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s 1장 용어 질문 드립니다

GMS 1장 용어 질문 드립니다. 질문 핵심 용어는 독어 병기했습니다. 번역은 칸트 학회본입니다.

의무 개념은 비록 어느 정도의 주관적 제한과 방해 아래 있기는 하지만 선의지 개념을 포함한다[enthält] (A8).

'의무 개념이 선의지 개념을 포함한다'라고 '포함한다'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였는 지 궁금합니다. 개념 A가 개념 B를 포함한다고 한다면 A가 B의 상위에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들리는데, 의무가 선의지의 상위 개념은 아닌 것 같거든요.

이것이 이해되지 않으니 선의지 개념에서 의무 개념 논의로 넘어가는 칸트의 A8 부분 서술 의도가 잘 보이질 않네요.

자연이 그런 사람을 원래 박애자로 만들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그는 마음씨 고운 기질[Temperament]의 가치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자신에게 부여할 원천을 자기 안에서 찾아내지 않겠는가? 물론 그럴 것이다. 바로 거기에서 도덕적이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 가치인 성격[Charakter]의 가치가 시작된다. 즉 경향성에서가 아니라 의무에서 선행하는 일이 시작된다 (A11).

'성격'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성격의 가치'가 '최고 가치'이고 '의무에서 선행하는 일'로 그려진다는 점은 알겠으나, 제가 '성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칸트가 높은 것으로 치지 않는) 경향성과 밀접한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즉, 앞 문장에서 나오는 기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칸트에게 있어서 '기질'과 '성격'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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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씀하신 대로 의무는 선의지의 상위개념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선의지가 의무의 상위 개념입니다. 의무란 주관적 제한과 방해를 동반한 선의지인데, 말하자면 이 규정에서는 선의지가 유이고 주관적 제한과 방해가 의무를 규정하는 종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Allison, H. (2011). Kant's Groundwork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 A Commentary. Oxford University Press. p. 86). 이는 주관적으로 제한되거나 방해받지 않는 선의지가 있음을 시사하는데, 그 예시로 신의 선의지와 같은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여기서 "포함하다"란, 의무 개념이 그 규정 속에 선의지 개념을 포함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저도 2에 대해서는 칸트 도덕철학을 잘 아시는 다른 분의 답변을 기다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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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제가 보기에는 KrV에서 분석판단 설명할 때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념 간의 포함관계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개념 사이에 "포함관계"라든가 "상위개념"이라는 것도 아주 분명한 표현은 아니지만요)

Entweder das Praedikat B gehoert zum Subjekt A als etwas, oder Beliegt ganz ausser dem Begriff A enthalten ist; (KrV A7/B11)

그렇게 보면 대략 의무 개념을 분석해보면 분석항에 선의지 개념이 있다는 주장으로 보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GMS의 기획을 찬찬히 뜯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저 문장이 포함된 문단만 똑 떼놓고 읽어보면 선의지는 주관적인 제한과 방해, 경향성 같은 것을 경험하는 중에서 의무로 표상된다는 정도로 first approximation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것/나에게 요구되는 것)

제가 보기에는 이 대목은 유덕함(virtuousness)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을 겨냥한 대목인 것 같습니다.
기질에 관한 예시가 BA1에 나오는데요,

또는 용기(Mut), 결단력(Entscholssenheit), 초지일관성(Beharrlichkeit) 같은 기질 상의 성질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은 일종의 타고난 경향성이고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혹은 기질적으로 어떤 종류의 행위를 하게 하는 성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용어로 표현하자면 품성상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품성상태의 탁월성, 즉 기질적 탁월성이 성격적 탁월성(excellence of character)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구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는 습관을 통해 좋은 기질을 함양하는 게 도덕적 완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면 칸트는 저 문단에서 설령 그 사람이 기질적으로 아주 못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덕적 법칙이 명령하는 바를 찾아내고 그에 따라 행위 한다면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고 그렇게 행위 하는 것이 도덕적 완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즉, 선행(beneficience)은 탁월한 기질적 성향을 동기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것이 의무라는 것 때문에 하는 것이어야 도덕적 가치가 있다는 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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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완전한 이성적 존재와 불완전한 이성적 존재를 나누어 고찰합니다. 전자는 순수 선의지만을 가지기에 주관적 제한과 방해를 가지지 않고 따라서 이들에게는 “의무”라는 강제 개념이 필요 없습니다. 반면 불완전한 이성적 존재자, 예컨대 인간은 감성적 면모를 포함하고 있기에 주관적 제한과 방해에 항상 시달리고 따라서 “의무”라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죠. 완전한 이성적 존재와 불완전한 이성적 존재 모두 선의지를 가지지만, 의무는 후자에게만 귀속됩니다.

a. “선의지”의 개념은 “의무”의 개념을 포함한다.
b. “의무”의 개념은 “선의지”의 개념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제 a는 거짓입니다. 완전한 이성적 존재자는 선의지를 가지지만 의무를 가지지 않으니깐요.

이 부분은 다음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각”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고 해봅시다. 의심의 여지 없이 “남자”는 “총각”의 상위개념 입니다. (“선의지”가 “의무”의 상위개념이듯이요.)

c. “남자”의 개념은 “총각 [= 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개념을 포함한다.
d. “총각 [= 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개념은 “남자”의 개념을 포함한다.

a가 거짓이고 b가 참이듯이 여기에서도 c가 거짓이고 d가 참입니다. 유부남인 (예컨대) 철수는 “남자”이지만 “총각”은 아니니깐요. 즉 “총각”의 개념은 “결혼하지 않은” + “남자”라는 개념의 내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총각”이라는 개념은 “남자”라는 개념을 내포로서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연적으로는 반대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모든 총각은 남자이므로, “남자”의 외연이 “총각”의 외연포함합니다. 아마 이 부분을 헷갈리셨지 않나 싶습니다.

“성격”은 “의지”가 기질이나 자연적 소질들을 사용함으로써 나타납니다. 칸트가 강조하는 것은 선량한 기질과 소질 만으로는 도덕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절대적 척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매우 선량한 기질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것이 의지에 의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도덕적인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질은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에 의존하는 (기껏해야) 조건적인 선이고 (즉 이 경우 좋은 "성격"을 가진다고 말해지겠지만), 반면 선의지는 맥락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선한 절대적인 선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서술이 어느정도 적절해 보입니다.

Dieter Schönecker와 Allen W. Wood 가 공동으로 작업한 GMS에 대한 추천할만한 주석본이 있습니다. 독어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영어본도 있더군요.
영어본: Schönecker, Dieter, and Allen W. Wood. Immanuel Kant's" Groundwork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 A Commentary . Harvard University Press, 2015.
독어본: Schönecker, Dieter, and Allen W. Wood. Immanuel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ein einführender Kommentar . Schöningh, 2011.

1번에 대해서는 영: 51-54쪽/독: 57-60쪽, 2번에 대해서는 영: 37-8/독: 45-6쪽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특히 2번에 대한 설명의 한 각주에서 칸트의 Charakter 개념이 GMS의 맥락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Since Kant’s concept of character plays no further role in the argument of GMS, we shall not pursue it in any further detail here" (영: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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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 모두 감사합니다. 참고하여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drooling_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