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Lewis, "Psychophysical and Theoretical Identification" 요약

가독성은 블로그 혹은 PDF화면으로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1. 개 요

이 글은 데이빗 루이스(David Lewis) 의 “Psychophysical and Theoretical Identification”(1972) 를 요약한 것이다. 이 논문은 심리철학에 대한 루이스의 입장이자 영향력 있는 입장 중 하나인 이른바 “분석적 기능주의”(analytic functionalism) 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논문으로, 보다 일반적인 논의를 담고 있는 “How To Define Theoretical Terms” 와 루이스의 심리철학적 관점을 집약했다고 볼 수 있는 “Reduction of Mind” 와 같은 맥락 속에 있다. 다만 다른 두 논문에 비해 좀 더 방법론적으로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 이론적 용어의 의미에 관한 일반론

2.1 이론적 동일시에 관한 기존의 관점 비판

우선 루이스는 기존의 정신물리적 동일시(psychophysical identification) 가 가진 그림이 좋지 못 한 그림이라고 지적한다. 기존의 동일론은 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의 동일시는 이론적 동일시 (theoretical identification) 의 일종이며 이는 전체 이론의 단순화를 위해 상정되는 것이라고 보았다.1

그러나 루이스는 전작인 “An Argument for the Identity Theory” 에서 정신물리적 동일시는 적절한 생리학적(physiological) 이론에 의해 함축(imply) 되는 것이지 단순성을 목적으로 동일시가 이론에 의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정신물리적 동일성은 다음과 같이 함축된다.

마음 상태 M = 인과적 역할 R의 수행자 (occupant). (M에 대한 정의에 의해)
신경 상태 N = 인과적 역할 R의 수행자. (생리학적 이론에 의해)
따라서, 마음 상태 M = 신경 상태 N. (=의 이행성에 의해)

루이스는 이러한 정신물리적 동일시가 이론적 동일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이론적 동일시에 대한 설명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이론적 동일시는 그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이론에 의해 함축되는 것이지 독립적으로 상정되는 것이 아니다. 루이스는 이와 같은 주장을 이론적 용어의 의미에 대한 더 일반적인 가설로부터 이끌어내고자 한다. 즉, 이론적 용어는 인과적 역할에 의해 기능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 이론적 용어의 기능적 정의에 관한 유비

다음을 보자.

한 탐정이 사건 현장을 수색한 뒤 사람들을 불러모아 추리의 결과를 들려준다. 즉, 그는 그가 관찰한 현상들(피해자의 죽음, 벽지의 혈흔, 17분 빠르게 맞춰진 시계, 밤에 짖지 않았던 개 등)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X, Y, Z가 범행에 가담했다. 몇 년 전 피해자와 X의 관계는 어땠고, 지난 주에 Y와 Z는 따로 만났으며, 범행 당일 Y는 다락 방에 폭탄을 설치했고 X는 Z에게 폭파장치를 주었으며, 다락 방의 폭탄이 터졌을 때 X는 피해자의 서재 창문으로 총을 3발 발사했다...”2

탐정의 이론을 우리는 하나의 긴 연언 문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탐정은 ‘X’, ‘Y’, ‘Z’ 와 같은 이름을 아무런 설명 없이 도입했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고, 우리가 그 이름들의 의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탐정의 이론에서 얻어낸 것들일 뿐이다. 이제 ‘X’, ‘Y’, ‘Z’ 를 “이론적 용어”(theoretical terms; 이하 “T-용어”) 라고 하자. 그리고 그 이론의 나머지 용어들은 “O-용어” 라고 부르자. O-용어들은 우리가 탐정의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이미 알고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라고 보면 된다.

탐정의 이론을 다음과 같이 재기술한다면 어떻게 될까? “X, Y, Z가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 말하 자면...” 아마 그래도 그 이론이 가지는 설명력은 동일할 것이다. 단지 앞에 양화사가 붙은 문장으로 쓰여질 것이고 이 때 ‘X’, ‘Y’, ‘Z’ 는 T-용어가 아니라 구속 변항 (bound variables) 이 될 것이다.

이제 탐정의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가 꼭 플럼(Plum), 피콕(Peacocke), 그리고 머 스터드(Mustard)3에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자. 즉, ‘X’, ‘Y’, ‘Z’ 에 각각 이들을 대입했을 때 그 이야기는 참이 된다. 이 때, 플럼, 피콕, 머스터드는 이 이론을 실현한다(realize). 그리고 만일 이 이론을 참이게 만드는 X,Y,Z의 쌍이 이들 뿐이라면 이들은 이론을 유일하게 실현한다(uniquely realize).

정리해보자. 탐정은 ‘X’, ‘Y’, ‘Z’ 라는 용어를 아무런 설명 없이 이론을 제시하면서 도입했다. 이 이론적 용어들은 이론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의 이름으로써 암묵적인 기능적 정의를 통해 도입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각각의 역할 수행자들이 누구인지 알아챈다면, 우리는 누가 X 이고 Y이고 Z인지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루이스가 말하는 이론적 동일시이다.

3. 램지-루이스 방법

이어서 루이스는 T-용어들의 기능적 정의가능성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이는 이론 안에 서 암묵적으로 정의된 이론적 용어를 명시적으로 정의하는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루이스가 이 아이디어를 프랭크 램지(Frank Ramsey) 의 아이디어에서 가져와 발전시켰기 때문에 “램지-루이스 방법”(Ramsey-Lewis Method) 이라고 부른다.

이론 T 와 이론적 용어 t1, t2, t3, ..., tn 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다른 모든 용어들은 O-용어들이라 하자. T 는 하나의 긴 연언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렇게 표현된 긴 연언문장을 “T-공준” 이라고 하자. 이 문장은 T-용어로 명명된 존재자들(entities) 이 특정한 인과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T-공준을 다음과 같이 쓰자.

T [t]4

그리고 각각의 T-용어를 자유변항 x로 대체하면 O-용어만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식을 얻는다.

T [x]

여기에 존재 양화사를 붙이면 다음과 같은 램지 문장을 얻는다.

xT [x]

그리고 유일 존재 양화사를 통해 수정된 램지 문장도 얻을 수 있다.

∃!xT [x] 5

램지 문장과 원래의 T-공준을 조건문으로 이으면 T에 대한 카르납 문장을 얻을 수 있다.

xT [x] ⊃ T [t]

마찬가지로 수정된 램지 문장과 T-공준을 조건문으로 이어 T에 대한 수정된 카르납 문장을 얻을 수 있다.

∃!xT [x] ⊃ T [t]

그리고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조건문을 통해 유일 실현이 되지 않는 나머지 경우에 대해 이론적 용어가 지시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해준다. “t = *” 는 각각의 ti 들이 지시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6

~∃!xT [x] ⊃ t = *

수정된 카르납 문장과 마지막 조건문을 선언지로 이으면 다음과 논리적 동치이다.

t = ıxT [x]

이것이 루이스가 말한 기능적 정의이다. 이에 대한 함축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론 적 용어는 일종의 확정 기술구 (definite description) 로 처리될 수 있다. 만일 어떤 이론이 유일하게 실현되면 그 이론의 용어들은 명명해야 할 바를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론이 실현되지 않거나 복수실현된다면 그 이론의 용어들은 부적절한 기술구 (improper description) 과 같은 것이 되어 지시체를 갖지 않는다.7

또 하나의 강력한 함축은 이것이다. 이론 내적으로 암묵적으로 정의된 이론적 용어들은 상호정 의되는 관계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용어가 순환적으로 정의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램지-루이스 방법에 의하면 이론적 용어들을 제거하여 순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마음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 M1 과 M2 를 포함하는 이론 T (M1, M2)가 있다고 하자. 행위자 S가 *M1 상태에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S가 M1 상태에 있다 =dfm1m2(T (m1, m2) & S가 m1 상태에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O-용어들로부터 T-용어를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론 전체는 유의미하고, 좋은 이론은 참이라고 여길만한 이유가 있으며, 만약에 이론이 참이라면 이론이 존재 한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4. 짤막한 논의

루이스는 이러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레시피” 를 덧붙이고 있다. 우선 마음 상태와 감각적 자극, 운동 반응 사이의 인과적 관계에 대한 통상적인 아이디어들(platitudes) 을 모아라. 그리고 개별적인 마음 상태들을 유형별로 분류해보라. 이 때 통상적인 아이디어들은 우리가 공통 지식 (common knowledge) 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가지고 위와 같은 방법을 수행 하면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언급이 있다. 루이스는 이와 같이 통상적인 아이디어들을 모은다는 것이 일 종의 셀라스적 신화라는 점을 언급한다. 하지만 신화에는 좋은 신화와 나쁜 신화가 있으며, 만일 신화가 참이라고 할 때 마음 상태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름들이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정말로 의미한다면 좋은 신화일 것이다. 루이스는 좋은 신화라는 쪽에 무게를 둔다. 그는 그렇게 여길 만한 이유를 하나 제시한다. 라일식의 행동주의는 최소한 행동이 마음 상태에 대한 기준점을 제공한다는 점(‘criteriological behaviorism’) 에서는 그럴듯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상식 심리학(common-sense psychology) 에서의 통상적인 아이디어들이 분석적이라는 강한 인상이 풍겨 나온다. 만일 마음 상 태들의 이름이 이론적 용어들이고 이론이 대략적으로라도 참이 아니라면 그 이름들은 아무것도 명명하는 바가 없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고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대부분의 우리가 가진 통상적인 아이디어들이 참이라는 것은 분석적이다. 만약에 이것이 우리에게 분석적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신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정신물리적 동일시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제시된 방법론이 광범위한 함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루이스를 비롯해 프랭크 잭슨(Frank Jackson) 같은 철학자들은 이러한 방법론을 철학적 탐구 일반에 적용하려는 이른바 캔버라 플랜 (Canberra Plan) 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 편으로 이러한 분석이 철학자들의 과업이라면 세계에 관한 지식을 축적하는 데 있어서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몇 가지 자세하게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도 20세기 후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철학적 분석의 한 면모를 살펴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1 이는 단적으로 J.J.C. Smart의 동일론이 취하는 입장과 같다.

2구체적인 내용은 본문과 약간 다르다.

3이들은 보드게임 Clue의 용의자들 이름이기도 하다.

4이 때, “t” 는 < t1, t2, .., t*n >을 뜻한다. 아래에서 쓰일 “x” 도 마찬가지의 의미이다.

5이는 “∃yx(T [x] y = x)” 와 동치이다.

6요약문에 포함시키지 않은 부분인데, 루이스는 만일 이론이 유일실현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론이 틀렸고 그 이론에 포함된 이론적 용어들은 지시체를 갖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한다. 아래의 조건문은 이러한 직관을 반영하고 있다.

7 사실 마지막에 추가한 조건문이 바로 이 부적절한 기술구를 처리하는 방식을 포착한 것인데, 루이스는 Dana Scott 의 확정 기술구 논의를 참조하고 있다. 필자가 아직 Scott의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나중으로 미루겠다.

참고 문헌

[1] Lewis, David,(1972) “Psychophysical and Theoretical Identification”, The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50, pp.249-258, Reprinted in Philosophical Papers, vol 1, pp.248- 261.

3개의 좋아요

아마 셀라스라면 충분히 이런 입장에 동의할 것 같아요. 셀라스 본인도 자신의 심리적 유명론을 설명하기 위해 소위 ‘존스의 신화’라는 가설을 도입하니까요.

2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