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철학에서도 수학을 많이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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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대륙 철학"을 어떤 지칭 범위를 가지고 쓰셨는지에 따라서, 맞는 말일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통상 "대륙 철학"이라 한다면, 단순히 프랑스-독일 등의 비-영미권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학(후설 - 하이데거)와 그것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철학들과 후속 세대들. 혹은 호르크하이머 등의 비판 이론과 이를 계승한 여러 속칭 "매체 철학"들. 그리고 정신 분석학자들만을 "한정해서" 말하는 경우가 (경험상)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독일 등일지라도, 이러한 "대륙 철학"적 경향은 많이 희석된 상태입니다.
(역으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분석 철학계도 부분적으로 "대륙 철학"을 흡수하기도 했다는 점도 적어놓겠습니다.)

(원 작성자분이 탈퇴하셔서 답변이 사라졌군요. 여하튼 독일에서 유학 중이시던 분이 독일 철학은 사실상 분석 철학과 다름이 없다고 말하시던 것의 인용문입니다.)

그리고 Thomas Metzinger가 "수학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학 이론이 많이 나온다는 것인지, 아니면 분석 철학 논문들처럼 수식화가 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가 많이 나온다는 의미인지 등등), 여튼 저 분은 제 기억상 미국의 심리 철학자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연구와 공통 레퍼런스를 가지시는 분입니다.

나아가 형식 인식론(formal epistemology) 같은 몇몇 분야는 영미권보다는 유럽, 그것도 북유럽 - 네덜란드 - 폴란드 등에서 더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형식 인식론을 말 그대로 인식론을 통계나 수식, 네트워크 분석 등으로 철저히 "형식화"해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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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분이 말하신 대륙 철학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철학"이라 한다면, 수리화/형식화 경향이 미국보다 적지는 않으며, 오히려 몇몇 분야에서는 더 짙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상학적 조류를 계승한 한국에서 통상 말하는 대륙 철학"이라 한다면,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철학"이 분석철학적 방식과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루는 주제가 통상적인 영미권에서 벗어나 "대륙 철학"에서 익숙한 주제인 경우를 왕왕 보긴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아마 그런 뜻이 아닐까...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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