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최전선을 아는 한 가지 방법 - Cambridge elements/Oxford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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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이제 철학의 분야를 공부하고자 할 때, (영미권 학계의 경향에 아주 반감이 없다면) SEP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를 사용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SEP의 한계라면, (a) 아무래도 영미권 범-분석 철학 계열에 대한 아티클일수록 충실합니다. (역으로 동양 철학, 대륙 철학 등에 대한 아티클은 좀 부실한편이죠.) 또한 (b) 초창기에 쓰인 아티클일수록 좀 내용이 부실합니다. (SEP가 막 시작된 00년대 중반부터 후반 때까지 아티클들은 좀 그런 게 있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c) 업데이트 날짜 기준으로 학계의 최신 논의까지 꽤 포괄적으로 다루는 편이지만, 부피가 큰 아티클의 경우 (인식론이나 뭐 그런 것들이요), 업데이트가 느리고 그러다보니 학계의 최신 논의까지는 못 다루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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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완할 하나의 방법은 Cambridge elements입니다. 제목에서 보이듯,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사에서 내놓은 시리즈입니다. 대체로 100페이지 내외로 얇으며, 철학을 제외하고도 언어학/고고학/대중 음악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 관한 책들을 출간합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a)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신진 연구자 중심의 - 학계의 가장 최전방에 있는 토픽들을 짧고 간략하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b) 또한 (철학에 한정하자면) 철학 메인 프로그램보다는 보다 학제간 학문인 결정 이론(decision theory)나 생물학의 철학, 물리학의 철학, 신경윤리(neuroethics), 윤리학, 종교 철학 등에 (SEP에서 상대적으로 부실한 부분에 대해서) 꽤 충실한 내용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대중 - 학부생들을 타겟으로 한 Oxford Very Short 시리즈와는 여러모로 결이 다릅니다. 학계 최신 담론에 관심이 좀 있는, 학부생 - 대학원생 혹은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타겟이라 할까요?)

(이외에도 인식론, 논리학, 수리철학, 심리철학 등도 있고, 언어학 세션에는 화용론, 인지언어학 등등, 심리학 세션에는 지각, 종교학 세션에는 신종교 운동 등이 있습니다. 정치학 세션과 환경 인문학 세션도 내용이 풍부한 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다운로드하면) 공짜입니다.
Published Elements (cambridge.org)

초창기에는 유료라서 여러모로 접근성이 안 좋았는데, 요즘에는 오픈엑세스거나 기간한정 오픈 엑세스입니다. (뭐 출간 이주 혹은 한달 동안은 오픈엑세스 이렇게요.)

그러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얼렁얼렁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운로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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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다른 시리즈가 생각나서 하나 추가합니다.
Oxford Studies입니다. 이는 케임브리지의 라이벌인 옥스퍼드에서 출간하는 시리즈입니다. 다만 엘리멘츠와는 다르게, 여러 다른 시기에 나왔다가 단명한 것들이 중구난방으로 여기에 묶여있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주목할 만한 건

Oxford Studies

Normative ethics/Metaethics/Metaphysics/Philosophy of Language/Philosophy of mind/Experimental philosophy 정도입니다.

(epistemology와 agency and reponsibility도 좋습니다.)

Oxford Studies in Metaethics - Oxford University Press (oup.com)
Oxford Studies in Metaphysics - Oxford University Press (oup.com)

(링크는 이정도만 드리겠습니다. 옥스퍼드 출판부 시리즈 목록 창에서 oxford stuides를 검색하면 나머지가 다 나올겁니다.)

이들 시리즈는 현재 영미권에서 각 분야 중진 - 대가 정도되는 학자들이, 한 해 동안 출간된 영미권 논문 중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들을 선정한 선집입니다.

아쉽게도, 이 시리즈는 유료인데 논문 선집이니만큼 목차를 안다면 여러 가지 경로로 원문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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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좋은 정보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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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요즘 분석 철학을 너무 못한다고 생각이 들어, 분석 철학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글이 나오네요. 복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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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석 철학은.....루이스 - 크립키 그리고 인지과학 이후로는 (대륙철학처럼) 특정한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된 듯합니다.

이는 능력의 부족이라기보단, 관련된 영역에 익숙하지 않음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루이스/크립키와 같은 형식적 도구들, 인지과학 - 심리학에서 활용되는 과학적 논문들 등등.

그러니 힘내시길 바랍니다. 하다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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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길 바랍니다! 사실 어제 분석철학 교수님 만나고 오늘 데카르트 교수님 만나고 왔는데, 반응이 너무 엇갈리더라고요... 분석철학 교수님은 말은 안 하셨지만 눈에서 "멍청하구먼" 하는 기운이 쏟아졌고 (그 분이 다른 학생들에게 "오! 대단한데?" 하는 눈빛을 쏘는 걸 봤습니다...) 데카르트 교수님은 절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 난 진짜 철학사만 잘하나? 란 생각이 드는 시점에 이걸 보게 됐네요.

술을 마셔서 그런지 말이 많아지네요. 암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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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위로가 되실진 모르겠지만,
그토록 얻길 원했던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농담 한 줄로 지나가버릴 수도 있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이 어느날 삶에 굴러들어와 정말 좋은 기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인듯합니다.

(노파심에 덧붙이면) 스스로에게 가혹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낮?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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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bridge elements 시리즈는 모르고 있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관심사와 관련된 책들이 몇 권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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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 감사합니다. Cambridge Elements 바로 다운받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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