처럼 이해가 돼야하는 거죠. 예를 들어 (톰슨의 예시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명은 번식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런 저런 반례를 들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번식을 하지도 않고, 수많은 생명들이 번식을 할 능력조차 없다고요 (선천적으로 번식이 불가능한 생명체들은 있으니깐요). 하지만 톰슨은 어떤 것이 번식을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생명이 아니라고 할 근거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신, 그건 생명이지만 defect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톰슨은 생명의 개념에 장기를 갖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뭐 얼린 낙타들을 정렬해놓으면 장기로써의 조건은 충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린 낙타들의 aggregate이 생명이 되진 않는다... 이런 예시들을 썼던 것 같네요.
만일 톰슨이 에이전시를 생명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면 PSB님에 조금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톰슨은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이유가 우리가 에이전시에 대해서 잘못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지만) 브루노 라투르 류가 저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토네이도가 에이전시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라고 할 텐데, 이는 x가 에이전시라는 것이 x가 이런 저런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그리고 이 전제가 톰슨이 비판하고자 하는 전제입니다. 톰슨에게 있어 에이전시란 하나의 범주고, 필요충분조건으로 완전하게 서술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앞에 생명 부분만 읽었고, 실제로 톰슨이 에이전시를 논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생명 부분을 읽었을 때 이런 얘기를 했었고, 아마 에이전시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 같은데, 그럴 경우에 PSB님이 언급하신 부분과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를 나열한 것 뿐이지요. 또,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톰슨의 생명 논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제 예측을 공유해보면 나름대로 fruitful할 것 같아서 공유해봅니다!
행위자성이나 행위의 본성에 관해서 물론 여러가지 얘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위 철학에서 문제로 삼는 것은 의도(intention)가 개입된 것을 말합니다. 사실 "의도적 행위"는 행위(action)와 행동(behavior)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게 되면 잉여적인 표현에 가깝습니다.
행위 철학의 큰 두 전통 중 하나인 데이빗슨은 행위를 믿음과 욕구로부터 야기된 것으로, 앤스컴은 이유를 물을 수 있는 것이자 행위자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모종의 비관찰적(non-observational) 지식을 갖는 것을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앤스컴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토네이도 케이스나 소화작용은 둘 중 어느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토네이도나 단순히 소화작용을 하는 유기체라고 해서 행위자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네요.
네, 그 루틀리지 개론서에서도 20세기 이후에는 의도적 행위가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라는 요지로 설명하더라구요. 그렇기에 토네이도나 소화 기관을 에이전트로 안 보다는 거 같아요. 행위에서 의도성을 핵심으로 삼고, 인간과 몇몇 유기체 동식물? 정도만 국한해서 에이전트로 보는 거겠죠?
그런데 "생명" 범주와 관련해 해서 행위 철학 관련한 논의가 어디 있을까 궁금해서 yhk9297님께서 읽고 계신 책이 그런 부분을 혹시 다루는 지 궁금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