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칸트와 헤겔은 관심도 없이 영미철학만 하다가,
맥도웰의 Mind and World를 읽고 헤겔에 관심이 생겨
맥도웰이 언급한 피핀의 Hegel's Idealism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헤겔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네요.
챕터 1과 2를 읽고 제가 이해한 바를 기억에 의존해서 밑에 적었는데
이게 옳은지 틀렸는지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칸트에 따르면 conditions for possible experience는 다음과 같다:
conscious experience가 experience (더 정확히는 representation) of an object가 되게 위해서는 subject가 experiences를 unify해야 하고, the subject must implicitly be aware that she is having that kind of experience (for example, in the case of perception, that she is perceiving).
따라서 consciousness는 필연적으로 self-conscious하다.
(다른 말로 percetion은 필연적으로 apperceptive하다.)
그런데 칸트는 synthetic a priori한 주장을 만들기 원한다.
위 주장은 merely conditions for possible experience이니 analytic하다.
그래서 칸트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덧붙인다:
necessarily, objects of experience themselves (note: not things-in-themselves) are categorizable.
헤겔은 이 부분이 칸트의 철학을 inconsistent하게 만든다고 한다.
왜냐하면 칸트는 transcendental deduction에서 pure intuition과 pure concepts를 구분하는데, necessarily, objects of experience themselves (note: not things-in-themselves) are categorizable라는 주장은 그 구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피핀의 Hegel's Idealism은 되게 테크니컬해요 (이는 제가 아는 교수님도 동의하셨습니다). 저도 헤겔 전공인데 피핀 제대로 이해못해봤습니다 . 톡히 칸트의 통각 개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헤겔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면 제대로 읽는 게 거의 불가능한 책 같아요. 만일 헤겔에 대한 입문을 하고 싶으시다면 Houlgate - The Opening of Hegel's Logic이 좋고, 훌게이트의 새 책 Hegel on Being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결국 피핀이 1-2장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헤겔이 '칸트-이전 철학자'가 아니라 '칸트-이후 철학자'라는 것입니다. 가령, 칸트는 비판철학으로 인식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하였지만 헤겔은 그 구분을 무시하고서 칸트 이전의 무비판적 형이상학으로 돌아가버렸다고 하는 '통속적' 헤겔 이해를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피핀은, 헤겔이 결코 칸트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칸트를 높이 평가하였고, 칸트의 아이디어들을 헤겔 자신의 체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고 강조해요. 이런 부분을 통해서요.
칸트의 통각 개념은 주관이 객관을 결정한다는 점을 적절하게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헤겔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듯, 헤겔이 단순히 칸트 이전의 옛날 형이상학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칸트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면서 새로운 체계를 제시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헤겔의 체계에서는 칸트가 급진적으로 대체되지만 여전히 그 핵심인 '사유의 자기 규정'에 대한 아이디어는 남아 있다는 것이 피핀의 주장이죠.
선생님이 요약해주신 피핀의 헤겔 해석을 보면, 피핀이 이해하는 헤겔과 니체 연구자들이 이해하는 니체 사이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네요. (1) 어떤 틀을 통해 우리가 대상을 인식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칸트를 긍정하지만, (2) 그 틀이 '단순한 형식'은 아니라고 칸트를 비판한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3) 헤겔은 통속적으로 이해되는 것과 달리 칸트 이전 철학자가 아니며, 니체 또한 통속적으로 이해되는 것과 달리 그저 칸트를 공격한 철학자는 아니라는 점에서요. 저는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아쉽게도 제가 피핀의 니체 연구 저서를 제대로 읽어보진 않아서 그가 동의할지는 확실하지 않네요.
어찌 됐든 헤겔을 보면 볼수록 니체가 헤겔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고, 실제로 두 철학자가 지향하는 포인트가 대단히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훌게이트가 Hegel, Nietzsche, and Criticism of Metaphysics에서 헤겔과 니체를 연결을 많이 지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와 별개로, 요즘 쇼펜하우어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근데 보면 볼 수록 쇼펜하우어가 쉘링과 크게 다른 점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일부 학자들은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프로젝트가 쉘링이랑 너무 비슷해서 일부러 쉘링을 언급 안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요. 근데 헤겔이 워낙 쉘링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헤겔과 니체가 common ancestor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아 언급하신 책을 저번 여름인가 가을인가에 잠시 봤는데, 시간이 없어서 포기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읽어요.
말씀하신 언급하지 않기 전략은 니체도 쓰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니체와 흄 사이에 굉장히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유고 노트를 포함해서 니체는 흄을 거의 언급하지 않거든요. 저번 학기에 영국에서 흄을 전공하시고 니체에 관심 있는 선생님 세미나를 들었는데, 그 선생님도 니체와 흄 사이의 공통점이 분명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어쩌다보니 근대 철학의 주요 철학자 이름이 모조리 언급되는군요 ㅋㅋ. 다시 한번 철학사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명 더 언급하죠 ㅋㅋ 예전에 흄 교수님과 흄 얘기를 하다가, "근데 그건 하이데거 같은데요?" 라고 했더니, 그 교수님께서는 이미 하이데거의 많은 생각들이 흄한테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하이데거가 니체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뭔가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