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J. L. Mackie가 "인식의 기준(criteria of recognition)"이라고 칭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맥키가 자연종 명사에 대한 크립키와 로크의 의견을 비교하는 논문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고 없이 저 용어가 튀어나와서 나름 열심히 이곳저곳을 뒤져봤지만 발견한 바가 없어, 혹시 서강올빼미에 계신 분들이 아실까 싶어 여쭙니다.

맥락을 설명드리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맥키는 로크와 크립키가 '사람들은 보통 자연종 명사를 대상의 특성이 아닌 내부 구조를 지시하기 위해 사용한다'라는 주장을 공유하지만, 로크는 이를 단어의 오용으로 인해 비롯된 어떤 오류로 해석하는 반면, 크립키는 자연종 명사의 필연성에 대한 근거로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이후 맥키는 로크의 관점, 정확히는 "눈앞에 어떤 개별자인 금이 있다면 그 대상을 지시하기 위해 자연종 명사 '금'을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관점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로크가 이곳에서 알아채지 못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우리 앞에 어떤 금도 없더라도 ['금'이라는 단어를]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식의 기준의 방법을 통해 그 개별자를 도입하고, 그 단어를 그 기준이 아니라 그 개별자에 병합할 수 있다. (What he fails to see is that we can still do this meaningfully when we have no gold in front of us: we can introduce the stuff by way of the criteria of recognition, and yet annex the word to that stuff, not to those criteria.) (Mackie 1974: 179)

제가 어찌어찌 미숙하게 찾아본 바에 따르면 맥키는 어떤 종류의 인과 실재론을 믿은 것 같고, 그 점에서 저 '기준'이라 불리는 것은 우리에게 인식되는, 대상의 실재적 본질이 산출한 것으로 보이는 성질들인데, 인식의 기준을 충족했다면 우리는 '금'이라는 단어를 단지 성질들의 집합에 연합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개별자 금에 연합할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을 의도한 단어의 사용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확신이 안 서네요.

질문하시는 내용이 사실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정리해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글 내용을 차치하고 인용구에 대해서만 이해해 보자면, 단지 이런 말처럼 보입니다:

로크는 우리가 금의 실제 샘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금’을 통해 금을 지칭할 수 있음을 간과했다. 우리는 금을 인지할 수 있기 위한 특성들을 댐으로써 어떠한 물질을 우리의 담론에 도입할 수 있고, 이어서 어떤 낱말을, 그 특성들을 일컫는 표현으로는 만들지 않으면서도, 바로 그 물질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맥키가 ‘인지 기준’을 통해 일컫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퍼트남의 전형적 특성(stereotypes)입니다. 퍼트남 식의 외재주의 의미론에서 전형적 특성은 자연종 술어의 의미를 구성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어떤 대상을 그 자연종 술어의 외연으로 간주하기 위해 필요한 인식적 도구입니다. 맥키가 말하는 인지 기준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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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댓글에서 간단히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맥키가 생각하는 것이 조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용구만 봐서는 맥키는 나이브한 퍼트남적 이론보다는 살짝 복잡한 그림을 상상하는 것 같아요. 아래는 제 이해입니다.

가령, 우리가 ‘타키온’이라는 낱말을 정의한다고 합시다. 일단 타키온은 우리가 자연 상태에서 관측할 수 없는 입자이니 로크가 말하는 ‘눈 앞에 없는’ 물질의 사례가 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성향 문장을 통해 ‘타키온’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x가 타키온이다 iff x가 관측되었더라면, x는 광속보다 빠르게 운동하는 것으로 관측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타키온’을 ‘관측되었더라면, 광속보다 빠르게 운동했을 입자’로 정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인데, 가령 다음이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법칙 L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면, 타키온은 관측되었더라도 광속보다 빠르게 운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지는,

어떤 가능성 하에서, 타키온은 관측되었더라도 광속보다 빠르게 운동하지는 않았을 입자였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타키온’을 도입하기 위해 사용한 성향 문장(인지 기준)은 ‘타키온’의 의미를 구성하지는 않으며, 다만 ‘타키온’은 우리가 사용한 성향 문장을 만족하는 바로 그 물질에 직접 덧씌워지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기술구를 통한 지시체 고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다음 약속을 생각해 보세요:

지퍼를 개발한 사람을 z라고 부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퍼를 개발한 사람’은 ‘z’의 의미를 구성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z는 지퍼를 개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 충분히 참이기 때문입니다. 맥키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과 똑같은 점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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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다시 읽어보니 너무 조야하네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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