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게 이론의 지시사 문제에 대한 질문

Propositoinal Attitude Reports에 대한 스탠포드 철학 백과 문서를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여쭙습니다.

Consider the following.

(8) Jack and Jill went up the hill and Jack believes that she went up first.

There is a reading of (8) where ‘she’, as it occurs in (8), is anaphoric on ‘Jill’; that is, ‘she’ is anchored to ‘Jill’, in the sense that the reference of the former is inherited from the reference of the later. ‘Jill’, as it occurs in (8), is outside the scope of a propositional attitude verb and hence has its customary reference. So, then, it would seem, ‘she’ must also have the customary reference of ‘Jill’ and hence must refer to an individual and not a sense. This runs contrary to Frege’s reference-shift claim.

(...)

The Fregean should not be terribly perturbed by these observations. (...) In his 1969, Kaplan taught us how we can be Fregeans and allow quantifying into attitude verbs. (...) A sentence like (8) would then be read as something like: “Jack and Jill went up the hill and (there is an individual-concept c that ”designates“ Jill such that) Jack stands in the belief relation to the proposition consisting of c and the semantic value of ‘went up first’.”

위 단락에서 필자는 카플란의 이론이 프레게주의를 견지하면서도 (8)과 같이 anaphorism이 포함된 믿음 문맥을 해명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simple Fregean solution, however, faces other, more serious, problems. First, the account seems to fail when we try to extend it to other types of attitude reporting sentences than the classical examples we have considered above. One of our most common ways of referring to individuals is to use indexicals and demonstratives, such as ‘I’, ‘you’, ‘this’, ‘she’, and ‘they’. (...) Consider, for example, the following sentence.

(10) Alice believes that I will solve an important problem in physics.

Suppose that Bob Smith utters (10). Smith’s use of ‘I’ tells us nothing about how Alice represents Smith; in particular, it does not refer to or otherwise involve anything that we would ordinarily call the sense of ‘I’. (...) Call this the problem of indexicals.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왜 (8)과 (10)이 별개의 문제인지입니다. 제가 보기에 (10)은 (8)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10)은 (10')과 같이 풀어 쓸 수 있으며,

(10') X is Smith, and Alice believes that X will solve an important problem in physics.

여기서 "Alice believes that X..."의 "X"는 "Smith"에 anaphoric하므로 카플란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SEP는 (8)을 문제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한편 (10)은 문제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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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분야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인용해주신 글만 보고 판단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차이인 것 같습니다.

(8)에서는, 잭의 믿음 '그녀가 먼저 산에 올라갔다'는 '질이 먼저 산에 올라갔다'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녀'는 '질' 대신에 쓰였을 뿐이므로, '그녀'가 '질'의 대용어인 한 '그녀가 먼저 산에 올라갔다'가 '질이 먼저 산에 올라갔다'와 다른 뜻을 가지지 않다고, 카플란의 방식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잭의 믿음은 '질이 먼저 산에 올라갔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에서는 우리가 이에 대해 알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앨리스가 다음과 같은 믿음 '스미스는 물리학의 중요한 문제를 풀 것이다'를 가지는지, 스미스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없습니다. 앨리스가 스미스를 두고 '그는 물리학의 중요한 문제를 풀 것이다'라고 믿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마찬가지로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이런 문제인 듯합니다. (10)을 통해 우리는 앨리스의 믿음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게주의 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문제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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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해한 건 다음과 같습니다. 확인차 앞부분에는 다 아시는 내용을 조금 적어봤습니다.

  1. 단순한 프레게주의적 해결책이 (8)에 대한 의미론적 설명을 제공하기 어려워 보이는 건 해당 문서 앞에서도 나와 있듯이

명제 태도를 나타내는 동사의 범위 안에 있는 문장의 지시표현은 일상적인 지시체가 아니라 그 명제 태도가 귀속되는 행위자(인식자)가 그 지시체에 관해 표상하는 바를 지시해야 한다

라는 입장 때문인 것 같습니다.

(8) Jack and Jill went up the hill and Jack believes that she went up first.

프레게주의적 설명에 따른다면 두 번째 연언문인 "jack believes that she went up first"에서 'she'는 'believe' 동사 범위 안에 속하기 때문에 'she'의 일상적인 지시체에 대해 Jack이 갖는 표상, 제시 방식을 지시한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인 독해에 따르면 저 'she'는 명제 태도 동사 범위 바깥에서, 즉 첫 번째 연언문에서 일상적인 대상(Jill)을 지시체로 갖는 'Jill'의 대용어이고 따라서 지시체를 그대로 전달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즉, 'she'의 지시체는 Jack의 표상이 아니라 Jill이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죠.

  1. 카플란의 해결책은 거칠게 말하면 정확히 한 대상을 집어내는 개별자 개념을 도입해서 프레게주의적 설명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8)의 두 번째 문장에서 'she'가 첫 번째 문장의 'Jill'의 지시체를 그대로 받도록 매개해주는 표상을 하나 도입하는 게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8') Jack and Jill went up the hill and
there is an individual concept C of Jill s.t. Believe(Jack, P(C, went up first))
[정확한 형식화는 아닙니다. 본문을 축약한 것일 뿐..]

라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알기론 카플란이 단순히 이 문제를 위해서 도입하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뭔가 자신이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를 다루면서 고안한 이론의 적용을 확장하면서 나온 개념일 것 같네요)

  1. (10) 같은 문장은 'I'와 같은 지표사(indexicals)를 포함하는 문장입니다.

(10) Alice believes that I will solve an important problem in physics.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애초에 이 발화는 앨리스가 스미스에 대해서 어떤 표상을 갖고 있는지가 의미론적으로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게 SEP 저자가 "Smith’s use of ‘I’ tells us nothing about how Alice represents Smith"라고 말한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I'라는 표현은 저 문장이 스미스에 의해서 발화되었을 때, 다른 어떤 매개체도 거치지 않고 발화자인 스미스를 가리킨다는 게 기본적인 발상인 것 같습니다. 단순한 프레게주의적 입장과는 당연히 상충되고 카플란의 방식도 딱히 만족스럽진 않아 보입니다.

카플란의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플란의 방식대로라면 아래 두 진술은 같은 명제를 표현한다고 봐야합니다.

(10) Alice believes that I will solve an important problem in physics.
(10') There is an individual concept D of Smith s.t. Believe(Alice, P(D, solving an important problem in physics in some t))

(10)이 스미스에게서 발화된 진술이라는 것이 지금 논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일 (10)과 (10')이 의미론적으로 동치라면
스미스가 (10)을 발화할 때 그는 사실 (10')과 동일한 내용을 진술한 것이라고 결론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상당히 이상합니다. 적어도 제가 읽기에, 스미스의 입장에서 (10)은 분명 나(스미스)에 관한 진술인 반면 (10')은 앨리스가 믿고 있는 어떤 명제를 구성하는 개념이 스미스라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개별자 개념을 재기술하면서 'Smith'라는 표현을 썼다면 더이상 'Smith himself'라는 의미는 갖지 못합니다.)

저도 딱히 이쪽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닌지라 정확할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것보다는 지표적 믿음(indexical belief)에 대한 논의는 John Perry 같은 철학자들이 말한 것처럼 지표적 믿음이 만드는 행위의 차이가 지표사에 대한 독특한 논의를 더 주목시킨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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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고 이해가 됐습니다! 언제나 자세하고 친절한 답변 달아 주셔서 매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D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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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라쿤 님 답변과 같이 읽으니 이제 꽤 이해가 되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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