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과 그냥 해'의 차이에 관해 궁금합니다

19년도에 나이키에서 자신들의 대표적 슬로건인 'Just do it' 을 직역하여 '그냥 해' 라는 컬렉션이 나왔습니다. (패션에 무지해서 컬렉션이라는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이 '그냥 해 '로고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이 'just do it ' 로고를 보는 것과 내가 '그냥 해'로고를 볼때 분명히 느낌(인식?) 이 다를 것 같은데 그건 어떤 차이에서 기인하는 걸까?

개인적인 결론은 영문과 한글의 회화적(?) 차이에서 오지 않을까, 또 언어가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되는 것은 불가능 하기때문에 그냥 해 는 just do it 의 의미와 뉘앙스를 완벽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이 두가지로 결론내렸습니다.
주변 지인들과 이 얘기를 해본적이있는데
차이가 없다라는 사람도 있고 저와 비슷한 이유로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컬렉션이 19년도에 나온것같은데 대략 3년간 꾸준히 생각나는 주제 였네요.
이 문제와 상관없이 최근에 언어철학 교과서를 공부중이긴 한데 전 아직 어디서 부터 접근해야 할지 어떤 분야의 문제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부족합니다.. (대략 심리학 혹은 언어학쪽이 아닐까 짐작 해볼 뿐입니다...)

아무튼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 명확히 알고싶습니다.
사실은 같을 수도 있겠지요 (!)
혹은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선생님들의 분야에서 답을 주시거나, 관련 텍스트나 책을 알려주신다면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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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인을 거론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minari님의 호기심은 철학보다는 사회언어학에 적합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77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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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차를 보니 제 호기심에 근접한 학문같네요 ! 추천 감사합니다.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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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읽어본건 저것뿐이지만 언어심리학이란 분야도 찾아보시면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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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궁금한게 참 많은 요즘인데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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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ell93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언어철학 자체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다른 분야들에 가까운 고민인 것 같긴 하지만, 언어철학의 관점에서도 몇 가지를 적어볼게요.

여기서 "완벽하게 번역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크게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네요.

(1) 콰인의 번역불확정성의 관점에서

한 언어와 다른 언어를 1:1로 대응시킨다는 건 가능하지 않죠. 콰인이 '가바가이'의 예시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가바가이!"라는 원주민의 말을 '토끼', '분리되지 않은 토끼의 부위', '토끼의 단계' 중 어느 것으로 번역하더라도 원주민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죠. 이런 점에서, (번역에는 결코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모든 번역은 불확정성(indeterminacy)을 지닌다는 것이 콰인의 주장이에요. 나이키의 예시로 돌아가자면, 우리는 "Just do it"을 "그냥 해", "단지 그것을 해", "그냥 하라고", "그것을 하라." 등으로 수 만 가지 방식으로 번역할 수 있고, 그 번역 중 어느 하나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그냥 해" 이외의 다른 번역에 더 익숙한 사람에게는, "Just do it"과 "그냥 해"를 대응시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2) 데이비슨의 통약불가능성 비판의 관점에서

그렇지만 번역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번역의 '불확정성'을 번역의 가능성 자체에 대해 회의하는 '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으로 이해하면 문제가 발생해요. 가령, "영어 화자에게는 그 화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느낌'이 있어서, 한국어 화자는 그 느낌을 결코 알 수 없다."라고 하게 되면, 도식/내용의 이분법이라는 모순적인 문제에 빠지게 된다는 게 (콰인의 제자인) 데이비슨의 지적이에요. 나이키의 예시를 사용하자면, "그냥 해"는 "Just do it"의 올바른 번역들 중 하나라는 거죠. 우리가 "그냥 해"에 만족하지 못하는 건, (a) 그 번역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다른 올바른 번역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지, (b) 그 번역이 올바르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거에요. 말하자면, 우리는 "번역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번역의 정답은 무한히 많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어떤 번역도 정답이 아니다(번역이란 사실 가능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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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개념으로 이해한것은 아니지만 '번역 불확정성'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가비가이'의 예시와 콰인의 이름은 여기저기서 들어봤는데 (2)에서 말씀하신 데이비슨의 관점을 알게되어 좋았습니다. 도식/내용의 이분법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또 많이 얻어갑니다. 읽어보고 싶은 텍스트들이 점점 늘어가네요..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