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철학 논고 4.0031 추가 질문

4.0031 모든 철학은 언어 비판이다.

여기서 이전 질문 글에서 여러 분들이 답변해주신 내용을 토대로 해석해보면, 이 명제는" '철학이란 언어 분석[검토]이다'. 즉 철학의 역할은 '언어 분석' 이어야 한다" 로 해석되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철학' 이 아니라 '모든 철학(All Philosophy)이라고 쓰여 있다는 점입니다. 즉
'철학은 언어 비판이다' 라고 쓰여 있었다면,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모든 철학은 언어 비판이다' 라고 쓰여 있으므로 철학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라고 해석하는 게 약간 어색해 보입니다.

  1. 여기서 '모든 철학' 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모든 철학' 이 2500년 동안의 그 모든 철학을 의미하나요? 혹은 '모든 철학은 언어 비판이다' 라는 이 명제는 '철학은 언어 비판이다'와 같은 뜻인가요?

  2. '비판' 의 의미는 이 명제에서 '한계짓는 일' '검토[분석]' '비평'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 중 어떤 의미에 가까울까요.

1.비트겐슈타인이 해당 진술에 '모든'을 붙였다는 사실이 어째서 철학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규정이라고 보기 어색한 이유가 되는지 불명료합니다. (이미 전 글타래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이지만) 전후 문맥으로 봤을 때, 비트겐슈타인은 해당 구절에서 특별히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짚고 그로부터 철학 전통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 명제(4.003)에서 그는 "철학 작품들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명제와 물음이 [...] 무의미하다. [...] 철학자들의 명제와 물음 대부분은 우리 언어의 논리를 이해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종래의 서양철학 전통에 등장한 많은 책들은, 『논고』의 관점에서 보기에 언어적 착각에 기인한 무의미한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4.0031의 첫 번째 진술은 '2500년 동안의 서양철학 전통이란 무엇인가'보다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규정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2.이전 글타래에서 말씀드린 바 있지만 비트겐슈타인은 『논고』의 여러 구절에서 철학이 언어의 한계를 명확하게 긋는 것, 우리 언어의 논리적 구조를 명확히 분석하여 철학적 착각을 해소하는 활동이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4.0031의 언어'비판'이라는 말은 위의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굳이 제시하신 의미들에 '비판'의 의미를 대입해야 한다면, 언어비판으로서의 철학은 언어의 한계를 긋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 짓는 일'도 맞고, 언어의 논리적 구조에 대한 '분석'을 행하기 때에 '분석'도 맞고, 이 분석을 통해 종래의 철학적 문제들이 언어적 착각으로 발생한 사이비 문제라는 점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도 맞을 것입니다. ('비평'은 아마 예술비평 말할 때 그 비평을 의미하신 거라면 그런 의미는 여기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주제에 대해 이전 글타래에서 Sellars님이 관련 논문의 링크를 걸어주셨는데, 그 글에 구체적인 설명이 잘 나와 있습니다. 궁금증의 해소를 위해서는 참고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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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혹시 인용하셨던 쓰신 논문의 서지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쓰신 답변을 읽다가 흥미가 생겨서요.

김현균, 김도식, 「『논리-철학 논고』의 '초월적(transzendental)' 개념에 관하여─세계의 선험적 조건으로서의 논리와 윤리─」, 『범한철학』 제100집, 범한철학회, 353-389.

이 논문에서도 비슷한 주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직접 쓰신 논문이 맞는지도 궁금하네요. 『논고』의 철학적 구도가 칸트의 초월철학과 같다는 논의는 많이 접해봤는데, 『논고』 자체에서 등장하는 '초월적' 개념에 대한 해석을 통해 칸트적 기획과 연결시키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다소 생소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선험적 조건으로 '윤리적인 것'을 독해하는 논의에 대해서는 처음 공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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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비트겐슈타인이 논리학충이라 all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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