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Brennan et al, 『Explaining Norms』 - 1장

요즘 요약문이 잘 안올라오는 것 같아서 간만에 업로드해봅니다.

1장. Introducing Norms (1-12)

이 책은 규범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왜 발생·지속·변화하는지, 또 그것들이 우리의 행동·태도·숙고 방식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설명하는지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절. A Preliminary Characterization of Norms

규범이라는 용어의 쓰임새는 다양하여, 이 책에서 다루는 규범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규범을 단순히 흔하거나 습관적인 것을 지칭하는 순수하게 통계적인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예컨대, 호주 가정에서는 두 대의 차량을 소유하는 것이 규범(적)이다. 또 한편 우리는 규범을 어디에서 받아들여지거나 지지받는지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규칙이나 규범적 원칙을 지칭하기 위해서도 사용하곤 한다. 예컨대, 윤리학자들은 때때로 자신들이 하는 작업을 도덕의 규범이나 합리성의 규범을 식별하려는 시도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규범은 위의 두 경우 외에도 ‘받아들여진 규칙 혹은 원칙’을 지칭하는 용어로 다음과 같이 사용되곤 한다: 규범은 특정한 집단에 의해 그리고 그들 속에서 어떻게든 받아들여지는 규칙이나 원칙이다. 이러한 의미의 규범을 이 책에서 다룬다. 이 의미의 규범은 통계적 의미 혹은 객관적으로 타당한 원칙의 의미와 이하의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여기서 다룰 규범은 규범적 원칙들로 구성되고, 규범적 원칙들은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으로 행위자가 무엇을 해야만 하고 하면 안 되는지 기술한다. 그래서 규범은 규범적 요소를 지니고, 이 측면에서 단순한 통계적 의미의 규범과 다르다.

둘째, 여기서 다룰 규범은 특정한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는 규범으로, 사회적 사실을 포함한다. 그래서 규범은 사회-경험적 요소를 지니고, 이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규칙이나 원칙과도 다르다.

지금까지 규범에 관한 연구는 다음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첫째, 방법론적으로 규범에 관한 개인주의적 설명과 전체론적 설명이 있다. 전자는 한 규칙이나 규범적 원칙이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집단의 개별 구성원에게 참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전자의 주장을 부정하고, 한 규칙이나 규범적 원칙이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집단 전체에게 참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규범에 관한 환원주의적 설명과 비환원주의적 설명이 있다. 전자는 한 규칙이나 규범적 원칙이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비규범적 진리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전자를 부정하고, 한 규칙이나 규범적 원칙이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제거 불가능한 규범적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의 두 구별에 근거해 대개의 이론은 개인주의적 설명과 환원적 설명을 결합하고, 전체주의적 설명과 비환원주의적 설명을 결합한 후 대립하고 있다. 이 책은 개인주의적 설명에 집중하면서도, 환원주의적 설명을 거부함으로써 규범에 관한 개인주의적이지만 비환원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절. Types of Norms

규범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질 수 있다. 하나는 형식적 규범인데, 전형적인 예시는 실정법을 구성하는 법적 규범이다. 음주 운전을 금지하는 실정법을 구성하는 규범이 그 예이다. 이러한 형식적 규범의 특징은 국가와 같이 해당 규범을 만들고 해석하며 집행하는 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규범의 기원, 지속 그리고 진화를 설명하기 비교적 쉬우며, 왜 개인들이 해당 규범에 순응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설명하기도 비교적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우리가 규범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을 파악하기 위해 중심적인 사례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는 도덕적 코드를 구성하는 도덕적 규범이다. 법적 규범과 같은 형식적 규범과 달리 도덕적 규범은 강제력을 지닌 국가에 의해 생성 및 지지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는 점에서 비형식적인 규범에 속한다. 이는 곧 도덕적 규범들의 원천과 효과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도덕적 규범은 ‘왜 강간하면 안 되냐’와 같은 물음에 대한 유의미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설명의 힘은 ‘그것이 우리 사회의 규범이다’라는 사실에서 오기보다는 ‘강간은 분명히 잘못됐다’라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도덕적 원칙에서 오는 것 같다.

셋째는 사회적 규범이다. 사회적 규범의 대표적 예시는 ‘장례식에서는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이다. 도덕적 규범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규범은 비형식적 규범이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도덕적 규범과 달리 사회적 규범의 설명적 힘은 객관적으로 타당한 도덕적 원칙으로부터 오지 않고, 단지 그것이 우리 사회의 규범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즉, 사회적 규범은 그 자체로 권위를 지니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록 모든 규범은 사회적인 측면을 지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규범은 해당 규범을 받아들이는 특정한 집단의 우연적인 사회적 실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 책은 물론 세 규범 모두를 다룰 것이지만, 흥미롭게도 그 자체로 권위를 지니는 듯한 사회적 규범에 더 집중하여 다룬다.

3절. Explanatory Options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는 세 가지 설명 전략이 있다. 각 설명 전략은 행위자성이나 구조 또는 관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적절한 전략은 셋 모두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셋 모두를 포함하면서도 행위자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행위자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에 기반하면서도, 어떤 현상이 이 설명 기반을 거부하면 구조나 이념에 기반한 대안적인 설명을 제공할 것이다.

여기서 구조란 세계의 물질적인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강경한 유물론자들처럼 물질적 세계에 대한 물질적 사실들이 그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환원주의적 설명을 따르지 않는다. 단지 물질적인 것이 인간 행위자의 행위를 제약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

여기서 관념이란 정체성, 충성, 느껴지는 의무, 사회적으로 구성된 앎과 행동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 행위자의 행동을 그들의 믿음과 욕망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전통을 따르면서도, 믿음과 욕망의 비합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심리학자나 도구적 합리성의 측면을 강조하는 경제학자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4절. Norms and Rational Choice

엘스터가 지적했듯이, 사회 과학에는 도구적 합리성을 강조하는 아담 스미스 계열(homo economicus)과 사회적 규범을 강조하는 뒤르켐(homo sociologicus) 계열이 있고, 둘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하지만 둘을 날카롭게 구분할 좋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 책은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는 다음의 아이디어에 근거한다: (1) 합리성은 수단과 목적 사이의 문제이고, 규범은 목적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2) 합리성은 행위자가 선호 만족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하는데, 규범 분석은 그러한 선호의 내용에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두 계열 사이에는 논리적인 충돌이 없다.

두 계열을 결합하는 방식은 특별히 특이한 것은 아니다. 요즘 경제학자들은 규범을 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흄 전통을 따르는 자들도 그러하다. 두 전통적 계열을 결합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은 합리적 행위자를 중심에 두는 모델을 취하면서도, 이 모델 속에 규범을 포함하는 전략인 norm-inclusive rational-agent model을 취한다. 합리적 선택이 합리적 행위자들을 설명하는 좋은 분석적 자원이고 규범이 우리의 사회생활에서 실제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면, 행위자들을 설명할 때 규범을 포함하는 것은 더 좋은 설명 방식일 것이다. 실제로 규범은 사람들이 규범이 없는 경우보다 더 규칙적인 방식으로 그들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도록 요구하며, 단순한 욕구 만족이 지시하는 것보다 더 끈끈하게 우리에게 부착되어 있다.

5절. The Plan of Book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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