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형이상학과 새로운 실존주의: 호그런드의 Having Thought: Essays in the Metaphysics of Mind 서문에 대한 단상

짬날 때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존 호그런드(John Haugeland)의 Having Thought: Essays in the Metaphysics of Mind를 빌렸습니다. 그런데 서문이 무척이나 독특하네요. 마음, 인지, 인공지능 같은 심리철학적이고 과학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논문들을 모은 앤솔로지인데, 서문은 "새로운 실존주의를 향하여(Toward a New Existentialism)"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호그런드는 이 서문에서 자신이 인간의 표지로 평가하는 요소가 바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하네요. 하이데거, 키에르케고어, 니체를 거론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나 자신의] 생각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쿤(1962/70)에게서, 강조되지는 않았다고 해도, 이미 제시되었고, 하이데거(1927/62)에 의해, 다소 다른 방식으로, 더욱 발전되었다. 내가 ‘실존론적 개입(existential commitment)’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가 믿기에는, 하이데거가 ‘본래적 염려(authentic care)’라고 불렀던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또한 (비록 그보다는 덜 밀접하지만) 키에르케고르가 ‘신앙(faith)’을 통해 의미한 것, 그리고 니체가 ‘자율성(autonomy)’을 통해 의미한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능력들이 중심 무대로 복원되는 심리철학과 과학철학이 내가 “새로운 실존주의(a new existentialism)”로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요점은 지적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인간적 개입—혹은 염려나 신앙—의 일반적 형태는 사랑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사랑은 인간의 표지이다."

(ChatGPT 번역 및 인용자 수정)

"These ideas are not new. They are announced, if not emphasized, in Kuhn (1962/70), and developed further, though rather differently, by Heidegger (1927/62). What I mean by ‘existential commitment’ is closely related, so I believe, to what Heidegger meant by ‘authentic care’, and also (albeit less closely) to what Kierkegaard meant by ‘faith’ and Nietzsche by ‘autonomy’. A philosophy of mind and of science in which these essentially human capacities are restored to center stage is what I mean by “a new existentialism”. But the point is not limited to intellectual pursuits. The general form of free human commitment— or care or faith—is love. Thus, best of all:

Love is the mark of the human."

J. Haugeland, Having Thought: Essays in the Metaphysics of Mind,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98, p. 2.

서문의 맨 마지막에는 자신의 주장을 '칸트적/하이데거적 결론'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요약해 두고 있기도 하네요.

"기본적인 칸트적/하이데거적 결론은 이러한 방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구성된 객관적 세계와 자유로운 구성 주체는 하나의 동전의 양면으로서만 이해될 수 있다."

"The basic Kantian/Heideggerian conclusion can be summed up this way: the constituted objective world and the free constituting subject are intelligible only as two sides of one coin."

J. Haugeland, Having Thought: Essays in the Metaphysics of Mind, p. 6.

정확히 어떤 주장을 하는 책인지는 좀 더 꼼꼼히 읽어보고 공부를 해 보아야 알겠지만, 시작부터 상당히 특이한 책이긴 하네요. 호그런드나 드레이퍼스가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심리철학이나 과학철학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호그런드의 '심리형이상학' 저서를 직접 본 것은 저도 이번이 처음이네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특이한 방향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 방향이 하이데거에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것도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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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날 자신의 사상을 '신 실존주의'라고 명명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비평가 콜린 윌슨도 자신의 사상을 신 실존주의라 명명한적 있고, 저명한 철학자인 마르쿠스 가브리엘도 《나는 뇌가 아니다》에서 신경중심주의에 반대하며 자신만의 신 실존주의에 대해 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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