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상상력(Einbildungskraft) 개념이 이해가 안 됩니다

이전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자 개론서를(카울바흐의 책이었습니다.) 한 권 읽었다가, 상상력(Einbildungskraft)에 관한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고 포기했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번 그의 상상력 개념에 관한 자료들을 뒤져보고 있는데, 아직도 갈피조차 잡기 힘듭니다.

일단 그의 상상력 개념은 초월적 상상력, 생산적 상상력, 재생적 상상력 등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초월적 상상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문헌을 찾아봐도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일단 초월적 상상력은 감성과 지성의 매개이며, 감성과 지성의 합작이고, 공간과 시간이 초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초월적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생산적 상상력이 재생적 상상력, 초월적 상상력과 무엇이 다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산적 상상력은 후험적 상상력인 것 같기도 하고 선험적(선험적 종합판단의) 상상력인 것 같기도 합니다.

칸트의 초월적, 생산적, 재생적 상상력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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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문헌해설은 관련 전공자님께서 달아주시겠죠? ㅎㅎ 저는 짧고 간단하게 답을 올려봅니다.
상상력은 기본적으로 대상이 눈 앞에 있지 않는데도("현전"이라는 표현을 최대한 피해봅니다) 그 표상을 떠올리는 직관의 능력입니다. 우리가 "상상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죠.
생산적 상상력으로 떠올린 표상은 그 표상에 대응하는 경험내용이 없는 표상이라고 할 수 있고 재생적 상상력으로 떠올린 표상은 기존에 경험했던 대상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C코믹스의 작가가 조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생산적 상상력에 의한 것이고 내가 얼마 전에 코믹스 잡지에서 봤던 조커의 그림을 떠올리는 건 재생적 상상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월적 혹은 선험적 상상력은 칸트 철학 안에서 요청되는 기능이라고 여겨집니다. 쉽게 말하면 감성의 영역과 지성의 영역이 매개가 되어야 인식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완전히 다른 두 영역이 어떻게 매개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으로 제시되는 게 "우리에겐 상상력이 있고 상상력의 초월적 기능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한편으론 감성과 맞닿아있는 재생적 기능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감성과 분리된 생산적 기능을 하는 상상력이 양자를 매개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죠.

제가 순수이성비판에서의 설명을 정확히 파악한 게 아니라 다소 비유적인 표현을 썼는데 이해에 조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전공자의 답변도 기다려봅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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