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Allison, 『Kant's GMS: A Commentary』 - Introduction

Introduction(1-10)

GMS에서 칸트가 의지의 자율성을 발견 혹은 발견했기에 그것은 근현대 도덕 철학의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여겨진다. 칸트의 해당 작업에 대해 슈니윈드는 ‘자기 규율로서의 도덕 개념의 급진화’라고 평가한다. 전통적으로 자기 규율로서의 도덕은 법에 순종함으로 여겨졌고, 행위자를 규율하는 원리들의 원천이 자신 의지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칸트는 행위자를 규율하는 원리들의 원천이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급진적이다.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슈니윈드의 주장은 받아들일 법하지만, 그것은 인식론적 전회와 비견될 만큼 도덕 이론에서 이뤄낸 칸트주의의 혁명 중 중요한 부분을 무시했다. 칸트가 단순히 자기 규율로서의 도덕의 전통적 형태를 더 깊고 강력한 형태로 바꿔낸 점이 아니라, 이전의 자기 규율 개념이 양상은 다르나 타율성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적의 결과 상당히 다르게 보였던 도덕 개념들이 사실은 타율성의 다양한 형태일 뿐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는 자신의 선험적 실재론과 대립하는 것으로 다른 모든 철학을 선험적 경험론이라는 하나의 틀에 통합시킨 그의 이론 철학의 기초와 상응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칸트가 ‘타율성’ 개념에 체계적 의미를 불어넣은 것은 참이나, ‘자율성’ 개념을 만든 건 아니다. 사실, 칸트적 자율성 개념의 핵심은 자유를 ‘자기가 자신에게 부여한 법에 복종함’으로 이해한 루소가 선취하고 있다. 결국, ‘정치체의 사법적 법률에의 복종의 의무’를 논한 루소의 정식이 ‘자신 내면의 도덕적 입법에의 복종의 의무’로 변화한 것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내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윤리적 요구에 따를 때 나오는 이익과 관련된 질문에서 윤리적 요구의 적법성의 근원에 대한 질문으로 성격이 변화한다. 이는 ‘좋음과 좋음을 획득할 최고 수단의 성질을 결정할 도구’로 이해된 실천 이성의 개념을 ‘목적과 관련 없는 보편적인 규범적 원칙들의 원천’으로 다시 정식화하는 것을 동반한다. 순수한 형태로 재정식화된 실천 이성은 이따금 ‘좋음에 대한 정당성의 우선성’이라는 롤스의 정식으로 이해되곤 하는데, 이는 다소간 오해가 있다. 왜냐하면 롤스는 우선성의 원칙을 공정함(정의)에 적용하는데, 칸트는 공정함을 넘어 모든 윤리적 의무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칸트의 견해는 롤스의 정식이 아니라 ‘좋음에 대한 도덕 법칙의 우선성’으로 기술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그의 자율성과 정언 명령 개념과 불가분하게 연결된 이 우선성에 대한 칸트의 강조가 근대 도덕 철학에 가장 기여한 부분이다.

중요한 철학에 대한 다른 주석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해석은 매우 논란이 많고 여타 철학자들이 반박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GMS는 근대 도덕 철학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저작이라는 점인데, 이를 고려하면 주석가들이 물어야 하는 질문은 ‘정초에 주석을 추가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양면적이다. 여타 위대한 철학 저작과 마찬가지로 GMS에 대한 해석은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입장을 많이 바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위의 입장이 현재로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기에 또 주석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가 영미권의 칸트 도덕 철학에 대한 정점에 달한 시기이다. 예전에는 GMS와 KpV가 칸트 윤리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여 둘을 함께 공부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GMS는 메타 윤리학 작업으로 분류되고 도덕의 최상 원칙을 찾고 정초하는 두 과제를 위한 개별 목표를 지닌 독자적인 작업으로 분류되곤 한다. 또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MM에 대한 중요도도 인정되고, 그것은 규범 윤리학적 작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더해 칸트의 도덕 이론은 도덕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저작들에 대한 지식도 요구된다고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칸트 도덕 이론을 메타 윤리와 규범 윤리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정언 명령의 성격과 기능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돕는다. 그 이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주 비판받던 정언 명령을 다양한 유형의 의무에 적용하는 GMS 2는 그것으로부터 특수한 의무들을 얻는 데 실패한 시도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특정한 준칙이나 전제된 과정을 배제하는 데 유익함을 드러내는 시도이다. 둘째, 정언 명령은 상황이나 판단의 역할에 대한 주의 없이 마치 기계적으로 의무를 도출하는 알고리즘이 아니다.

이러한 ‘칸트를 이렇게 읽으면 안 된다’라는 넓은 합의가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해석상의 불일치도 많다. 예컨대, GMS를 그의 비판 프로젝트(특히, KrV)와 어느 정도 연계해서 해석해야 하냐부터 정언 명령의 성격과 역할, 선의지의 의미와 그것이 논변에서 맡는 역할 등 많은 불일치가 있다.

이 책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통상의 경우보다 칸트 저술의 역사적 맥락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①GMS를 작성하게 된 칸트 사고의 내적 발전과 ②주요한 외적 영향들에 주목한다. 전자와 관련하여, 특히 KrV와 GMS의 관계에 중심을 두고, 칸트가 KrV가 신 존재와 불멸성에 대한 요청을 통해 도덕 형이상학에 대한 충분한 기반을 다져놨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서 그것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여 GMS를 저술하게 됐음을 밝힐 것이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볼프의 보편 실천 철학과 가르베의 대중 도덕 철학이 GMS 저술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보편 실천 철학의 경우, 볼프의 제자인 바움가르텐의 저서를 칸트가 윤리학 강의의 교재로 썼고, 그 강의에는 보편 형이상학과 관계있는 주제에 대한 논의 및 풍부한 지시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칸트가 바움가르텐에, 즉 보편 실천 철학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결과 그 관심이 칸트 본인의 도덕 이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이에 더해, GMS 서문에는 보편 실천 철학과 자신의 도덕 이론의 차이를 강조하는 긴 구절이 있다. 이는 자신의 것과 보편 실천 철학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동시대 독자를 위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GMS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편 실천 철학과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대중 도덕 철학의 경우, 가르베와 가르베의 키케로에 대한 번역 및 주석 작업과 칸트의 관계가 특히 문제가 된다. 이 관계에 대해 라이히가 논의했는데, 이는 실로 매우 논란이 많다. 왜냐하면 GMS 어디에서도 키케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또 라이히의 주장대로 칸트가 키케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다소간 논쟁적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서는 하만의 비판을 받아들여 2장에서 소개함). 그러나 GMS의 두 번째 장의 제목이나 그곳에서 칸트가 경험적이고 행복 중심적 대중 도덕 철학에 대해 비판했다는 점은 가르베의 대중 도덕 철학이 칸트의 주요 비판 대상임을 확실하게 만들어주기는 한다.

이 상황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칸트는 도덕 형이상학이란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가르베의 작업이 보편 실천 철학이 이미 도덕 형이상학을 제공한다는 볼프 식의 주장처럼 도덕을 위한 형이상학적 작업에 중대한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기에, 칸트는 도덕을 위한 형이상학을 제공하려는 자신의 참신한 작업을 위해 그들에 대해 비판했다는 점이다.

위 주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①GMS 속 칸트의 기획이 무엇인지 ②그것의 참신함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칸트 기획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은 그 자신이 ‘도덕을 위한 최상의 원칙을 찾고 또 정초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기에 어렵지 않다. 기획의 목표가 바로 이렇기에 참신함은 목표가 아닌 방법에서 찾아내져야 한다. 먼저 두 번째 목표인 정초를 수행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다소간 문제가 있지만) 그는 도덕을 위한 최상의 원칙을 정초하는 것을 마치 선험적 연역처럼 선천적 종합 명제를 정초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첫 번째 목표인 찾기는 논리적으로 독립된 두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식을 명시화하기도 어렵다는 문제를 갖는다.

구체적으로 말해, GMS 1에서 칸트는 대중 도덕 철학과 마찬가지로 ‘도덕에 대한 참된 원리는 도덕은 일반적인 인간 오성의 이해 범위 안에 있으므로, 도덕 철학자의 역할은 이에 대한 정확한 정식화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가정을 취하는데, GMS 2에서는 ‘이성적 존재 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 분석’을 통해 도덕을 위한 최상의 원칙을 정언 명령으로 정식화한다. 따라서 GMS 1이 옳다면 GMS 2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 및 그 둘의 존재가 양립할 수는 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도덕의 근본 원리는 일반적인 인간 오성에 의해 인식되고 수용된다’와 ‘도덕의 근본 원리는 이성 존재라는 극도로 추상적인 개념에 근거한다’와 관련된 양립 가능성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식과 수용의 문제와 존재 근거의 문제는 별개이기 때문이다(전자가 후자에 의존하지 않는다). 문제는 첫 번째 문제, 즉 GMS 2의 존재 이유이다.

기초적인 수준에서 첫 번째 문제, 즉 GMS 2의 불필요성의 문제를 다루자면 다음과 같다.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쪽 주장의 핵심은 ‘GMS 1의 말미에 정언 명령의 정식화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찾기와 정초라는 칸트의 두 관심사를 염두에 두면, 그는 GMS 1에서 3으로 바로 넘어갔어야만 했다’이다. 던칸이 이 문제에 대해 수정된 버전의 문제 제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정언 명령의 첫 번째 정식 도출 및 설명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면 GMS 2 전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GMS 2의 나머지 부분은 일종의 막간으로, GMS가 다루는 메타 윤리적 관심사의 주변부이기는 하다.’ 이어, 라이히의 주장을 따라 그는 막간 부분을 통해 칸트가 키케로의 (도덕을 위한) 기초 원리와 자신의 정언 명령 논의가 유사함을 보이려 했다고 주장한다. 던칸의 구체적인 주장은 거부됐지만, 막간 부분으로 여겨진 부분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적 독법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설득력 있는 대안적 독법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관심사이다.

이 책이 제공하려는 대안적 독법의 주된 특징은 ‘최상의 도덕 원칙은 반드시 절대적 혹은 무제약적으로 구속적이다’라는 칸트의 논지를 양상화한다(modalize)는 점이다. 현대 도덕 철학자들과 달리 칸트는 ‘도덕성이 무제약적으로 구속적인지 아닌지’ 혹은 ‘도덕성이 정언 명령에 의존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다루지 않고, ‘도덕성이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방식으로 구속적일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며 또 ‘그것이 가능한 기반을 이성적 존재 개념에서 결정’하고자 했다.

만일 누군가 칸트에게 ‘왜 무제약적인 구속성이 도덕성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그는 의심 없이 ‘도덕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호소할 것이다. 하지만 ‘도덕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도덕성의 구속성은 이성적 존재의 개념에 기반한다’라는 생각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1장에서는 칸트의 주장을 ‘도덕성이 구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성적 존재 개념에 기반해야만 한다’라는 필요조건 문장으로 재구성하고 방어할 것이다. 이 재구성된 주장에 따르면, ‘도덕성의 구속성’은 ‘도덕 원리가 모든 상상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에 구속적임’을 필요로 하고, 또 ‘도덕 원리가 모든 상상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에 구속적임’은 오직 ‘모든 상상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에게 공통적인 이성적 능력에 기반’할 때 가능하다. 즉, 재구성된 칸트의 주장은 ‘구속력을 갖는 도덕성 따위가 있다면 그것의 원리는 이성적 존재 개념에서 찾아져야만 한다’라는 조건문 형식이다.

그리고 위 논의를 통해 기반(정초) 작업이 혼란스러운 GMS 2의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임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정언 명령을 그것의 개념으로부터 도출한 후에, 하나의 정언 명령을 세 가지 정식으로 나누는 칸트의 작업은 정언 명령을 개념적 차원에서 완전한 형태로 보이고 또 그들이 이성적 능력 개념에 대한 전진적인 분석과 연계되어 있음을 보이고자 함이다. (구체적인 내용 모르겠어서 스킵함. 한 마디로, 정언 명령의 세 정식으로 구성된 GMS 2의 복잡한 구성은 그것 각각이 이성적 존재의 능력과 관계함을 보이고, 결과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도덕성이 존재하려면 자율적 존재가 무조건 있어야만 한다는 점을 보이려고 의도됐다.)

이렇게 칸트의 의도가 이해된다면, <도덕 형이상학에서 순수 실천 이성 비판으로의 이행>이라는 이름의 GMS 3절의 과제도 분명해진다. 즉 그 과제는 “we must attribute to our wills the property of autonomy, from which it would follow that we are unconditionally bound by the categorical imperative”이다. 비록 칸트가 명시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지만, 선천적·종합·실천적 명제로서 정언 명령의 연역이 실제로 다다르는 길은 이렇다.

이하 각 장에 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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