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완전한 이성적 존재와 불완전한 이성적 존재를 나누어 고찰합니다. 전자는 순수 선의지만을 가지기에 주관적 제한과 방해를 가지지 않고 따라서 이들에게는 “의무”라는 강제 개념이 필요 없습니다. 반면 불완전한 이성적 존재자, 예컨대 인간은 감성적 면모를 포함하고 있기에 주관적 제한과 방해에 항상 시달리고 따라서 “의무”라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죠. 완전한 이성적 존재와 불완전한 이성적 존재 모두 선의지를 가지지만, 의무는 후자에게만 귀속됩니다.
a. “선의지”의 개념은 “의무”의 개념을 포함한다.
b. “의무”의 개념은 “선의지”의 개념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제 a는 거짓입니다. 완전한 이성적 존재자는 선의지를 가지지만 의무를 가지지 않으니깐요.
이 부분은 다음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각”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고 해봅시다. 의심의 여지 없이 “남자”는 “총각”의 상위개념 입니다. (“선의지”가 “의무”의 상위개념이듯이요.)
c. “남자”의 개념은 “총각 [= 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개념을 포함한다.
d. “총각 [= 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개념은 “남자”의 개념을 포함한다.
a가 거짓이고 b가 참이듯이 여기에서도 c가 거짓이고 d가 참입니다. 유부남인 (예컨대) 철수는 “남자”이지만 “총각”은 아니니깐요. 즉 “총각”의 개념은 “결혼하지 않은” + “남자”라는 개념의 내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총각”이라는 개념은 “남자”라는 개념을 내포로서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연적으로는 반대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모든 총각은 남자이므로, “남자”의 외연이 “총각”의 외연을 포함합니다. 아마 이 부분을 헷갈리셨지 않나 싶습니다.
“성격”은 “의지”가 기질이나 자연적 소질들을 사용함으로써 나타납니다. 칸트가 강조하는 것은 선량한 기질과 소질 만으로는 도덕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절대적 척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매우 선량한 기질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것이 의지에 의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도덕적인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질은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에 의존하는 (기껏해야) 조건적인 선이고 (즉 이 경우 좋은 "성격"을 가진다고 말해지겠지만), 반면 선의지는 맥락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선한 절대적인 선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서술이 어느정도 적절해 보입니다.
Dieter Schönecker와 Allen W. Wood 가 공동으로 작업한 GMS에 대한 추천할만한 주석본이 있습니다. 독어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영어본도 있더군요.
영어본: Schönecker, Dieter, and Allen W. Wood. Immanuel Kant's" Groundwork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 A Commentary . Harvard University Press, 2015.
독어본: Schönecker, Dieter, and Allen W. Wood. Immanuel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ein einführender Kommentar . Schöningh, 2011.
1번에 대해서는 영: 51-54쪽/독: 57-60쪽, 2번에 대해서는 영: 37-8/독: 45-6쪽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특히 2번에 대한 설명의 한 각주에서 칸트의 Charakter 개념이 GMS의 맥락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Since Kant’s concept of character plays no further role in the argument of GMS, we shall not pursue it in any further detail here" (영: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