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추상적 보편의 지양]
헤겔은 논리적인 것의 형식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추상적·오성적 측면 - 변증법적·부정적 이성적 측면 - 사변적·긍정적 이성적 측면
이를 각각 다시 항목으로 나누어서 고찰하면 이러하다.
(1) 오성적 측면 - 오성적 측면은 직접적·추상적·외면적인 성격을 지니며, 헤겔은 이러한 '규정된 개념'을 "한갓된 오성의 영역"으로 묘사한다. 따라서 이 측면에 속하는 사유들은 확고한[=고정된] 규정들의 존재에 현상하며, "타자와 외면적 관계"만을 맺으며 '추상적 보편성'을 지닌다. (WL III, 29:6-22 / 30) 이 측면에서 개념은 다른 개념과 외적으로 구별되는 확고한 자기동일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것이 변증법적 고찰에 따라 지양되면 개념의 '내적 연관(=총체성으로의 연관)'이 드러난다.
요약 - 오성적 측면에서 개념은 외적 대립을 통한 '추상적 보편'으로 나타난다.
(2) 부정적 이성적 측면 - 부정적 이성적 측면은 '추상적 보편성'의 경직됨을 해소하여, 그것의 내적 통일로 이행하게 하는 힘이다. 그리하여 "변증법은 특수한 규정성들에 대한 사유를 통해 거기에 내재하는 보편성을 도출하면서 전자[=특수성]를 후자[=보편성] 속으로 통합한다." - [86] 보편성의 형식을 띈 규정성은 이로써 "보편성과 단일한 것으로 결합"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규정된 보편"이며, 헤겔은 "규정된 보편은 자기관계하는 보편성die sich auf sich beziehende Bestimmtheit"이라고 표현한다.
요약 - 부정적 이성적 측면에서 개념은 내적 결합을 통해 '규정된 보편'으로 나타난다.
(3) 긍정적 이성적 측면 - 긍정적 이성적 측면은 이로써 나타나게 되는데, 이처럼 오성의 경직성이 해소된 규정된 보편·특수 개념은 "절대적 부정성"으로 "독자적으로 정립된" 것이다. 즉, 보편과 특수 모두 개념인 한, 이는 '자기관계하는 규정성'이다. 즉, 보편 개념이 규정성들의 구별(=자기구별)을 통해 나타난 특수 개념은 이미 '규정된 개념'으로, 이는 규정성이 자기관계하는 보편성과 통일된 것이다. 이제 이 활동성은 가능적 구별에서 실재적 구별로 이행하여 구별행위의 현존재를 산출하게 되는데, 이 때 산출되는 이 현존재를 '단독성'이라 한다.
요약 - 긍정적 이성적 측면에서 개념은 내적 결합을 지나 '단독'이라는 현존재로 나타난다.
헤겔은 이처럼 오성적 측면을 논리적인 것의 한 구성요소로 간주하며, 오성적 사유가 이 세 단계에서 이탈해서 절대화될 때에 비판한다. 그렇지 않고 논리적인 것의 한 계기로서 제 역할을 한다면 오성적 사유는 이성적 사유의 시작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다.
여기서 (1) 은 '부정'이고 (1) → (2), (3)은 '부정의 부정'이다. (2) → (3)은 자기부정이 일어나는 순간으로 복귀에 해당하는 지점이며, 따라서 이 이행의 순간은 두 관점의 최소 차이이다. (=사변적 통일) 이 순간은 가능적 구별이 실재적 구별로 전환되는 순간으로, 이는 특수가 자신이 뒤늦게 이미 스스로 '단독'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며, 따라서 이 둘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차이이다.
이러한 독자적(=즉자대자적) 상태에서 나타나는 것은, 특수는 늘 이미 보편과 결합된 '규정된 개념'으로써 그 규정성들은 보편과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특수성이 오성적 측면 이후 부정적·긍정적 이성의 측면을 통과해서 단독성에 도달했을 때, '규정된 개념'은 이미 특수의 규정성과 보편의 자기동일성의 통일(곧, '단독')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헤겔에 따르면 보편은 이미 자기관계하는 규정성이었으며, 특수가 동일한 표현을 얻자마자 그것은 곧 단독(성)이 된다. 즉, "보편성은 이미 그 자체 독자적으로an und für sich 특수성이고, 마찬가지로 특수성은 그 자체 독자적으로 또한 단독성"인 것이다. (WL III, 46: 1-11) 이를 통해 헤겔은 개념이 총체성이며, 그 내부에서 그 계기들이 서로 동일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그러므로, 헤겔의 총체성이 드러내는 바는 특수성이 보편성으로부터 산출되나, 그럼에도 이 둘은 똑같이 개념의 계기인 셈이다. "이러한 개념들의 계기들의 동일성과 개념의 총체성을 논리적으로 사유할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 변증법적 역동성을 논증할 수 있다." - [87, 각주 17]
그러나 특수가 보편에서 독립되어 존립할 수 없다고 해서, 구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수는 규정성을 통해 보편을 단독으로 실현시키는 매개 역할을 하며, 특수가 단독성으로 귀결되기 전에 다양한 조합 가능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별은 특수의 규정성들이 하나의 단일한 통일성으로 귀결된다.
즉, 특수는 규정성들 상호간의 타자관계성이, 단독은 규정성들의 불가분한 통일성이 특징이다. 모든 개념의 단독적 존립은 각각이 특수한 규정성들을 통해 다른 개념과 구별되는 단독성을 띔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5 [나가기] - 결론
특수 개념은 보편-특수-단독이라는 변증법적 단계에서 나타나는 매개이자, '분열의 장'이다. 즉, 보편은 자기구별해 특수를 산출하고, 특수는 보편을 규정하며 단독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특수는 본래 보편 속에 가능적인 구별로 있으며 개별로 이행하는 과정 중에 있다. 그리하여, 특수는 보편과 단독 사이의 분열이자 종합의 매개로서 최종적으로 개념의 총체적·유기적 통일을 완성한다.
따라서 특수는 보편-단독 양자의 매개로서 그 출발점도 종착점도 아니나, 개념의 자기전개라는 총체성을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과정이라는 전체에서 그 둘이 출발점과 종착점으로써 존립하게 한다.
그렇기에 헤겔은 특수한 규정성들이 경험적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보편 자신의 자기구별의 결과로서 간주하며, 따라서 양자는 내적 연관 속에서 통일되어 있다. 보편의 자기구별은 보편의 원리에 따라 특수를 산출하며, 따라서 특수성들의 시작과 본질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이 내적 연관 속에서 이 양자는 상호가 무관심하게 존재하는 상이성이 아닌 것이다. 즉, 특수 개념은 경험에 의해 주어지는 소재가 아닌, 보편 개념에 의해 산출되고 조직되는 개념적인 것이다.
따라서 개념과 무관한 것처럼 여겨지는 경험적으로 나타나는 실재성은 가상이며, 개념적으로 조직된 실재성만이 세계의 참된 실재성이며 본질인 것이다.
(외적·경험적 우연성 → 내적·개념적 필연성)
이로써 헤겔은 특수라는 자기구별을 통해 드러난 내적 필연성의 매개를 통해 주관과 객관을 일치시키며, 그의 독자들을 외적 척도가 아닌 내적 원리를 통해 그것들의 필연적인 연관성을 보편적인 통일 속에서 사유하도록 독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