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list: How to start reading Husserlian Phenomenology?

안녕하세요 프랑스현대철학을 중심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Le Croissant입니다.

사이트 가입과 함께

(1) 후설 현상학의 문제의식과 역사적 배경논의 그리고 구성에 관한 조망을 제공하는 입문 가이드 격의 글
(2) 국내에 미번역된 프랑스현대철학 관련 기고문 Sartre, J.P (1961) Merelau-Ponty Vivant, in: Les temps moderne No.82 초벌 번역 전문 및 텍스트 소개.

두 가지를 빠른 시일 내에 올리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여러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어, 커뮤니티의 논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최근 YOUN님께서 현상학과 관련된 여러 글을 기고해주셨고, 현상학에 대한 여러 관심을 가진 회원분들이 계실 것으로 생각되어 공부를 위한 유용한 팁을 몇 가지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설 현상학 및 후설 현상학의 정신을 계승하는 여러 후배 현상학자의 글들은 굉장히 technical하고 불친절한 방식으로 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Secondary를 통해 논의의 큰 틀과 개념어를 확실히 장악한 뒤에 Original을 탐독하는 것이 공부의 효율면에서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후설의 텍스트 인용은 루벤대학교(Katholieke Universiteit Leuven) 후설 아카이브에서 편집 및 출판한 후설리아나 전집((Husserliana: Gesammelte Werke)에 속한 각 권의 번호를 기준으로 로마자 숫자로 원고 번호를 쓴 다음 페이지 숫자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인용합니다. (E.g. Hua. I, 19).

다음은 추천하는 텍스트들의 목록들입니다:

  1. Secondary Texts
    Bernet, Rudolf; Kern, Iso; Marbach, Eduard (1993) An Introduction to Husserlian Phenomenology,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Smith, Barry; , Smith, David Woodruf (Eds.) (2006). Cambridge companion to Husserl,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Zahavi, Dan (2003). Husserl's Phenomenology,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2. Originals
    Cartesian Meditation (Hua I.)
    Ideas I (Hua III)
    Ideas II (Hua IV)
    Ideas III (Hua V)
    The crisis of European sciences and transcendental phenomenology (Hua VII)

후설 현상학 입문을 목표로 후설 현상학의 전체적 기획과 방법론의 내용에 관한 조망 획득을 목적으로 공부하려는 분들은 시간을 두고 위 다섯 개 저작들을 순서대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All the best wishes with your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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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스트 추천 감사드립니다. 후썰은 대학원 수업때 이후로 평생 읽지 않을 것을 다짐했지만, 혹시라도 읽게되면 이 리스트를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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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하고 있는 후설 현상학 내지 프랑스 현상학 계열의 책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노력을 투입해 결과물을 얻는다는 측면을 고려하는 공부의 효율 면에서는 그닥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합니다. 더불어 칸트, 헤겔, 하이데거 만큼이나 학계분위기가 문헌학적 근거(Philological evidence)를 중심으로 논증을 짜고 토론을 하는 분위기가 강한만큼, (a) 영어/불어/독어 원전을 접근할 만큼 언어적 소양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b) 학계 내부의 기초적 논의를 모르는 외부인들에 대해 회초리를 날려대는 현상학계의 분위기를 볼 때면 현상학 비전공자들이 해당 학계의 분위기를 배타적, 교조적으로 느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일찍이 철학사에 대한 철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켜나간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들뢰즈 등은

“철학자 본인이 말하고 있으나 그 스스로 명시적으로 미처 깨닫지 못한 사유의 요소들 (Unthought-of elements)를 발견해, 그로 하여금 그에 관해 말하도록 강요하는 비판적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 죽은 철학자의 텍스트의 내용을 토대로 그것을 단지 재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라고 누차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요컨대 철학함philosophizing이라는 행위의 핵심은 철학자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해 현금에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지, 텍스트적 고증을 통해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고려해 볼 때 이들이 말하는 철학함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a. 철학사 연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철학자의 사상 체계에 대한 조망
b. 방법론 자체의 유용성과 효과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

두 가지를 선행적으로 갖춰야겠지요. 그런데 a의 측면에서 후설 및 현상학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륙철학에 대한 열정과 일종의 로맨티시즘적인 동경이 있거나, '업’으로 삼아 할 생각이 있는게 아니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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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riginals에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도 추가해주세요!

(2) 『이념들』 2권과 3권도 많이 읽히나요? 후설 사후에 출판된 책들이라 상대적으로 생전에 출판된 책들에 비해 위상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가령, 리쾨르는 후설 생전에 출판된 저작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더라고요), 『이념들』 1권이 거의 초월론적 현상학의 집대성 같은 책이다 보니, 2권과 3권이 좀 덜 주목받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YOUN님께,

(1)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핵심 주장은 <위기> Hua. VII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굳이 넣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해당 원고는 재편집과정을 거쳐 Die Idee der Phänomenologie (Hua. II)의 Supplement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Hua. II권의 내용의 난해함을 고려한다면 현상학 입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 아시다시피, 이념들 I권은 1914년에 출판되었습니다. 후설이 I권을 탈고하던 시점에 해당하는 1912년에 "1912 pencil manuscripts"라고 이름 붙여지게 되는 Gabelsberger style shorthand manuscript 84쪽을 쓰는데, 이것들이 나중에 후설의 지도 아래 Edith Stein, Ludwig Landgrebe의 손을 거쳐 이념들 II권과 III권으로 이미 형태를 갖추고 미출간 상태로 남겨졌다가, 후설 사후 4-50년이 지난 뒤에 출판이 됩니다. 가령, 이념들 II권의 경우 1918년에 탈고를 거치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추가적인 수정을 거쳐 1925년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판본들이 완성되고, III권은 대체로 이념들 II권의 내용과 같은 선상에 있으나, 직접적으로 본문 안에 포함하기에 내용의 결이 다소간 다른 원고들을 엮어 따로 낸 책입니다. 두 원고의 clean copy는 1925년경에 완성되었고, 공식적인 출판은 각각 1967, 69년으로 기억합니다.

요컨대 1-3권을 구성하는 원고들의 집필상황을 고려하면, 이념들 I, II, III권은 모두 후설이 1910년에서 1925년까지 <논리연구> (Hua. XIX)에서 정초한 현상학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여 초월론적 현상학의 기획으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쓴 일군의 원고들이 편집과정에서 문제제기 방식 및 주제별로 분류되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아야합니다. 가령, 이념들 I권에서 우리는 “시간적 종합의 차원에서 구성의 다양한 층위를 발생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하지만, 일단 논의를 정적인 분석 차원으로 한정하겠다”는 류의 후설의 언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보류한 내용들은 이념들 II, III권 그리고 이후에 집필된 저작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뤄지고요. 이를 미루어 본다면, 이념들II, III권을 제외한 채로 I권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내용적인 차원에서도 I, II, III권에서 모두Neo-Kantian의 Constitution 개념을 비판적으로 교정해 심리주의적 한계를 극복한 초월론적 철학을 정초하는 것을 핵심적 목표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 권에서 전개되는 내용이 constitutive phenomenology가 어떻게 이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공통적으로 다룬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 권의 내용은 모두 하나의 기획 아래에서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세 권 가운데 어느 하나를 제외한다면 후설이 목표한 정적/발생적 차원 양방향에서의 비판을 제대로 조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생전에 출판되었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I, II, III권 모두 동등한 위상과 중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념들 2-3권은 연구가 거의 안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Stein과 Landgrebe의 편집 방식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많아 연구자마다 판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은 것을 이념들 2, 3권이 연구사의 주변부로 밀려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할 수 있겠지요. 2권의 경우, 루벤 후설 아카이브의 연구자들이 새롭게 편집한 판본이 후설리아나 전집의 일부로서 곧 출판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판본의 출판과 함께 2권에 대한 연구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로 알고 있으며, 앞으로 2-3권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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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인용한 “철학자 본인이 말하고 있으나 그 스스로 명시적으로 미처 깨닫지 못한 사유의 요소들 (Unthought-of elements)를 발견해, 그로 하여금 그에 관해 말하도록 강요하는 비판적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 죽은 철학자의 텍스트의 내용을 토대로 그것을 단지 재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정확한 출전이 어떻게 되나요? 굉장히 인상적인 말이라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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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직접 인용은 아니고 철학자 간 공통되는 핵심 주장을 재구성해서 말한 것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을 강조해서 이야기하려다보니, 직접인용이라는 오해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해당 내용은 철학사 독해를 통해 고전적 개념과 문제틀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가운데 자신의 사상을 수립한 해온 많은 현대철학자들(특히 프랑스현대철학)이 반복적으로 말하는 바이기도 하지요. 이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문헌은 다음과 같습니다.

Merleau-Ponty, Maurice (1960) "Le Philosophe et son Ombre", in: Signes (Paris:Librarie Gallimard), 201-203
Deleuze, Gilles; Parnet, Claire (1996) Dialogues, (Paris: Flammarion:), 19-23

메를로-퐁티의 「철학자와 그 그림자」의 경우 국문번역이 안 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Northwestern Univ. Press에서 나온 영문번역이 있고, 해당 내용는 첫 3-4쪽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됩니다.

들뢰즈와 파르네의 『대담』은 국문번역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번역본을 갖고 있지 않고, 번역본 어디 즈음이 일치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군요.

『대담』의 많은 내용이 들뢰즈의 철학사 독해에 관한 본인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들뢰즈는 『니체와 철학』, 『프루스트와 기호들』,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등에서 자신의 철학사 독해가 '급진적 교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며 '철학사 독해에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자주 말하는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들뢰즈 본인이 철학사 독해에 관해 평이한 언어로 자세히 말하고 있는 문헌은 『대담』이 대표적이니 이를 살펴보면 좋을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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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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