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훈승, 「헤겔과 절대자」, 1~2장 요약




일러두기: 각 장과 절의 제목에 쓰인 대괄호'[ ]'는, 논문 원본의 제목을 그대로 옮겼다. 또한, 내용의 문단 안에서 쓰인 대괄호 '[ ]'는, 인용한 논문 원본의 쪽수를 명기한 것이다. 인용문 사이에 쓰인 '[ ]'는 이해를 위해 삽입한 구절이다.



1 [서론] - 전체 내용에 대한 개요

헤겔 철학에서 "절대자(Absolute)"는 단순한 신학적 대상이나 형이상학적인 실체가 아니라, 사유와 존재의 일치를 드러내는 "열려 있는 총체성Totalität"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절대자는 자기 외화를 통해 모순적 타자를 생산하고, 이를 부정·통합하며 다시 자기 자신으로 복귀하는 변증법적 운동을 수행하는 활동으로서의 실체이다. 헤겔 자신이 '전체Ganze'라고 부른 것은 결코 완결된 정지 상태가 아니며, 오히려 각 전개 단계를 모두 포함한 채 항상 전개 과정을 지속하는 인식론적-존재론적으로 늘 과정에 있는 '미완성된 전체unvollendete Ganzheit'이다.

이점에서 저자는 절대자에 대한 간단하고 명료한 해석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헤겔이 "전체는 스스로 전개함으로써만 전체이다"라고 한 사실을 명시한다. 헤겔에 대한 통상적인 비판은 그가 전체주의적 철학자라는 것으로, 이는 헤겔 철학을 '정신'의 관점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몰이해는 절대자를 독립적인 하나의 단일체로 환원하는 오해로 이어진다. 저자는 논문에서 이러한 오해를 종식시킨다.


1.1 요약문의 구조

이 요약문은 논문의 구조를 따라서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 서론으로 바로 이 지점이다. 우선 먼저 저자의 "헤겔과 절대자" 논문 서론이 제시한 절대자의 개념 규정, 정신으로서의 절대자, 절대자와 무한자, 절대자와 자유 등의 핵심 주제를 요약한다.

(2장) 저자의 절대자에 대한 통찰을 요약한다.

(3장) 가무한과 진무한의 관계를 다루면서, 2장 3장에 대한 보충으로 유사한 다른 논문들과 내용을 비교하여 논증을 강화하고, 절대자를 '하나인 폐쇄적 완전체'로 오인함으로서 발생하는 이데올로기적 환상의 위험성을 지젝의 비판을 통해 조명한다.

(4장) 저자가 결론부에 남겨놓은 쟁점을 살펴본 뒤, 이에 대한 보충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더하여, 실천적 영역에서 절대자에 대한 통찰이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다.



2 [헤겔에 있어서의 절대자]


2.1 [절대자에 대한 일반적 규정] - 절대정신의 주체성: 자기외화와 지양

"절대자란 자신 속에 모든 유한자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이러한 유한자의 전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전개해 나가는 그러한 존재자다." - [270]

헤겔은 칸트·쉘링의 '초월적 무한자'개념을 비판하며, 진무한(=절대자)은 유한자를 대립으로 삼지 않고 내재적으로 포함한다. 이는 '부정의 부정' 구조이며, 구체적 보편으로서의 존재론적 지위를 획득한다.

"추상적 무한은 오성의 무한에 불과하나, 진정한 무한은 이성의 무한이며, 이는 유한자의 부정을 통해 스스로를 긍정하는 구조이다." - [274]

헤겔은 절대정신을 “자기를 대상화(Entäußerung)하고, 그 대상을 부정하여 다시 자기에게로 복귀하는 순환적 운동”으로 정의한다. 이 과정은 단순 회귀가 아니라, "부정된 타자를 보존하면서 그 위에서 새로운 통일을 이루는 이중작용"이다.

"정신이란, 스스로를 객체로 설정하고 그 객체를 부정함으로써, 그 부정 속에서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복귀하는 바로 그 주체성이다. Der Geist ist jene Subjektivität, welche sich als Objekt setzt und dieses Objekt negiert, um in der Negation zu sich selbst zurückzukehren."〈GW 12:151〉


2.2 [정신으로서의 절대자]

"절대자는 정신이며, 정신은 자신을 외화시켰다가 그 외화를 지양하여 다시 자기 자신에게 복귀시키는 운동으로서만 존재한다." - [272]

이 운동은 헤겔 논리학의 '시원으로 회귀하는 근거 짓기rückwärtsgehendes Begründen'와 '전진적 추가 규정vorwärtsgehendes Weiterbestimmen'을 동시에 포함한다. 정신은 이중 운동 속에서 자기-대상화와 자기-통합을 반복한다.

"이때 정신의 ‘깊이’는 외화의 크기, 즉 모순을 감내하는 크기에 비례한다." - [273]


2.3 [주체인 절대자]

"절대정신은 고정된 점이 아니라 부단한 자기부정의 주체이며, 이 주체성이 세계창조로 구체화된다." - [275]

헤겔의 주체(subject)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적 목적론과 근대 표현주의가 결합된 '자기실현'으로, 주체는 자신의 목적(절대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를 매개로 활동한다.

"세계 없이 신은 완전하지 않으며, 세계창조는 절대정신의 자기 외화이자 자기 계시이다." -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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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승 선생님의 책을 도서관에서 얼핏 스쳐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이 굉장히 명료한 편인가 보네요. 물론, ‘절대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약문에서 찾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절대자와 관련된 논의들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구조적으로 잘 되어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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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걸 찾고 있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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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생각을 못했네요. 배워가는 과정이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제 생각에 절대자란 자신이 절대자임을 자각한 것, 곧 그 자신이 정신임을 깨달은 뒤 인식-존재의 간극을 해결(='절대지'를 성취)한 절대정신의 실체이자 주체...라고 추측합니다. (제가 틀렸다면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이마저도 모호하긴 하다만, 절대자는 자기관계하는 절대적 부정성, 자기반성적인 실체이자 주체같습니다. 단, '부정적인 것, 따라서 그만큼 긍정적인 것'으로서의 실체이자 주체라는 점은 잊어선 안되겠지만요. 이걸 곧장 '신'이라고 동치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제가 너무 신학적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절대자 = 절대정신의 현현 = 자기반성적 실체-주체 = 즉자대자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의 긍정적인 것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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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답글을 달진 않으셨으나, 하트를 누르셨으니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려볼게요.

헤겔을 설명할 때 헤겔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쓰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여기서 사람들은 칸트와 쉘링의 '초월적 무한자' 개념을 잘 모릅니다. 진무한의 개념도 모르고, 유한자를 대립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정의 부정이라는 것도 알기 어렵고, 구체적 보편이라는 것이 뭔지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요약본이니 이렇게 쓰실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풀어서 서술하는 걸 연습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더 좋은 방법은: 이런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헤겔이 도달하고자 했던 바를 이런 단어를 최대한 쓰지 않고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게 베스트죠).

보통 X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때 X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절대자가 무엇인지 설명할 때 절대자 언급은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헤겔의 절대자 개념은 스피노자에게서 답습한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실체 개념을 염두에 두고 헤겔이 쓰고 있는거에요 (애초에 쉘링의 절대자 개념이 스피노자의 실체개념을 가져다 쓴 거에요. 쉘링은 스피노자의 체계를 답습하면서 스피노자가 갖고 있던 문제들, e.g. 무우주론, fatalism, 등을 피하려고 했던 철학자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스피노자의 실체/양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헤겔의 절대자 개념은 이해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첫번째 파트 11번째 명제까지 읽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한국어 스피노자 입문서는 진태원 선생님의 책이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영어도 괜찮으시다면 Lin - Being and Reason pg. 112-113 에서 굉장히 도움되는 말들을 합니다. Van Inwagen - Metaphysics Ch1에서도 설명을 쉽게 합니다 (다만 반 인와겐이 인정하듯 스피노자를 정확히 서술하는데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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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동어반복적인 구조로 설명한건 그것이 자기반성적인 구조를 지닌다고 생각해서 그런건데, 생각해보면 이 설명은 꽤 복잡하고 장황하네요... 혹시 누가 제 글을 읽으신다면 그 부분은 무시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더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 풀어서 설명하는게 어렵네요... 이건 순전히 제 능력의 부족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요약문의 부록이나 다른 방식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싶습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읽기는 했는데 그 논증의 방식이 저에겐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스피노자의 잘못이라기보단, 단순히 제가 익숙치 않은 것이었고요... 솔직히 아직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실체-양태의 관계에 대해선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애매하네요.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ㅎㅎ;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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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실체/양태와 헤겔의 절대자 개념이 이 사이트에 없는 걸로 기억해서 간략하게 적겠습니다.

양태와 실체 구분은 데카르트에서 온 구분인데, 실체는 말 그대로 성질을 갖고 있는 것들이고, 양태란 비본질적 성질입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에게 있어 뜨거운 물을 식히면 뜨겁다는 성질을 잃습니다. 하지만 그럼에 있어서 물이란 본질은 유지되지요. 그러니깐 물은 열이란 비본질적 성질, 즉 양태를 갖고 있는 실체입니다.

스피노자는 이 데카르트식 구분을 가져가면서 굉장히 다른 결과를 내놓습니다. 데카르트에게 있어 저도 하나의 실체고, 이 컴퓨터 하나의 실체지만, 스피노자에게 있어 저라던가 이 컴퓨터는 단순히 양태에 불과합니다. 저와 이 컴퓨터는 사실 신이라는 실체의 양태들인 것이죠.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실체는 신 하나밖에 없고, 이 모든 물체들이 신의 양태입니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일원론자입니다.

언뜻 보면 물체들이 신의 양태라는 말은 범주 오류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물체들은 성질이 아니니깐요. 우리는 성질을 말할 때 빨갛다, 둥글다 등을 말하지만 컴퓨터 등은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걸 기반으로 해서 베일은 스피노자의 철학에 반박을 했지요. 하지만 비유를 해보면 그렇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바다에 파도가 치다가 파도가 잠잠해졌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에 파도가 그만 친다고 해서 바다는 바다라는 본질을 잃지 않습니다. 또, 파도가 바다의 성질인 면도 없진 않습니다. 보통 우리는 x가 y의 성질이라고 하면 y없이는 x가 있을 수 없다 정도로 이해하는데, 바다가 없이는 파도도 있을 수 없지요. 이런 면에서 스피노자에게 물체들은 신이라는 실체의 양태다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런 실체의 개념을 헤겔은 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논리학>에서는 이런 스피노자의 모니즘을 개념에다가 적용합니다:

In its true presentation, this exposition [of the absolute] is the preceding whole of the logical movement of the spheres of being and essence (SL 468; GW 11.372)

그러니깐 <논리학>에서 절대자는 <논리학>에서 나온 개념들의 실체인 거에요. 바다/파도의 관계가 스피노자에게는 시공간적으로 쓰였지만, <논리학>에서는 개념들에게 쓰이는 거에요. 예를 들어 <존재>와 같은 개념들은 스피노자에게 컴퓨터가 신의 양태이듯이, 절대자라는 것의 양태인 것이지요.

하지만 <논리학>에서는 이런 절대자의 개념에 수정이 들어갑니다. 스피노자의 양태는 비본질적 성질, 즉, 그 성질이 하나가 없어져도 실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헤겔에게 있어 각 개념들은 전부 본질적인 성질이 됩니다. 마치 유기체처럼 말이죠. 저는 제 위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이, 이 절대자라는 것은 결국 각 개념 없이는 자신을 유지할 수 없는 게 되버리고, 스피노자식 양태의 비본질성은 곧 폐기됩니다. 그리고 각 개념들은 곧 전체의 본질적인 부분이 되겠지요. (이런 구분은 <법철학>에서도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Ethical Substance쪽에서 이런 움직임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아직 자세히 보진 않아서 설명은 못하겠네요).

제 해석이 조금 들어가긴 했지만, 이렇게 읽으시면 절대자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아시는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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