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구성
(1) 서론
(2) 진학 계획 및 타임라인
(3) 학교 선택, 지도교수 컨택 및 지도 승낙
(4) 장학금 지원
(5) 지출 비용 및 기타 꿀팁
(1) 서론
안녕하세요. 올해부터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érieure de Lyon, ENS de Lyon)에서 철학 박사과정 시작하게 된 학생입니다. 제 전공은 17세기 초기 근대 철학, 그 중에서도 데카르트와 데카르트주의자들의 철학입니다. 프랑스 대학 박사과정에 대한 최신 정보는 잘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먼저 유학을 경험해 본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에 알음알음 많은 정보를 얻기도 했습니다. 출국을 앞두고 있는 지금, 유학을 준비했던 1년 반의 시간을 정리해볼 겸 정보를 공유해봅니다. 프랑스 박사과정 입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실무 및 행정 처리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수기처럼 써 볼 생각인데, 프랑스 박사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2) 진학 계획 및 타임라인
저는 2024년 2월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025/2026학년도에 박사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총량으로 따지면 대략 1년 반 정도를 유학 준비에 투자했네요. 처음에 세웠던 제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플랜 A: 2025/2026학년도 박사 과정 입학
- 플랜 B: 2025/2026학년도 석사(M2) 과정 입학
- 플랜 C: 2025년도 어학연수 진행 뒤, 2026/2027학년도 박사 과정 입학
설명을 잠시 드리자면, 프랑스의 석사과정은 M1과 M2로 구성됩니다. 각각 1학년, 2학년 정도의 개념에 대응된다고 보면 되고, 실제로도 각각 일 년이 소요됩니다. 대체로 한국 대학의 석사 학위가 프랑스와 동등한 학위(Bac +5)로 인정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석사를 취득한 학생은 M2 과정을 마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다만, 외국인으로서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프랑스 학제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을 곧바로 박사과정으로 받아주기는 힘들다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프랑스에서 M2를 다시 할 것을 요구하는 지도교수들이 많습니다. 1년 동안의 M2 과정을 통해 석사 수업에 참여하고, 궁극적으로는 석사 논문을 작성해 봄으로써 프랑스 학계에서 요구하는 학술적 글쓰기를 배우라는 것이지요.
지도교수님과 몇몇 선생님들은 이 M2 과정을 적극 추천해주셨습니다. 어학원에 다니는 것보다는 학교 생활을 직접 경험해보고 논문을 써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물론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라는 다른 선생님들의 조언 역시 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석사를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동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가 주를 이뤘습니다. 여러 조언들을 들으면서 생각하게 된 가장 좋은 방법은 석사와 박사 입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석사 과정은 미국처럼 어드미션 커미티를 통해 진행되므로, 석사 입시를 진행하는 한편, 지도교수와의 컨택을 통해 진행되는 박사 입시 역시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사로 받아준다는 교수가 있으면 박사로, 그렇지 않으면 M2로 진학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이런 식으로 진학을 준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간과했던 것은 프랑스 석사 지원 마감일은 매년 1월~2월 경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프랑스어 B2 자격증만을 갖고 있었고, 25년 3월에 C1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석사 지원에서 요구되는 어학 최소 기준(C1)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지원하려는 대학에 일일히 연락하여 입학 전까지 C1을 따겠다는 식으로 쇼부를 볼 수도 있었지만, 받아줄 대학이 많지 않을 것 같았고, 더욱이 이미 석사를 취득한 상황에서 굳이 그런 수고를 감수해야 하나 회의가 들어 플랜B를 없애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저는 플랜A와 플랜C 두 개만 가지고 유학을 준비했네요.
저는 무언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도 석사 과정보다는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설령 박사 진학에 실패하더라도 일 년 어학연수를 하면서 쉬어 가는 게 나쁘지 않을 거라고 정신 승리를 하며 이미 지나간 석사 입시를 잊고 박사 입시에만 매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히 가장 지도 받고 싶었던 교수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진작 C1을 따놓고 안전하게 입시에 임하는 것이 좋았겠다 싶습니다. 따라서 혹시 타임라인을 짜고 계신 분들께서는 석사 지원 마감일인 1월~2월 전까지 C1 자격증을 확보해놓으시고, 석사 과정을 보험으로 걸어놓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제 박사 입시 타임라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24년 2월 - 석사 졸업
24년 3월 - 프랑스어 B1 취득
24년 4월 - 프랑스어 B2 시험 준비
24년 5월 - 프랑스어 B2 취득
24년 6월, 7월, 8월, 9월 - 프랑스어 C1 시험 준비
24년 10월 - 컨택 시작
24년 11월, 12월 - Projet de recherche 작성 및 지도 승낙
24년 1월 - 학교 행정팀으로부터 입학 허가서 수령
24년 2월 - 프랑스어 C1 시험 준비
25년 3월 - 프랑스어 C1 취득
25년 4월, 5월 - 장학금 지원
25년 6월 - 장학금 면접 준비
25년 7월 - 장학금 획득
25년 8월 - 출국 준비
25년 9월 - 박사과정 등록
25년 10월 - 박사과정 시작
전체 타임라인에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어학연수 없이 한국에 머물면서 어학 자격증을 C1까지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점이 현지 생활에 능숙하지 않다는 단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머무른 덕분에 돈과 시간과 체력은 많이 아낄 수 있었습니다. 또 (4)에서 후술하겠지만 한국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국에서 딸 수 있는 장학금 준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는 한국 대학에 박사과정을 등록해놓고 유학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건 사람의 성향마다 달라지는 점이겠지만, 적어도 저는 박사과정을 등록할 시, 꼭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국 박사과정에도 완전히 집중하지는 못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상황이 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입시를 해 보니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자잘하게 할 일이 계속 생겼기 때문입니다. 연구 계획서를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어학을 공부하는 데도, 장학금을 준비하는 데도, 여타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만일 박사과정까지 진행하던 중이었다면, 분명 힘에 부쳤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원래 멀티 태스킹과 시간 관리에 약한 인간이라 그런 것이고, 성향상 박사를 걸어놓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분들 역시 계실 겁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후회되는 점 역시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C1 자격증을 조금 더 일찍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3월, 5월, 11월에 DALF C1 시험이 열리는데, 25년 3월 말고 24년 11월 시험에 합격하여 미리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석사를 지원해서 좀 더 안정적인 심리 상태로 박사 컨택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1지망 교수에게만 컨택하고 2지망, 3지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운이 좋게 일이 잘 풀리기는 했지만, 동아줄 하나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심적으로 매우 불안했습니다. 이 부분은 (3)에서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 (3)부터는 또 시간 날 때 이어서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