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b66-67

요즘 순수이성비판을 다시 읽고 있는데 이 부분이 어렵네요. 일단 B66-67 을 보면 다음과 같은 형식의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 번역을 잘 몰라서 한국어로 일단 쓰고 괄호 안에 영어 번역을 넣을게요.

전제1: 우리의 외적 감각 (outer sense) 는 관계들 밖에 포함하지 않는다 (예: extension, motion, moving forces).
전제2
결론: 우리가 외적 감각 (outer sense)으로 얻는 것은 현상 (apperance) 에 지나지 않고, 물자체 (thing-in-itself) 가 아니다.

전제 2에 뭐가 들어가야할지 모르겠네요. 칸트 하시는 분 있으면 도움 부탁드립니다.

+제가 질문 워딩을 잘못한 거 같아 다시 씁니다.
B66-67에서 칸트는 외적 감각은 관계 (extension, motion, moving force) 만 포함하기 때문에 현상만 알 수 있고 물자체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논리를 혹시 이해하시는 분 있으면 댓글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질문을 올리고 구글링을 살짝 해보니, 다음과 같은 논문이 나왔습니다:

28쪽부터 B66-67에서 나오는 외적 감각의 관계성 (extension, motion, moving force) 과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하지만 결국에는 칸트의 논리를 전개한다기보단, 칸트의 결론을 취하는 쪽으로 가는 거 같아 아쉽네요. 저 혼자 이 부분에서 애먹은 건 아닌 거 같아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답을 못 얻어서 답답하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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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배제하고서 순전히 형식논리적으로만 보면

"관계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O: 외적 감각의 대상이다.
R: 관계이다.
A: 현상이다.

정도로 정의하면,

  1. (x)(Ox ⊃ Rx) | 전제
  2. (y)(Ry ⊃ Ay) | 전제/(z)(Oz ⊃ Az)
  3. Ou ⊃ Ru | 1, (임의의 개체 u로) 보편의 예화
  4. Ru ⊃ Au | 2, (임의의 개체 u로) 보편의 예화
  5. Ou ⊃ Au | 3, 4, 가언삼단논법
  6. (z)(Oz ⊃ Az) | 5, 보편적 일반화

가 나오니까요. 모든 외적 감각의 대상은 현상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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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질문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전제로는 관계들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가 되어야하는데,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다 -- 가 더 정확한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왜 관계들은 물자체가 아니고 현상인지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게 있을까요?

칸트의 말을 옮겨보면, "시공은 모든 경험의 필연적 조건들로서, 우리의 모든 직관의 주관적 조건이고, 이 조건과의 관계 속에서 모든 대상은 현상"입니다. (B66) 여기서 "관계"라는 것은 우리의 모든 직관의 주관적 조건들과 모든 대상들이 맺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모든 대상들이 한갓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 "관계들이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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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관계'라는 것은 우리의 모든 직관이 주관적 조건들과 모든 대상들이 맺는 관계입니다" 라고 하셨는데, 칸트는 "관계"라는 단어를 두 가지 의미로 씁니다. 첫번째는 sophisten님이 말씀하신 주관적 조건들과 모든 대상들이 맺는 관계이지요. 두번째는 물체끼리 갖는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extension, motion, moving force가 언급된 것이지요. 여기서 이 세 개가 어떻게 관계인가?라고 묻는다면 칸트가 언급하던 repulsion, attraction 등이 되겠지요. 즉, 다른 물체의 존재에 condition 된 것들이기 때문에 관계인 것입니다.

결국, 제 질문에 다시 답해주셔야합니다. 칸트는 이 세가지 관계성을 언급합니다. 모든 외적 감각은 이런 세가지 관계성을 포함하고, 그렇기 때문에 외적 감각은 물자체를 포함하지 못하고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하죠. 그렇다면, 왜 이런 관계성으로부터 우리는 현상만 얻어낼 수 있을까요?

확장성이나 움직임 등의 고유적 성질은 그 자체가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이 현상일 뿐이라는 점은 칸트를 통해서 자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extension, motion, moving force 또한 시공간에 입각된 관점이 아니라면 그런 언어로 불릴 수가 없어서가 아닐까요? 우리가 선험적 조건을 벗어난 상태에서 이동이나 힘이라는 개념을 부를 수 있을지부터의 검토가 우리한테 필요한듯 합니다.

그 주장도 흥미로워보인다만, B66-67에서는 칸트가 이 세가지가 관계이고 그렇기 때문에 물자체를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구절이 이 부분이죠.

우리의 인식에서 직관에 속하는 모든 것은 [...] 다름아니라 순전한 관계들, 곧 직관에서 장소의 관계들(연장[extension]), 장소들의 변화(운동[motion]), 그리고 그에 따라 이 변화가 규정되는 법칙(운동하는 힘들[moving force])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 장소에 무엇이 현전하는가, 또는 무엇이 그것을 장소 변화 외에 사물들 자체에서 작용하게 하는가는 그것으로써 주어지지 않는다. 이제 순전한 관계들에 의해서는 사상[Sache] 자체가 인식되지 않는다. (B66-67)

1. 혹시 단순하게 요지를 짚고 넘어가는 게 목적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밑에 내려가면 나오는 내(적)감(각)과 관련한 구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관이 관계 이외에는 아무런 것도 포함하지 않을 때, 그것은 직관의 형식이다."(B67) 그러니까 전제 2에는 "순전한 관계들은 직관의 형식이고, 직관의 형식들은 현상의 형식들이다." 정도가 들어갈 것이고, 해당 구절에서 칸트의 요지를 타당한 논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sophisten님이 주신 답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물체끼리 갖는 관계들"은 직관의 형식이고, 직관의 형식이라는 건 결국 "주관적 조건들과 대상들이 맺는 관계"라서, 결국 전자가 후자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2. 한편 저 부분을 엄밀하게 독해하는 게 목적이라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올리신 Allais의 논문에서도 보듯이 사물들의 관계성(relationality)이 왜 하필 사물들의 관념성(ideality)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해 칸트가 해당 구절에서 자세하게 논증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일관성 있게 해석을 하자면 결국 해당 개념들을 다루는 다른 구절들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텐데 그러면 사실 그건 논문 주제거리죠.

저도 그런 주제에 대해 면밀히 공부해 본 적은 없으나 막연한 소견만 덧붙이자면, 초월 논리학에서 무슨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계'라는 건 사실 순수지성개념의 범주들이고, 더구나 그 관계 범주들이 직관에 적용되는 원칙은 원칙론에서 경험의 유추들을 다룰 때 나오니까요.

다만 그런 부분을 끌어들여서 해석을 하려면 특정 입장을 채택하고서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직관 형식에 이미 관계 범주를 끌어들여서 설명하려면 개념에 매개되지 않은 순수 비개념적인 현상들이 있다는 입장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논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강순전-순수이성비판에서 일차적 현상과 이차적 현상.pdf (1.3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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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길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조금 더 들어가게 되니 영어로 답하겠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를 못하니 제대로 답할 자신이 없네요.

왜냐하면 "물체끼리 갖는 관계들"은 직관의 형식이고, 직관의 형식이라는 건 결국 "주관적 조건들과 대상들이 맺는 관계"라서, 결국 전자가 후자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I take "직관의 형식" to mean a form of our intuition. However, I cannot see why relation between objects nor relation between subjective conditions and objects could be forms of intuition. As long as I know, two forms of our intuition are space and time. I can see that outer intuition only contains relations between objects, but I cannot see why that is a form of our outer intuition. Also the same with the latter relation.

But more importantly, I found sophisten's reading unsatisfactory because Kant's claim that we cannot know thing in itself can have different arguments depending on which relation we are referring to. Let us look at the potential argument arising from sophisten's reading of relation, i.e. relation as a relation between subject and object.

P1: Kant's relation refers to a relation between subject and object.
P2: Subject can relate to objects only through sensibility.
P3: Sensibility is receptive.
C1: We cannot know something other than what is given.
P4: Objects may include properties that are not given to us.
C2: Therefore, we cannot know if we have a complete account of objects.

However, if we take relation as a relation between objects, we have a different argument:

P1: Kant's relation refers to relations between objects (extension, movement, force) (Of course, why these three relations are relations is not evident from the text.).
P2: Outer intuition only contains relations.
P3: Objects have intrinsic properties, that is, properties instantiated by virtue of the object in which they are instantiated only (assumption that is prevalent throughout CPR).
P4: Relations are not intrinsic properties (Change in distance from other objects need not imply change in intrinsic properties).
C1: Outer intuition does not include intrinsic properties.
P5: Outer intuition is the only access we have to outer objects.
C2: We don't have access to intrinsic properties.

Even though conclusions may have similar consequences (depending on how you reconstruct the argument), it is clear that we have two distinct arguments. And presumably, referring to an argument that is different from the argument that Kant is implicitly making is not what we want to do. And because Kant made explicit that he is referring to relation as a relation between objects, I thought taking relation as a a relation between subject and object would be an incorrect reading, though Kant may support that argument.

  1. In fact, writing an essay out of B66-67 is one of Kant assignments I need to complete by the end of this semester (so not strictly a "journal quality" topic). So far, I have some reconstruction, and I will be happy to share it with you once I finish it.
  1. 일단 이 부분을 명확히 해주신다면 질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b66-b67 부분 어디에서 말씀하신 관계들이 "물체들간의 관계"를 뜻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물체끼리 갖는 관계가 아니거든요. 원문에는 차라리 "장소들"의 관계로 보입니다. 글의 맥락 상으로도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조금 어색한 독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연장(extension, Ausdehnung)은 당시로서는 물체(thing, Ding) 또는 물질(matter)이 갖는 속성으로 파악되거나 (대표적으로 데카르트와 로크) 수학적으로 파악되었지 (뉴턴), 물체들 간의 관계로 파악되지는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1. 또 원문을 보시면

daß alles, was in unserem Erkenntnis zur Anschauung gehört (also Gefühl der Lust und Unlust, und den Willen, die gar nicht Erkenntnisse sind, ausgenommen), nichts als bloße Verhältnisse enthalte, der Örter in einer Anschauung (Ausdehnung), Veränderung der Örter (Bewegung), und Gesetze, nach denen diese Veränderung bestimmt wird (bewegende Kräfte. ) Was aber in dem Orte gegenwärtig sei, oder was es außer der Ortveränderung in den Dingen selbst wirke, wird dadurch nicht gegeben. Nun wird durch bloße Verhältnisse doch nicht eine Sache an sich erkannt: also ist wohl zu urteilen, daß, da uns durch den äußeren Sinn nichts als bloße Verhältnisvorstellungen gegeben werden, dieser auch nur das Verhältnis eines Gegenstandes auf das Subjekt in seiner Vorstellung enthalten könne, und nicht das Innere, was dem Objekte an sich zukommt.

대충 다음처럼 요약될 텐데요.

  1. 직관에 속하는 모든 것은 순전한 관계들(bloße Verhältnisse) 외에 어떤 것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어떤 직관 에서의 장소들의 [관계들] (연장), 장소들의 변화 (운동), 이 변화를 규정하는 법칙들 (운동하는 힘들(bewegende Kräfte)).
  2. 그러나 이를 통해서는 무엇이 현전gegenwärtig(present)하는지, 사물들 자체에서 이 현전하는 것에 무엇이 작용하는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3. 따라서 순전한 관계들을 통해서는 사상事象 자체(Sache an sich)가 인식되지 않는다.
  4. 따라서 외감을 통해서는 우리한테 순전한 관계 표상들 말고는 어떤 것도 주어지지 않으므로, 이 외감도 어떤 대상이 (그 대상의 표상 내에서의) 주관에 대해 갖는 관계만을 포함할 수 있지, 객관 자체에 속하는 내적인 것은 그럴 수 없다.

핵심은
외감이 갖는 관계들(연장, 운동, 운동하는 힘)은 결국 사물 자체에 대해 말해주는 것 없이, '우리에게' 관계하는 것으로 표상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알고 보면 우리 주관과의 관계라는 겁니다.

요컨대,

  1. 외감이 갖는 관계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사물들 간의 관계"가 아니라 결국 주관과의 관계인 것 같구요.
  2. 따라서 말씀하신 전제 1 내지는 결론은 어떤 면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요약이 아닐까 합니다. 억지로 전제 2를 끼워넣는다면 "외감이 갖는 관계들은 주관과의 관계로 소급된다." 정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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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ktryon 님의 리딩과 제 리딩은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다른 분들과 비교하면요). alektryon님도 두 다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장소 간의 관계로부터 주체와 물체의 관계를 이끌어낸다고 주장을 하시니깐요. 저도 주관과 객체의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 간의 관계로부터 주체/객체의 관계를 유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물체 간의 관계는 주체/객체 관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현상이다라고 보는거죠 (더 정확히 말하면 물체끼리의 관계로부터는 사상 자체가 인식되지 않는다가 되겠습니다. 관계가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sloppy한 것 같습니다).

다만, extension, motion, force를 장소간의 관계로 보면 force가 관계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힘은 질량을 전제로 하는데, 장소는 질량이 없으니깐요. 그래서 물체간의 관계로 보는 게 더 합당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세 개 다 설명이 되니깐요.

저는 영어에는 능통하지 않아 번역본만을 기준으로 제 부족한 소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최재희 번역본 26-27면 참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제2는 직관의 형식인 공간과 시간은 "경험적으로는" 실재성을 가지나, "초월적(transzendental)" 으로는 관념에 불과하므로, 초월적 관점에서 공간과 시간은 물자체에 대해서는 관계들 밖에 포함하지 않는 결론에 이른다"가 될 것 같습니다.

인식 주관에게 물자체는 주어질 수 없고 "장소" 즉 "공간"을 통해 현상만이 주어지므로 "장소", "장소의 변화"는 인식주관과 물자체가 맺는 관계일 수 밖에 없고,

마찬가지로 "운동력"도 "이 변화를 규정하는 법칙"이라고 부연설명하는 점을 고려할 때, 운동력은 "장소변화"의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장소 변화"가 "관계"인 이상,

"장소 변화"의 "원인"도 물자체에 대해서는 "관계"일수 밖에 없다는 논증 같습니다.ㅠ

잘 모르지만 뒤늦게 댓글을 올립니다. 너그러히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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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글에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서 생기는 마찰이 다음과 같은 마찰인 것 같습니다.

제 해석:
전제 1: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가 물체들간의 관계다. 혹은 물체들이 갖는 관계적 성질이다 (relational property).
전제 2: 물체들간의 관계는 물자체의 성질일 수 없다.
전제 3: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는 물자체에 관한 성질이 아니다.
전제 4: 공간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가 전부다.
결론: 공간은 주관이 물자체에 갖는 관계에 불과하다.

몇몇 다른 분의 해석 (제 예전 해석 포함)
전제 1: 공간은 직관의 형식이다.
전제 2: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전제 3: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는 직관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전제 4: 직관의 형식으로 표현된다면 물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다.
결론: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는 물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다. 주체가 물자체에 갖는 관계에 불과하다.

전 칸트가 양쪽 주장에 둘 다 동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언급한 부분에서 칸트는 제가 말한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칸트는 그 단락을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For confirmation of this theory of the ideality of outer as well as inner sense, thus of all objects of the senses, as mere appearances, this comment is especially useful." 즉, 칸트가 이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가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칸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간이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는 거죠. 결국, "공간이 관념에 불과하다"라는 것이 결론으로 나와야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제 해석이 더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다른 분들의 해석을 따르게 되면 결론으로 나와야하는 것이 전제1에 포함되기 때문에, 칸트의 논증이 순환논리로 되버립니다.

  2. 칸트가 extension, velocity, 그리고 force 를 설명할 때, 이것을 장소들간의 관계로 표현을 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들로부터 물자체는 인지될 수 없다고 하죠. 다음의 발췌를 보시죠:
    everything in our cognition that belongs to intuition ... contains nothing but mere relations, a of places in one intuition (extension), alteration of places (motion), and laws in accordance with which this alteration is determined (moving forces). But what is present in the place, ... is not given through these relations. Now through mere relations no thing in itself is cognized; it is therefore right to judge that since
    nothing is given to us through outer sense except mere representations
    of relation, outer sense can also contain in its representation only the
    relation of an object to the subject," (B66-67, my emphasis).

전 두 문장들에서 칸트는 공간들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체가 물체들에 갖는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제가 강조한 부분을 "now through mere relations [between the subject and its objects] no thing in itself is cognized" 로 바꾸게 된다면 칸트의 라이팅이 이상해집니다. 일단 칸트는 공간들의 관계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관계"라는 단어를 부가설명 없이 다른 관계로 본다면 앞에 문장들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칸트가 이 부분을 쓸 때 두 문장에 대해서 쓰고, 어떤 이유에선지 단락을 끝내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뜻이 됩니다. 물론 칸트의 라이팅이 완벽하진 않지만, 다른 해석을 볼 이유가 충분해보입니다.

  1. "it is therefore right to judge that" 다음에 나오는 "since..."를 봅시다. 칸트는 외적 감각으로부터 관계들*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체가 물체에 갖는 관계밖에 나올 수 없다라고 합니다. 두 개의 관계가 나옵니다. 제 해석대로라면 "외적감각으로부터 [공간들간의] 관계들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 되겠지만, 다른 분들의 해석을 따르게 되면 "외적감각으로부터 [주체와 물체의] 관계들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외적 감각은 주체와 물체의 관계들밖에 포함하지 않는다" 라고 해석이 됩니다. 즉, 저 문장에서 나오는 첫번째 관계를 주체와 물체의 관계로 본다면, 칸트는 단순한 터톨로지를 쓰게 되는 겁니다. 이것 역시 다른 해석을 봐야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 칸트는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에 빗대어 이야기하며 물자체의 성질은 간단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A265/B321, A274/B330, A227/B333 참조). 즉, 칸트는 물자체가 관계성이 없는 무언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 논증에서 전제 3이 칸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것들과 상응 가능하다는 것이겠죠. 이런 면에서 제 해석이 또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제 해석에 대한 뒷받침을 했습니다. 저도 한참 부족하고 (특히 칸트에 대해서는 더더욱요. 제가 가장 약한 철학자중 한 명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서강올빼미에 모여서 토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렇기에 철학을 공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tshumh님이 ㅠ를 문장 끝에 붙이시길래 신경이 쓰여 말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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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yhk9297님의 답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40대 중반으로 직업은 법무사입니다. 철학을 전공이나, 부전공으로 공부한 적도 없는 철학의 문외한입니다.

다만 칸트철학을 약20여년 동안 번역본으로 꾸준히 읽어온 수준에 불과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서강올빼미에 글을 올렸습니다.

yhk9297님이 부족한 제 글에 정성들여 답글 달아 주신점 감사드리고 저 역시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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