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호,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제3장 요약 - 5

9. 가능성과 현실성

앞서의 탐구들이 실체에 대한 정태적인 탐구였다면, 이제는 가능성(능력, dynamis)과 현실성(활동, energeia)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실체의 운동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dynamis’는 변화의 원리(archē metabolēs)로서의 능력을 뜻하며, ‘energeia’는 이 능력이 실현되는 운동을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성과 현실성 두 개념의 의미를 확장해서 각각 질료와 실체에 적용한다. 그에 의하면 질료는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가능적으로 있는 것(dynamei on)이며, 실체는 이 질료의 가능성이 실현된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있는 것(energeiai on)이다. 그러므로 ‘가능성(능력):현실성(활동)=질료:실체’라는 유비 관계가 성립한다.

이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 시간, 실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현실성이 가능성에 선행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첫째, 가능성은 그 정의상 항상 현실적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다. 즉 가능성의 로고스 안에는 항상 현실성이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벽돌이 가진 가능성이란 항상 집과 같은 현실적인 무엇이 될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현실성은 로고스의 측면에서 가능성에 앞선다. 둘째, 가능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이 생성되는 시초가 되지만, 그 가능적인 것 자체는 다른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생겨나야 한다. 이 점에서 현실성은 가능성에 시간적으로 앞선다.

셋째 측면에서의 논증은 자연 사물들과 영원한 것들의 두 측면에서 진행되는데, 첫 번째 측면에서의 논증은 다시 다음의 네 가지로 나뉜다. (1) 현실적인 것은 가능적인 것보다 완전히 형태를 갖춘 것이다. (2) 현실적인 것은 가능적인 것과 그 생성 과정의 목적이다. 즉 생성은 목적으로서의 현실적인 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어난다. (3) 질료가 형상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는 이유에서 질료는 가능적인 것이라 불리며, 형상은 현실적인 것이라 불린다. (4) 능력의 사용으로부터 결과물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예컨대 시각 능력의 사용), 결과물이 생길 수도 있다(예컨대 건축 능력의 활용). 그런데 이 두 경우 모두 목적으로 삼게 되는 것은 활동이다. 이 점에서 활동은 능력에 선행한다. 결론적으로 현실성은 실체에서 가능성에 앞선다. 나아가 현실적인 것은 그 생성의 원인이 되는 또 다른 현실적인 것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연쇄는 “가장 앞선 것이면서 영원히 운동을 낳는 것의 현실성”(1050b5-6)에 다다르게 된다.

논증은 영원한 것들의 측면에서는 다음처럼 이루어진다. 가멸적인 것들은 현실적이더라도 여전히 자기 내에 소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영원한 것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소멸의 가능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영원한 것들은 가멸적인 것들보다 실체의 측면에서 선행한다. 이 논증은 앞으로의 신학에 대한 논의를 예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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