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ad 독일 박사과정장학금 후기

철학과 박사과정생을 위한 유학 장학금 기회는 굉장히 적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합격수기도 잘 나오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은 발품 팔아 알음알음 정보를 얻는 게 보통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합격 후기를 잘 읽는 타입이 아닌지라 공개 커뮤니티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색하고 괜한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추후 유학을 위해 장학금을 준비할 철학도들께 참고할 거리가 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봅니다.

저는 2026 DAAD 독일 박사과정장학금에 합격했습니다.
지원시기는 작년 10월 중순-말쯤이었고 1차 합격발표는 12월 말에 났습니다.
2차 면접을 1월 중순에 보았고, 최종 결과를 5월 초에 받았습니다.
최종결과 발표 시기가 3월부터 5월까지 말이 조금씩 다 달라서 피말리는 기간이었는데, 공식적으로는 4월 말까지는 선정이 완료되는 것 같습니다.

DAAD의 경우 지원절차가 온라인 포털에서 이루어집니다.
각종 첨부서류와 더불어 온라인 지원서에 별도로 쓸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만,
대체로 준비된 구비서류를 바탕으로 요약해서 써넣거나 할 수 있는 항목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여러 장학금/지원금 신청 절차에서 공통되는 서류가 있다면 motivation letter와 research proposal일거라고 생각합니다. (time table이나 cv 같은 것도 물론 있겠지만요) 올빼미에는 해외 대학 지원 경험 및 합격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아마 익숙하실 테고 저보다 훨씬 준비 잘 하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써볼까 합니다.

Motivation Letter
총 2장, 6문단 정도의 짧은 글로 준비했습니다.
제가 레터를 쓸 때 생각했던 중요 포인트는 세 가지 입니다:

(1) 해당 주제를 공부하게 된 배경/경위
(2) 그 주제가 왜 중요한지(왜 연구하고 싶어졌는지)
(3) 왜 독일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제 석사논문은 윤리학/실천철학 쪽이 아니었기 때문에
1-2문단에서 저는 관심주제가 바뀌게 된 까닭을 배경과 함께 제시를 했습니다.
3-4문단에서는 현재 연구하는 주제(복지)가 왜 윤리학에서 중요한지, 그 중에서 특히 어떤 문제를 다룰 계획인지를 서술했습니다. 어차피 이 부분은 프로포절에서 길게 쓸 내용이라 대단히 상세하게 쓰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5-6문단에서는 왜 (현재 제가 다니고 있는) 독일 대학에서 그 연구를 하는 게 좋은지를 설득하는 말과 함께 마무리를 했습니다.

자신의 독특한 학술적 배경이 있으시다면 서두에서 그 부분을 어필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뭣보다 중요한 건 당연히 (2)일 겁니다.

Research Proposal
저는 10페이지 정도의 연구개요를 제출했습니다.
목차 구성은 그냥 깔끔하게

초록 - 서론 - 문헌 검토 - 연구 주제 소개 - 논문 개요(outline) - 나가는 말

로 구성을 했습니다.
상세한 구성은 각자의 연구 주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었고, 지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여기는 점은

(ㄱ) 정확한 문제가 있는가
(ㄴ) 해당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학계 논의구도가 한눈에 들어오는가
(ㄷ) 내가 제시하는 주장이 (성공적이라면) 기존 논의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할 수 있는가?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특히 저는 요즘 (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당시에 제출했던 연구 계획서의 (ㄴ) 파트를 보면 참 허접하다는 생각도 새삼 들고요.
워크샵 같은 데서 학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으면 꽤 자주, 발표 초반에 표나 다이어그램을 그려두고 선행연구들을 분류하는 taxonomy를 보여주곤 합니다. 예전에 들을 땐 좀 지루하다 싶었는데 대략적으로라도 그렇게 분류지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선행연구를 충실히 보고 논의구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장학금 지원서류의 경우 각자가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심사위원이 글을 읽었을 때 질문이 무엇이고, 거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논쟁이 있었고, 이 사람은 뭘 더하려는가가 분명하게 드러날수록 좋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저는 자신의 연구 개요를 1문단에서 10페이지까지 늘이고 줄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가능하다는 것은 곧 가장 중요한 부분과 부차적인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연구 개요에 쓴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거겠지요. 결국 이걸 어느정도 갖추고 내용을 채워넣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계획서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은 상세하게 말씀드릴 것이 딱히 없습니다.
DAAD 서울지구 면접은 해외 거주자의 경우 화상 면접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생각보다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캐주얼했습니다.
커미티 멤버는 많은데 질문은 세 분 정도가 하셨고,
첫 번째 질문자가 독일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한 어느 철학자셨습니다(아마 교수님이겠죠 아직도 누군진 모르겠습니다).
되게 재밌게 들어주시고 질문도 많이 해주신데다 끝날 때쯤에는 "더 얘기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이제 마쳐야겠다"며 면접을 마무리한지라 면접 후의 느낌은 좋았습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연구 개요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청자와 시간, 깊이를 고려해서 유연하게 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써놓고 보니 별 특별한 얘긴 없는 것 같네요..
그치만 철학도들에겐 정보가 부족하니
귀한 정보와 이야기들 많이 올려주시면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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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덧붙여, 다음 내용이 인상적이네요.

저는 종종 다른 학계보다도 철학계에서 '선행연구'나 '학계 지형도'에 대한 관심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대륙철학 계열을 공부하는 분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쪽 분야는 고전적인 텍스트들을 독해하는 것 자체에 너무 많은 공이 들어가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에는 더 여력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종종 텍스트에 대한 여러 해석의 갈래들과 해석 근황들을 소개하면, "자기 자신의 눈으로 텍스트를 봐야지, 뭔 그런 잡스러운 학자들을 길게 나열하냐?"면서 혼난 적까지 있어서 상당히 억울하게 생각합니다.) 선행연구나 학계 지형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런 분위기가 언젠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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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선행연구 정리에 대한 개인적인 부족함도 느꼈고 학계 지형도에 대한 (한국어) 자료도 좀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자연/이공계 친구들에게 리뷰 논문이라는 것에 대해 좀 물어봤어요.
듣기로는 특정 소주제를 다룬 선행 연구논문들을 방법론이나 결과 등등 항목을 나누어 분류하고 정리해서 그 주제에 관한 일종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게 하는 글이더라구요.

철학 분야에서도 Philosophy Compass 같은 저널에 실리는 논문들이 그런 리뷰 논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서 하나씩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맘 같아선, 여러 대학원생 연구자 분들의 contribution을 받아서 웹에 모아둘까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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