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ectic"의 번역어?

다른 철학 전통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소위 '영미' 전통에서는 철학 토론의 현장에서 흔히 등장하는 말중 하나가 "Dialectic"입니다. 그 대표적인 용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논증은 신박하기는 한데, dialectic적으로 제 발등에 도끼 찍는 것 아님?"

"지금 이 논문 dialectic이 어떻게 되는거야? 뭐가 주장이고 뭐가 논거인지를 종잡을 수가 없네."

이런 용례는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철학 세미나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음차를 해서 "다이얼렉틱"으로 불리는걸 종종 접했습니다.

이런 용례는 Merriam Webster에 실린 다음 정의를 통해 잘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discussion and reasoning by dialogue as a method of intellectual investigation specifically : the Socratic techniques of exposing false beliefs and eliciting truth

그리고 이런 의미는 플라톤 대화편에서 등장하는 고대 희랍어 "δῐᾰλεκτῐκή"의 뜻을 잘 이어받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는 척화론자 국뽕인 저로서는 사실 "디알렉티케"도 아니고 "다이얼렉틱"이라는 근본없는 영어 음차를 하는게 심히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변증법"으로 번역을 해서 말해보니, 헤겔 전공자였던 지인이 기함했던 적도 있었기에 좀 주저하게 되는 측면이 있구요 :sob:.

여기 계신 분들은 "Dialectic"이라는 말을 어떻게 쓰고 계신가요? 뭔가 신박한 번역어를 써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개의 좋아요

(1) 맨 처음 주어진 회화에서의 예시와 아래 사전적 예시가 동일한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가 않네요.

회화상의 예시는 그저 한 발화자/논문이 "논증하는 과정"에서의 이상함을 지적하는 내용이라면, 사전적 예시는 dialogue, 즉 두 대화자 사이의 의견 교환(dialogue)이 이루어지는 것을 정의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회화상의 예시가 지적하는 사례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따라서, 용어를 어떻게 번역할지 결정할 수 있을듯합니다. 만약 단순히 논문의 논증이 이상하다는 지적이라면, 저 같으면 "논증" 정도로 번역할듯합니다.

만약 논문의 특정한 논증 형태가 문제라면 (예컨대, 논술 쓸 때 자주 쓰는 전략이지만, 예상되는 상대방의 반박을 설정하고 그걸 재반박함으로서 자신의 논증을 옹호하는 형태가 있겠죠. 이건 일종의 발화자가 두 명인 상황으로 볼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저 같으면 그냥 풀어서 "가설 설정" 혹은 "설정한 반박이 허수아비 아닌가" 정도로 풀어서 설명할듯합니다.

제시한 예시가 충분히 전달력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는 염려가 드네요. 제가 판단컨대 "dialectic"의 정의를 억지로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한 문제에 대한 복수의 입장(예. 찬반)이 업치락 뒤치락 의견 및 논증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 혹은 그 형세

정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시1은 그런 면에서

한 입장이 제시한 논증이 그 자체적으로는 건전할 지언정, 큰 형세를 두고 봤을 때 오히려 해당 입장을 위축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을 염두에 둔 것이고, 예시2는

논증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그 형세를 명료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뒤죽박죽 누가 누구를 공격하는지 알 수 없게 그려놓은 상황

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이렇듯 현대 영미 철학계에서의 "diaelctic"은 논증 하나하나보다는 보다 넓은 구도를 가리키고자 할 때 쓰이는 경우가 더 잦은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논증"이라는 번역어를 기왕이면 피하고 싶은 것도 그러한 까닭입니다.

(1) 그런 용어라면, 딱 들어맞는 용어를 없는듯하네요. 저라면 개인적으로 "논증은 타당하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 설명력/설득력이 부족하다." 혹은 "담론 지형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정도로 표현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