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플루엔서 feat. 공자

유학의 관점에서, 덕 있는 행위자는 사람들의 변화를 비강제적인 방법으로 이끌어낸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구체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행동이 칭찬받을만하고 어떤 행동이 비난 받을만 한지에 대해 신호를 보낸다. (Miranda Fricker 2016) 이러한 신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일종의 반성적 평행을 이루고, 몇몇 규범들은 사회 내에서 폭넓은 성공을 거둔다. (Susan Wolf 1987)

이때 우리는 단순히 규범들의 리스트들뿐만 아니라 도덕적 판단 반응 패턴을 공유할 수 있다. 이 도덕적 판단 패턴은 대상에 어떤 가치를 얼마만큼 부여할지 또 가치들 간의 우선 순위를 포함한 관계들을 어떻게 설정할지와 관련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구성원들 사이에서 단순한 도덕적 인지에 대한 일치뿐만 아니라, 특정한 대상에 대한 감정을 우리의 감정으로 느끼는 것, 즉 감정의 공유가 가능해진다. 즉 우리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가치평가 패턴에 근거하여, 같은 사건에 대해 함께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다.

공자는 이러한 도덕적 감정 패턴을 형성함에 있어서 주도적 인물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arkassian 2018)) 특히 공자는 주도적 인물의 덕에 주목하는데, 덕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는, 금지와 처벌을 중심으로하는 법과 달리, 구성원들의 감정적 패턴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덕 있는 행위자는 상호작용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도덕적 반응 패턴의 적절한 모델을 제공한다. 이러한 제공은 에임스와 홀(1987)이 지적하고 있듯이 기존의 가치들의 배열을 창조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그 질서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과정이다.
(존 듀이가 제시하듯이, 도덕적 천재들이 각 문화권에서 보여주었던 기여가 이러한 초대의 좋은 예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덕적 영향력이 성공적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우리는 정명론에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지포린(2014)의 해석에 따르면, 정명론의 핵심은 기존의 언어, 문화, 제도를 새롭게 조정하여, 여러 가치들을 공존하면서 상호 증진시키는 소통 가능성을 강화하는데 있다. 지포린은 이러한 소통성의 강화가 궁극적으로 여러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러한 소통성의 강화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의 유인이 된다. 이에 따르면, 행위자가 제안하는 도덕적 감정 반응의 패턴이 다양한 가치들 간의 소통 가능성 강화할 때, 그 행위자는 사회적 맥락에 적절한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도덕적 행위자는 하나의 전형이 됨으로써 사회적 맥락 안에서 도덕적 반응 패턴이 구성되고 공유되는 것을 주도한다. 일종의 인플루엔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행위자는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비강제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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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플루엔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닌데, 이런 입장은 너무 특정한 개인에게 의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덕적 전형이 되어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지는 의문스러워서요. 대단히 '이상주의적'인 주장인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그런 순수한 이상주의가 다른 면에서는 공자의 사상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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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에 사카시안인가...cuny 교수가 이 내용으로 강연 온 적이 있을 때, 제가 했던 반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도덕적 인플루엔서가 그토록 강한 영향을 미치는가? 차라리 그냥 비욘세 같인 인플루엔서가 하는 말이 더 강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1.1. 그에 대한 반론이 이제 사카시안 교수는 좁은 단위의 조직일수록 도덕적 인플루엔서가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규모 조직에서는 안 그렇더라도 말이죠. (뭐 사회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런 말을 하셨는데 게임 이론 어쩌고저쩌고 해도 증명될거라고 봅니다 전.)

  1. 제가 예전에도 쓴 거지만, 이 인플루엔서의 초점을 굳이 '비강제적 변화'에만 놓을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교화 모델이 유가의 기반이긴한데, 후대 순자 같은 학자들은 무지 모델을 제시하거든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자신의 이익이 되는 점과 남에게 반감을 안 갖게하려는 이타적인 지점이 균형을 맞아야하는데 이게 쉽지 않고, 이 쉽지 않은걸 만든 사람들이 똑똑한 군자들이라는 점이죠.
따라서 위에도 적혀있듯, 구체적인 공동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게 도덕적인지(동시에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로써의 도덕적 인플루엔서가 가지는 이점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일종의 덕 윤리 차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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