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레이슨, 『하버마스 입문』, 「1-2장」

핀레이슨은 1장과 2장에 걸쳐 하버마스 이론의 전체 구도가 왜, 그리고 어떤 경로를 따라서 형성됐는지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다. 포인트만 짚었다.


  • 비판이론이란?

하버마스는 프랑크푸르트 학파, 또는 비판이론이라 불리는 집단의 일원으로 소속된다. 그들은 기존의 이론과 무엇이 다르길래 <비판이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갖고 있는가? 비판이론은 <전통이론>과 달리 학제적, 반성적, 변증법적, 비판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1. 학제적 특징: 비판이론은 점점 전문화 및 협소화되고 있는 학문의 영역에서 벗어나 더 큰 틀에서 사회를 바라본다. 당시에는 논리 경험주의 전통과 자연과학의 경험적 접근만이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에 맞서 비판이론은 헤겔-맑스 전통에 서서 니체와 같은 비주류 철학도 수용하고, 철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관점과 분과 학문까지 받아들인다.

  2. 반성적 특징: 반성적이라 함은 자기 인식을 행한다는 뜻이다. 즉, 비판이론은 그 이론이 탄생한 사회적 맥락, 그 사회 내에서 하는 이론의 기능,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목적과 이해 관심 등을 반성했다. 이는 이론이 사회를 그대로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 전통이론의 실증적 사고에 맞서 그러한 환상을 깨부수는 효과를 갖는다.

  3. 변증법적 특징: 이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포착하지 못하는 전통이론과 달리 비판이론은 사회와 이론의 역동성을 인식했다.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운동은 서로가 서로를 결정하는 과정의 일부다.

  4. 비판적 특징: 이론과 이론가의 역할은 단순히 학문적 앎을 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론의 목적은 사회의 문제를 밝히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넘어서서 변혁을 일으키는 데 있다.

  • 하버마스 이전과 하버마스

하버마스 이전의 비판이론의 주축인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의 작업은 <동일성 원리 비판> 혹은 <도구적 합리성(이성) 비판>으로 요약된다. 도구적 합리성이란 주어진 목적이나 욕구를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계산하는 합리성, 목적-수단 추론을 위한 합리성이다. 이들이 보기에 인간 이성은 계몽에 의해 도구적 합리성으로 쪼그라든 상태이고, 이에 의해 구성되는 사회는 도구적 합리성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계몽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 파괴 및 부자유 상태에 도달할 것이고, 그렇다고 이성을 통해 계몽을 이뤄내자니 이성 내에 도구적 합리성의 파괴적 면모가 내재되어 있다. "No"라고 외치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안 보인다. 막다른 길에 처해있다.

하버마스는 비교적 더 밝은 전망을 제시한다. 그는 도구적 합리성에 지배받지 않으면서도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합한 사적 시민의 자발적 연합체인 공론장에 주목하며, 자신 이전 세대가 맞닥뜨린 아포리아에 도전장을 내민다. 하버마스가 보기에 역사적으로 공론장은 존재해왔고, 비록 그것 저변에 부르주아 이념이 깔려있었지만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하버마스는 이러한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자발적인 연합인 공론장을 정치체계와 경제체계 속에서 발전시킨다면 현대 사회에 저항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 바로 이점에서 하버마스는 이전 세대보다 민주 사회의 구체적인 제도적 구조에 훨씬 더 관심을 가졌으며, "No"라는 저항에 머무르지 않고 자율성을 촉진하는 사회적·제도적 조건을 규명하고자 했다.

  • 하버마스 사유 노선의 전개: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의사소통행위이론』으로

하버마스 또한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판 이론 소속이므로 상기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1. 하버마스는 맑스주의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 중심에는 노동과 생산관계가 있다. 전통 맑스주의에 따르면 노동이 인간 실현의 기본 범주이고, 인간의 자유는 생산력의 해방과 생산관계의 발전을 통해 획득 가능하다. 반면 하버마스는 노동을 주체와 객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도구적인 관계로 보았고, 인간의 사회 작용을 비도구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에 더해 하버마스는 생산관계의 발전에 치우치지 않고 규범과 도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전통 맑스주의보다 더 풍부한 사회관과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을 구상할 수 있었다.

  2. 하버마스는 실용주의와 해석학의 철학관을 받아들여 철학이 현실 세계 속 일상적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한다고 보았다.

  3. 하버마스는 과학 중심주의적인, 실증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지식을 이론적 지식, 실천적·도덕적 지식, 비판적 지식으로 구분하고 각 지식이 상이한 틀에서 구체화되며 상이한 인간의 관심을 떠받친다는 견해를 개진한다. 이는 사회 세계에 관한 지식이 자연과학이 따르는 이론적 지식의 틀에 맞추도록 강요되길 거부하는 셈이다.

이러한 사유 노선에 따르면서 하버마스는 기존 사회이론이 직면한 문제 세 가지를 해결할 방도를 찾으며 『의사소통행위이론』을 집필한다. 세 문제란 <사회과학에서 의미의 문제>, <비합리성, 이데올로기 비판의 문제>, <사회질서의 문제>로 각각 이번 책 3장, 4장, 그리고 나머지에서 자세히 드러난다.


출처: 핀레이슨 2022, pp.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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