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temic Injustice (Mckinnon 2016)
1. Credible Testimony
■청자(이하 H)가 화자(이하 S)가 말하는 것을 알기 위해 혹은 적어도 정당하게 믿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들이 무엇인가?:
-래키의 입장: H가 S의 말을 통해 무언가를 알기 위한 조건은 세 가지다: (a) S의 말이 참일 것; (b) S는 증언에 관해 충분히 신뢰할 만한 사람일 것; (c) H가 S를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할 근거가 있을 것.
만일 b와 c 조건을 만족할 때, H는 정당한 믿음을 얻게 되고, a 조건까지 만족한다면 S를 통해 얻은 H의 믿음은 지식이 된다.
■신뢰성 판단의 조건: H가 S로부터 무언가를 들을 때, H는 S와 S의 말 모두에 관해 신뢰할 만한지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을 신뢰성 판단이라고 부른다. 신뢰성 판단을 위한 자료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고 여겨진다: (a) S에 대한 정보; (b) S의 주장 전달 방식에 대한 정보; (c) S의 주장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 (d) S의 주장이 가진 구조적 특징에 대한 정보
※(d) S의 주장이 가진 구조적 특징에 대한 정보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제공된 예시는 ‘S의 주장의 출처가 평판이 좋은 뉴스 기사인가?’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구조적 특징’인가?
■인식적 부정의 및 증언적 부정의의 등장 배경과 특징
기존에는 증언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필요조건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음. 증언이 체계적으로 잘못되는 경우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시작됨.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신뢰성이 적절하지 못하게 화자들에게 배분되는지 따지려는 시도가 프리커의 작업을 통해 불붙음. (이미 인식적 부정의는 프리커 이전에 흑인/유색 인종 중심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었음. 그러나 그들은 인식적/증언적 부정의를 당해 주목받지 못했고, 프리커는 백인이다.)
프리커의 정의에 따르면 마땅히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낮은 신뢰도를 S에게 부여할 때 신뢰성 결핍이, 그 반대의 경우엔 신뢰성 과잉이 발생한다. 이 두 경우 모두 정의롭지 못하다. 특히 프리커는 H의 정체성 편견으로 인해 S가 신뢰성 결핍을 겪는 상황에 집중하는데, 그러한 상황을 증언적 불의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본다.
증언적 불의는 모종의 앎을 가진 S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기에, 인식론적 부정의의 한 종류이다. 이에 더해, 앎은 정치·사회적 배경에 매개되어 있는데, 특히 증언적 부정의는 정치·사회적 편견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2. Testimonial Injustice
프리커는 인식적 부정의를 증언적 부정의와 해석학적 부정의 둘로 나눈다. 둘 모두 앎을 가진 행위자로서 S가 인식적으로 해를 입는 경우를 칭하는 개념이다.
■증언적 부정의: 프리커의 정의에 따르면 증언적 부정의는 정체성에 관한 편견으로 인해 신뢰도 결핍을 입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H가 “여자는 감정적이라 이성적 판단을 못해서 그녀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라고 판단할 경우, 실제로는 어떤 사실을 믿을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있는 여성 S는 증언적 부정의를 겪게 된다.
■증언적 부정의의 효과: 증언적 부정의를 겪는 S는 화가 날 것이다. 그렇다면 H는 다시 한번 “S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니까 그녀의 말은 들을 필요 없다”라고 판단할 것이고, S는 다시 화가 날 것이다. 이렇게 증언적 부정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신뢰성 과잉의 문제: 프리커는 증언적 부정의 중에서 신뢰성 결핍을 주된 연구 대상이라고 말하지만, 신뢰성 결핍과 과잉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백인 소녀를 강간했다고 거짓 기소당한 흑인 남성이 있다고 하자. 재판관과 검사가 인종적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흑인 남성의 증언을 별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백인 소녀 또한 인종 차별에 찬동하는 자라면, 그녀는 재판관과 검사가 자신의 증언을 더 많이 신뢰하려는 것을 즐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신뢰성 결핍과 과잉은 서로 연결된 문제이므로, 프리커와 달리 우리는 신뢰성 과잉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3. Hermeneutical Injustice
■해석학적 부정의; 해석학적 부정의는 해석학적 주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해석학적 주변화란 사회적으로 불리한 집단이 자신이 겪는 주변화의 존재와 그 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해석학적 자원—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데 유용하며 널리 알려진 개념—의 부족으로 인해서 앎에 접근할 수 없거나 의사소통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자신이 겪는 것을 적절히 이해하고 소통할 수 없는 해석학적 주변화의 상황에 놓인 사람의 경험은 적절하게 사회에서 다뤄질 수 없다. 이 점에서 그 사람은 부정의를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성희롱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여성들은 자신이 겪는 불편한 경험을 적절히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경험은 해로운 의도가 없는 농담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물결 이후 성희롱이라는 개념이 고안·정착된 후, 우리는 여성이 겪는 경험을 이해하고 그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됐다.
4. Developments on Epistemic Injustice
프리커의 작업 이후 인식론적 부정의에 대한 탐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다양한 개념들도 등장했다.
■무지에 관한 인식론: 해석학적 부정의가 발생할 때, 두 가지 무지가 발생할 수 있다: (a) 주변화된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억압을 이해할 해석학적 도구가 없어서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하다; (b) 지배적 사회 집단에 속한 사람은 여전히 주변화된 사람 집단이 겪는 억압에 무지하다.
하지만 주변화된 사람/집단이 적절한 해석학적 도구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지배적 사회 집단에 속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주변화된 사람/집단과 의사소통하길 거부하거나 그들의 입장을 왜곡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도적인 해석학적 무지(willful hermeneutical ignorance)’라고 한다. 의도적인 해석학적 무지 상황에서 지배적 사회 집단에 속한 사람은 주변화된 사람 집단이 겪는 억압에 무지하게 될 수 있다.
■증언적 침묵과 증언적 질식: 특정한 사회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인식론적 억압이라고 하는데, 이는 증언적 침묵과 증언적 질식이라는 두 결과를 발생시킨다.
-증언적 침묵: 정체성 편견이나 무시로 인해 H가 S를 무언가를 알고 말하려는 자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를 칭한다. 이때, 침묵 당하는 자는 단순히 신뢰성 결핍을 겪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언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된다.
-증언적 질식: 자신이 겪을 인식론적 부정의나 무시를 알고, S가 말하지 않으려는 경우를 칭한다. 하지만 S가 자발적으로 침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S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적절한 신뢰성이 부여되지 않거나 무시당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보론: 이상에서 언급한 문제나 상황 등은 모두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의료 행위나 교육 등에서 발생하는 인식론적으로 부정의한 상황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신뢰의 역할과 같은 유관 분야 탐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