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ster의 content-principle과 evidence-principle 구분의 차이

검증 가능성 원리에 관해 Ayer이 처음으로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준 1. 어떠한 문장 Q1, ..., Qn과 경험적 진술 O가 존재하여 {P, Q1, ..., Qn}은 O를 시사하지만 {Q1, ..., Qn}은 O를 시사하지 않을 때 P는 검증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준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임의의 문장 P에 대하여 Q := P → O로 잡으면 Q는 O를 시사하지 않지만 {P, Q}는 O를 시사하므로 모든 문장이 검증 가능합니다. 이를 막고자 Ayer은 다음의 기준을 새로 제시했습니다.

기준 2.

  1. P가 경험적 진술이거나, 어떠한 경험적 진술 O1, ..., On, O가 존재하여 {P, O1, ..., On}은 O를 시사하지만 {O1, ..., On}은 O를 시사하지 않을 때 P는 직접적으로 검증 가능하다.
  2. 어떠한 문장 Q1, ..., Qn과 경험적 진술 O가 이 존재하여 {P, Q1, ..., Qn}은 어떤 경험적 진술 O를 시사하지만 {Q1, ..., Qn}은 O를 시사하지 않을 때 P는 간접적으로 검증 가능하다. 이 때, Qi는 분석적이거나, 직접적으로 검증 가능하거나, 독립적으로 간접적으로 검증 가능함을 보일 수 있는 문장이다.

(이 기준도 Carnap에 의하여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만 해당 글의 논의와는 무관하니 넘어가겠습니다)

여기서 Foster은 Ayer의 첫 번째 기준은 evidence-principle에 속하는 한편, 두 번째 기준은 content-principle에 속한다고 지적하며, 오직 content-principle만이 유의미한 검증 가능성의 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유형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Evidence-principle: φ의 진릿값에 관여하는 경험의 존재성을 기준으로 삼는 원리.
  • Content-principle: φ가 경험적 진술의 추론에 관여할 수 있냐를 기준으로 삼는 원리.

제가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은 다음입니다.

  1. Evidence-principle과 content-principle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제가 보기에 두 원리는 동치인 거 같습니다.)
  2. 어째서 기준 1은 evidence-principle이지만 기준 2는 content-principle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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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한에서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기준 1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어떤 경험적 진술 O가 Qi로부터는 시사되지 않지만 P&Qi 로부터는 시사되는 경우, 진술 P는 경험적 진술 O를 설명하는데 특정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에이어는 후에 본문에 언급된 문제점을 인식하여 기준2를 새로 제시하였으나 기준1의 기본적 의도는 타당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만 본문에 언급된 문제점이 나타난 이유는, 아직 의미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진술 P를 포함하는 보조 전제 Q: P -> O 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던 거죠. 검증가능한지 확인되지 않은 P가 추론에 이미 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검증가능한 진술이라고 확인 된 진술만이 보조 전제에 올 수 있다는 제약을 준다면 기준 1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제약을 제시한 것이 기준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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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Herb님의 설명을 읽으니 갑자기 이해가 됐습니다! 저번에도 질문글에 친절히 답변해 주셨는데, 이번에도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laug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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