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철 교수의 저서-"에드문트 후설: 엄밀한 학문성에 의한 학문의 개혁" (살림)을 참고로 하여 작성한 댓글입니다)
후설에 있어서 '구성(Konstitution)'은 노에시스-노에마 구조에 따른 지향적 의식의 대상 형성작용을 말합니다.
의식은 항상 어떤 것에 대한 의식입니다(의식의 지향성). 따라서 대상이 없는 순수의식 같은 것은 적어도 여기에서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의식은 지향성에 근거하여 세계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요, 이 지향적 의식은 대상성을 추구하고 의식체험과 대상을 연결하려 합니다.
의식체험은 바로 우리가 내적으로 하는 체험이지만, 외부의 대상들은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서 일종의 초월적인 성질을 가집니다. 우리는 외부의 대상들을 만지고 보고 맛보는 등 감각적 소여를 통해 감각자료를 얻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 감각자료를 어떻게든 해서 이를 통해 우리 의식과 우리 의식을 초월(바로 금방 말한 맥락에서의 의미로서의 초월성)한 대상을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위의 지향적 의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대상산출적 의미부여 작용을 '노에시스(Noesis)'라고 하고, 이 노에시스 작용에 의해 형성된 의미의 통일체, 즉 지향적 대상을 '노에마(Noema)'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노에시스-노에마 구조에 따른 지향적 의식의 대상 형성작용을 바로 후설이 "구성(Konstitution)"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자하비가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되는 차원은 의미의 차원이지 존재의 차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문제 있다고 말했다는 부분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초월론적 주관에 의한 구성작용에 의해 구성된 세계는 바로 지향적 대상입니다. 이 지향적 대상은 주관에 의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세계가 지향적 대상으로서 초월론적 주관성에 주어짐으로써 세계와 주관은 지향적 연관 내에서 하나로 결합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세계는 주관성에 의존하게 됩니다. 후설에 따르면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되는 차원, 초월론적 주관성이 보고 의미를 부여한 지향적 대상은 '실재 그 자체'입니다. 실재의 의미적 차원, 혹은 실재의 표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되는 차원은 단지 의미의 차원이라고 하는 말은 이런 맥락을 고려해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음으로,
자하비는 후설의 "구성"을, 세계에 대한 주관의 창조적 과정이 아니라 "(구성은) 나타남과 의미를 허락하는 과정, 즉 구성된 것이 나타나고 펼쳐지고 명확히 표현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도록 허락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132p)" 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감조차 잡기 힘듭니다...
이 부분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구성의 의미가 '노에시스-노에마 구조에 따른 지향적 의식의 대상 형성작용'이라고 위에서 언급했었죠. 이것은 세계가 바로 우리 의식주관에 의해서 비로소 형성/창조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밖의 나무와 풀, 건물들이 바로 우리 의식주관에 의해 (존재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비로소 창조되어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 극단적인 주관적 관념론이 아니라, 주관과 세계가 지향적 연관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어 있고 세계는 초월론적 주관성에 의해 구성된 지향적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세계의 현실적 존재성은 부정되지 않으며, 단지 후설은 세계를 지향적 상관자로 이해하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구성은 세계를 시원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며, 나타남과 의미를 허락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가 모든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또 참되게 정당하게 간주되는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한번 언급한 문장입니다만)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되는 차원, 초월론적 주관성이 보고 의미를 부여한 지향적 대상은 '실재 그 자체'입니다. 실재의 의미적 차원, 혹은 실재의 표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논리에 대해 이후 메를로퐁티는 지각적 신뢰에 의하여 단순히 (초월론적) 환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식에 의해 세계의 현상성이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비판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대로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평안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